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결단이 경제의 시작 

매몰비용과 기회비용 따져 선택

 먼 옛날 어떤 사람이 마시기만 하면 젊음을 가져다준다는 샘물을 찾고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젊음의 샘에 도착한 그 사람에게 샘을 지키는 할머니는 이 샘물을 마시면 분명 젊어지겠지만 젊어진 그 이후의 삶은 지금까지의 삶을 그대로 반복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다가 그만 샘물을 마시는 것을 포기하였다고 한다. 이 전래 이야기는 인생의 어쩔 수 없는 한계성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선택이 없는 삶의 무의미성을 동시에 꼬집고 있다.
 경제학은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사실 경제학은 생활에서 가장 바람직한 선택이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에서 선택은 일상적이며 필수적인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고, 약속장소에 어떻게 나가고, 월급을 어디에 쓰고 등은 우리가 늘상 하는 선택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매일 매일의 생활에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경제학을 적용하며 살고 있는 셈이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2004년을 보내고 새해 새로운 희망을 품고 힘차게 전진하는 분들께 이왕이면 바람직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경제학에서 말하는 두 가지 팁을 전해 주고 싶다. 먼저 매몰비용(sunk cost)이다. 매몰비용이란 일단 쓴 뒤에는 어떤 선택을 하든 다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어떤 행위를 결정할 때에는 이 매몰비용을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제학은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미 지출되었고 어떻게 하든 다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니까 앞으로의 선택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미 뱉은 말은 매몰비용이다.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기 말에 실수가 있으면 털어 버리는 것이 합리적이지 이를 만회하려고 말에 말을 붙이다 보면 결국 치러야 할 대가가 점점 커지게 된다. 우리는 흔히 본전이 아까워 결단을 내리지 못할 때가 많다. 또는 왕년의 체면 때문에 무리를 하는 일도 종종 있다. 때론 과거의 일을 떨쳐버리지 못해 현재의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있다. 지난 것은 영원히 지나간 것이다. 좋은 것이었든 나쁜 것이었든 과거의 짐을 벗어 버리고 새로운 선택을 시도하는 것이 합리적인 자세이다.
 다음으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다. 기회비용이란 어떤 행위를 선택함으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행위들 중 가장 큰 가치를 갖는 행위의 가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내가 친구들과 카페에서 수다를 떠는 것의 가치는 커피값 얼마가 아니라 이 때문에 하지 못했던 다른 행위의 가치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택이란 항상 포기를 의미한다. 따라서 바람직한 선택이란 포기해야만 하는 것들을 고려해야 하고 그들의 가치가 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금년 한해 많은 선택들을 하면서 소중한 것들을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