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보내며

최명우 목사(성동성전 담임)

 “지혜 있는 자는 궁창의 빛과 같이 빛날 것이요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비취리라”(단 12: 3)
 달이 없어도 괜찮은 밤이 있다. 별이 반짝이지 않아도 아쉽지 않은 밤이 있다. 우리의 마음속에 달과 별 같이, 어쩌면 그 보다 더 환한 무엇을 지니고 있으면 달이 없는 밤도 슬프지 않다.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에 서울역 영등포역전에서 밤을 지새우는 노숙자들, 생활고를 비관해 어린 자녀와 동반 자살하는 어느 모녀, 농민은 농민들대로, 식당을 경영하다 솥단지를 내다버린 자들, 자금난으로 깊이 패인 주름진 얼굴의 어느 중소기업인, 나라 걱정은 혼자 다 하는 양 목소리를 힘껏 높이는 위정자들의 몸짓 등을 우리는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연초에 가슴 벅차게 시작했던 2004년도 이제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 이 시점에 우리의 이웃들의 아픔을 돌아보게 되는 밤이다.
 우리의 인생에 있어 슬픔을 안고 산다는 것은 반드시 불행한 것만은 아니다. “참된 기쁨엔 참된 슬픔이 있고, 참된 사랑엔 참된 미움이 있다”고 쉘러는 말했다.
 인간이 눈물이 말라버리면 벌써 그 사람은 인간의 맛을 잃은 화석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슬픔이 기쁨의 어머니가 된다면 너무 지나친 표현인지는 알 수 없어도 어쨌든 슬픔과 기쁨은 서로 나눌 수 없는 것이다.
 우리들은 우리의 하루가 우리에게 더 많은 슬픔을 주었다하더라도 이것을 불행이라고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인생을 더 아름다운 것으로 조각하고 수놓는 과정으로 생각하며 슬픔의 참맛을 더 깊이 이해하여야 하는 것이다. 아름다운이란 기쁨과 슬픔, 웃음과 눈물을 잘 조화시켜 놓는데 있다.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가 어떤 환경에 처하든 희망을 잃지 않아야 되는 것은, 또 하늘에 별이 반짝이지 않아도 우리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은 주님이 우리와 항상 함께 계시기 때문이다. 구름에 달이 가리우고 어두움에 별이 삼키우는 경우가 있을지라도 별을 잃지 않는 마음, 달을 잃지 않는 마음은 항시 그 스스로가 달밤일 수 있고 푸른 빛 빛나는 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태양이 맞서도 별이 없는 영혼엔 어둠이 깃들 것이다.
 나는 이제 갈 바를 모르고 방황하는 어두움에 있는 영혼들에게 별보다 달보다 해보다 더 빛나는 참된 빛이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를 전할 것이다. 2000년 전 베들레헴 말구유에 낮은 자로 임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의 깊은 절망을 몸소 체험하시고 찬란한 부활의 아침을 온 인류에게 선물로 주신 참신이시요 참인간이시다.
 하늘에 별과 달과 해가 있듯이 우리 마음의 하늘에 빛나는 별과 달과 해 같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가 영원히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