노용숙 교수 (숙명여대)

 성탄제 연극때다. 우리를 위해 태어나신 한 아기 예수 탄생을 위하여 마구간을 빌려주고 생색내는 여관 주인의 역할을 하는 학생의 연기가 너무도 천연덕스러웠다. 자세히 보니 학습활동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던 ‘그 학생’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 무릎을 쳤다. 그 연기가 너무 훌륭해 도저히 어느 누구(모범생)도 해 낼 수 없는 연기라고 생각 될 정도로 감동이 밀려오는 순간, 나는 하나님께 회개의 기도를 시작하게 되었다. “하나님！ 저 학생을 은근히 한 쪽으로 제쳐 놓았던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저 역할을 어느 누구가 대신 하겠습니까? 이제 어떤 학생이건 인정할 수 있는 자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눈물을 흘려 가며 어느 누구도 못 보는 캄캄한 객석 한 귀퉁이에서 이루어진 이 일은, 나의 직분을 감사하며 살 수 있게 된 아주 중요한 사건이었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나의 첫 번째 기도제목은 ‘누구나 품고 사랑할 수 있기’를 위한 기도이기에 누구와의 만남에서든지 모두 ‘그’와 ‘나’와의 차이점을 가치 있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나와 너무 다르다’는 것 하나로 인하여 마음으로부터 ‘그’의 속에 깃들어 있는 하나님의 형상을 인정하지 못하였던 나, 마음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있는 것만 좋아하다가 내가 만들어 놓은 울타리에 갇혀 발전할 수 없는 사람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던 나를, 하나님은 불쌍히 여기사 새 생활에로의 전환점을 허락하셨던 것이다.
 나와 다른 이웃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따로 있음을 깨닫고 난 후, 나와 다른 생각을 하며 행동하고 나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존중하려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가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마태복음 5장 22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