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에 피어난 ‘가족구원’ 소망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많이 듣게되는 말 가운데 하나가 다사다난이 아닐까 싶다. 여러 가지로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음을 일컫는 이 말이 올해 내게 어울리는 말이라 생각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올해 초 그러니까 2월말의 어느 날에 있었던 일이다. 몸이 약하신 아버지의 건강이 걱정돼 건강검진을 받게 해드릴 요량으로 동생들과 의논을 했다. 동생들은 아버지의 건강검진을 받는 데 동의했지만, 만약 ‘아버지 혼자 건강검진을 받으시게 한다면 병원에 가실 것 같지 않다’며 ‘아버지가 검진을 받으시는 김에 어머니도 함께 받도록 해드리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렇게 우리 형제들은 의견을 모은 후 부모님이 건강검진을 받으실 수 있도록 수속을 했다. 아버지는 ‘괜한 돈을 쓴다’며 뿌리치셨지만, 이내 우리의 의견을 받아들여 병원을 찾으셨다. 어머니는 평소 변비 정도의 증상을 호소하긴 했어도 잔병치레 한번 않으셨기에 큰 염려가 없었지만, 우리는 ‘아버지에게서 생각지 못한 질병이 발견될까’ 내심 걱정을 많이했다.
 그렇게 검진을 마친 며칠 후 병원과 약속한 결과통보 날짜에 맞춰 우리는 병원을 찾았다. 담당의사는 아버지의 검진결과를 설명하며 ‘우려할 만한 어떠한 질병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경우 ‘의심되는 사항이 있으니 정밀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담당의사의 예상치 못한 말에 걱정이 됐지만 ‘별 것 아닐 것’이라며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그럼에도 의사의 말은 우리 형제들의 마음에 두려움을 갖게 했다.
 서둘러 정밀검진을 위한 예약을 가졌고 의사로부터 검사결과를 듣게 되었다. 의사는 변비 증세로 고생하는 줄로 알았던 어머니에게 ‘대장암’이란 진단을 통보했다. 그것도 초기가 아닌 3기였다.
 의사의 이 한마디는 우리 가족에게 청천벽력과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이라 하지 않았던가. 평소 어머니는 내가 교회에 다니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셨다. 교회에 대해 특별히 나쁜 감정을 갖고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교회에 나가 예배드리는 시간을 아깝게 생각하셨던 듯 했다. 때문에 중학생 때부터 가족구원을 위해 기도해왔지만 어머니는 10여 년이 넘도록 나와 동생의 전도를 외면해 오셨다.
 그렇지만 절박함 때문일까. 이때는 달랐다. 급박하게 수술일정을 잡은 후 어머니는 동생과 내 말에 따라 교회에 나오시기 시작했다. 동생과 나는 교구식구들과 목사님, 전도사님에게 기도를 요청했다.
 어머니는 기도라든가 찬송 등 교회생활에서 필요한 것들을 모르시는 게 많아 누가 심방을 와도 찬송 한 장 같이 드리지 못했지만 기도제목을 하나님께 아뢰는 것은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았다. 기도할 때마다 병 고침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하나님께 아뢰며 지난날의 잘못을 회개했다. 이 기간 카리스청년선교회원들은 철야예배 때마다 어머니를 위해 기도해 주었고, 교구에서도 모일 때마다 어머니의 쾌유를 위해 기도해 주었다. 그렇게 3월 한 달을 보낸 후 4월 초 어머니는 수술대 위에 오르셨다. 그러자 기도의 역사는 분명히 나타났다. 어머니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수술로 처치하지 못한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한 항암치료 역시 잘 마치셨다. 힘에 겨운 투병생활 중에도 믿음을 지키시는 어머니의 모습은 매우 감동적이었고 신앙생활을 오래한 나와 동생을 부끄럽게 했다.
 최근 의사는 “암의 경우 항암치료 후 5년 정도 지난 후까지 지켜본 후 완치를 진단하는데 어머니의 경우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돼 완치를 예상한다”며 낙관적인 견해를 우리 가족에게 전했다. 할렐루야.
 올해 초 뜻밖의 진단을 받았을 때에는 크게 흔들리기도 했지만, 이번 일을 통해 우리 가정이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돼 지금은 감사한 마음뿐이다. 지금 동생과 나는 어머니를 시작으로 지금껏 드린 가족구원의 기도가 응답되고 있음을 확신한다. 소망하기는 좋으신 하나님을 모든 사람들이 만났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 가족구성원 모두가 주님 안에서 더욱 화목한 가정생활을 꾸려나가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