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으로 잉태한 ‘여자중에 가장 복있는 어머니’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아직 처녀일 때, 천사 가브리엘에게 음성을 듣는다. “이제 네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곧 태어날 아들이 “자기백성을 구원할 자이며,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이다. 마리아가 아이를 갖자 정혼한 요셉은 가만히 이혼하려고 결심했다. 그러나 요셉에게 하나님의 사자가 꿈에 나타나 마리아의 수태는 성령에 의한 것임을 알려주자 그는 경건하게 이를 수용했다. 따라서 마리아는 보호되고, 기적적인 비밀은 지켜졌다.
 당시 로마황제 아구스도는 “인구조사를 하라”는 칙령을 내렸다. 요셉도 다윗의 자손이었으므로 등록하기 위해 부득이 마리아를 데리고 다윗 성으로 올라갔다. 여관을 얻지 못한 마리아는 베들레헴 한 마굿간에서 해산했다.
 아들을 낳아 강보로 싸서 구유에 뉘었다(눅 2:7).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라는 천사들의 노래를 들은 목자들이 방문하여 경배를 했다. 이어서 동방박사들도 별을 보고 찾아와 예물을 드리고, 경배했다.
 해산 후 40일이 되어 마리아는 요셉과 더불어 율법에 따라 예루살렘에 올라가서 어린 아기를 하나님께 바쳤다. 메시아의 탄생을 기뻐한 늙은 시므온은 성전에서 아기를 안고 찬송했다. 그후 헤롯왕은 메시아가 태어났다는 정보를 동방박사들에게 듣고, 죽일 목적으로 베들레헴과 그 모든 지경 안에 있는 두 살 아래 사내아이를 다 죽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요셉과 어린 아기와 함께 애굽으로 피하였다. 나사렛으로 돌아온 마리아는 예수님 외에도 아들 딸들을 함께 키웠다(막 6:3).
 어느날 마리아는 예수님과 함께 가나의 혼인잔치에 참여했다. 그녀는 잔치에 포도주가 떨어진 것을 알고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다”고 문제해결을 요청했다. 이것은 메시아로서의 기적을 기대했으며, 진심으로 그를 믿었다.
 그리고 하인들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순종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마리아는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건강을 돌보지 않고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예수를 염려하여 집으로 데리고 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육신에 속한 자로서의 본능적인 모성애와 메시아에 대한 신앙이 교차하고 있는 그녀의 마음에 갈등과 혼란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세상 만민을 구원할 메시아를 낳았지만 마리아 역시 율법 앞에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이었다. 이러한 마리아에게 사랑하는 아들이 처형되는 광경을 지켜보는 그 시간은 가장 처절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갈보리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보는 마리아의 마음에는 자신의 아들이 아닌 메시아의 모습이 새겨지고, 심령 속에 영원한 메시아로 살아있게 되었다. 그후 오순절날 마가의 다락방에서 기도하던 마리아는 성령충만함을 받고 ‘하나님의 아들이 기뻐하는 삶’을 살았다.
 창세 때부터 ‘여자의 후손’에 의해 하나님의 구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언은 깨끗하고, 순박한 여자 마리아를 통해 이뤄졌다. 엘리사벳은 “여자 중에 가장 복이 있다”고 했다. 사실 한 남자와 장래를 약속하고 새생활에 대한 꿈에 부풀어 있는 마리아에게 있어 임신이란 모진 수모와 불행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을 알면서도 자신의 잉태 사실을 하나님의 은총으로 받아드렸다. 자기 유익을 포기하고 하나님의 영광만을 구하는 마리아의 태도는 당시 처녀가 잉태하면 돌로 쳐 죽임을 당해야 하는 죽음까지도 불사하는 신앙의 결단이었다. 특히 그녀는 유대인의 여성에게 부여된 의무는 아니었음에도, 매년 유월절에 예수를 데리고 예루살렘에 올라간 것은 신앙교육을 철저히 했음을 보여준다. 마리아는 잉태했을 당시 “계집 종의 비천함을 돌아 보셨음이라”고 찬양했다. 따라서 우리 또한 긍휼을 베풀어주신 주님의 사랑을 깨닫는 성탄절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