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할까’ 고민
‘긍정적 사고가 미래를 연다’ 후배들에게 강조

이정식 장로(기독교방송 사장, 청주 가경교회)

 기독교방송 사상 첫 직원출신으로 사장이 돼 기독교계와 언론계의 화제를 모았던 이정식 장로. 그는 25년 동안 기자생활을 하면서 그때 그때마다 간섭하신 하나님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언론인으로서, 선교방송의 CEO로서 사명을 다하고 있다.
 “결단의 순간엔 늘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며 고민합니다”
 이 같은 비결을 바탕으로 그는 ‘출세가도’를 달렸다. 이 장로는 이를 두고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요 보살핌”이라고 말했다.
 그는 1979년 입사해서 사회부 정치부 기자 워싱턴특파원, 청주 부산 대구방송 본부장을 지냈고 2003년 6월 사장으로 취임했다.
 1978년 군 제대 후 CBS에 들어온 그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뉴스의 한복판을 지켰다. 당시 CBS는 작은 방송사였지만, 큰 방송국이 하지 못하는 뉴스를 용감히 전하며 굉장히 큰 자부심을 가진 자존심이 강한 방송국이었다. 그러다 1980년 12월 5공 군부세력에 의해 강제적인 언론통폐합이 진행될 때 보도기능이 없어지게 되었고, 이때 이 장로는 43명의 기자들과 함께 KBS로 옮기게 되었다.
 사회부 기자로 일하던 이 장로에게 KBS는 체육부 기자로 발령을 냈다. 스포츠에 취미를 갖고 있지 않던 그였기에 일도 녹록치 않았을 뿐더러 한직(?)으로 생각하던 체육부였으니 시쳇말로 ‘물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음을 추슬러 부서의 장점을 찾았고, 좋아하도록 노력했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체육부에 가지 않았으면 못했을 다양한 경험들이 이때 그의 삶에 축적되었다.
 KBS에서 7년 2개월 동안 텔레비전을 하면서도 ‘CBS로 돌아가 텔레비전 방송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만, 야웨 이레 하나님은 늘 그보다 앞서 준비하시고 일하셨다.
 “처음에는 실망도 했지만 돌아보면 제 모든 삶에 하나님이 함께 하셨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지방이나 선호되지 않는 부서에 가더라도 장점과 재미있는 구석이 많다는 것을 시간이 흐르며 알게 되었습니다. 제 경우 KBS에서 체육부에 갔을 때는 다양한 인맥을 만들 수 있었고, CBS로 돌아와 청주에 갔을 때는 경영을 배웠고, 부산에 갔을 때는 가곡CD를 냈으며 대구에 갔을 때는 성경을 열심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CBS에서 KBS로 갈 때는 결단이 요구되지 않았지만, 1988년 초 CBS에 뉴스가 부활되며 ‘다시 CBS로 돌아오라’는 제의를 받았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당장 급여만 해도 KBS와 비교해 차이가 많았고 앞으로 뉴스가 어떻게 될지 방송국이 어떻게 될지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하나님은 그에게 CBS로 돌아갈 마음을 주셨다. 명분과 의리도 중요했다. KBS로 갔던 선배 동료들은 입버릇처럼 ‘CBS뉴스가 부활되면 당연히 돌아가야지’라고 했지만, 막상 돌아온 사람은 그를 포함해 단 2명뿐이었다.
 CBS 복귀 후 뉴스의 부활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끊겼던 출입처도 힘겹게 하나 하나 개척해나갔다. 그렇게 부활한 뉴스는 CBS의 명성을 되찾을 만큼 청취율이 높아졌다.
 1995년 1월 워싱턴 특파원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3년간 정치부장(부국장 대우)을 거쳐 1998년 1월부터 CBS청주방송 보도국장으로 자리를 옮기게됐다. 직급은 올랐지만, 주변사람들 모두 지방발령에 대해 좌천으로 여기는 분위기라 승진을 축하하지 못했다. 분명 ‘물먹은’ 상황이었지만 이미 고난이 축복의 과정이자 통로임을 경험한지라 이때만큼은 대응방식이 예전과 달랐다.
 주변사람들이 뭐라 하든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일했다. 그러자 위기는 기회로 바뀌었다. CBS는 6개월만에 그를 청주방송 본부장으로 승진시켰다. 그의 새로운 능력이 발휘되는 시점이었다. 오래지 않아 적자로 허덕이던 청주방송이 흑자로 돌아섰다.
 이곳에서의 성공으로 그는 부산과 대구에서도 본부장으로 일하며 이들 역시 흑자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같은 경험은 그에게 ‘최고경영자를 맡아도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 책도 5권이나 냈고, 부산 본부장 시절에는 흑자 전환기념으로 가곡CD를 내기도 했다.
 2003년 봄 그는 CBS 사장공채에 도전, 최초의 사원출신 CBS사장이 되었다. 취임 후 라디오의 청취율이 20% 이상 올랐고, 신규사업인 위성방송, 케이블TV, 인터넷 등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2003년 11월 신설한 인터넷 ‘노컷 뉴스’는 현재 전국의 20개 신문과 일부 방송에 뉴스를 공급함으로써 뉴스공급시장에 대변화를 몰고 있다.
 “1978년 CBS에서 수습기자를 모집할 때 응시원서를 냈는데 제 접수번호가 1번이었습니다. 저는 자라면서 언론인이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언론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제가 기독교방송에서 일하리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습니다”
 남들이 보면 그저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우연한 일에 지나지 않는 일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그 역시 젊은 시절에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니 이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하지만 이제 그는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 그를 CBS로 인도하시고 CBS의 책임자로 세우신 하나님의 섭리가 아니었는가 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그럴 때면 더욱 겸손하게 되어지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잃어버린 영혼 때문에 애닮아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기억하며, CBS에 주어진 사명을 되새긴다.
※ 이정식 장로는 지난해 한국방송협회 부회장과 세계한인기독교방송협회(WCBA)회장으로 선출됐다.

글·박재형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