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의 미덕


임종달 목사(전주순복음교회 담임)

 창세 이후 지금까지 사람이 사는 곳에는 상(賞)과 벌(罰)이 상존해 왔다. 상벌제도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만들어 놓은 최초의 제도중 하나이다. 이것은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으로부터 에덴동산을 물려받은 것에서 유래한다. 에덴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순전한 선물이자 포상의 성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방종은 금물이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정하신 일정한 법과 규율을 어기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면할 수 없도록 제도화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모든 실과는 다 따먹되 동산 중앙에 있는 선악과는 따먹지 못하도록 규정해 놓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하나님의 명을 어기고 선악과를 따먹은 것이다. 그러자 바로 하나님의 징벌이 내려졌다. 아담은 종신 땀흘려 일하지 않고는 먹고 살 수 없게 되었고, 하와는 해산의 고통 없이는 어린아이를 출산할 수 없도록 벌하신 것이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원죄는 지울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상벌제도는 오늘 우리의 실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어떤 조직사회에서 한 개인 혹은 단체가 특출한 성적이나 특기가 드러났을 때, 혹은 전공분야에서 기여도가 탁월하여 인류사회에 공헌도가 크게 인정되었을 때 상이나 훈, 포장이 주어지는 것이다.
 물론 상의 종류도 다양하다. 예컨데 노벨상에도, 노벨평화상을 비롯해서 과학상, 문학상, 의학상, 화학상, 경제학상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수여하는 훈, 포장 종류도 12종류에 이른다. 말하자면 대통령이나 영부인, 우방원수 및 배우자에게 수여하는 무궁화대훈장을 비롯하여, 건국훈장(이하 모두 5등급), 국민훈장, 무공훈장, 보국훈장, 근정훈장, 수교훈장, 산업훈장, 새마을훈장, 문화훈장과 그밖에 건국포장 외 10종의 포장종류가 그것이다.
 만일 앞에 열거한 상 가운데 하나를 받게 된다면 기쁨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를 흔쾌히 수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것은 겉으로 안보이지만 사람마다 상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내면 세계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필자가 원로문인 한 분에게 ‘문학상’수상을 권유한 적이 있다. 그분은 한국문단에서 내노라 할 만한 비중이 있는 작가였는데, 두 번이나 수상을 권유했으나 끝내 이를 거절했다. 수상 대상자를 몇 사람으로 선정하기까지 나름대로 고민한 끝에 수상을 권했는데 이를 거절당했을 때의 심정은 조금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먼저는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것이 진정한 인생선배이자 문단 원로의 ‘미덕이구나’라는 상반된 생각이 마음을 크게 달래주었다. 그의 거절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은 그간 상을 많이 받았을 뿐 아니라 아직 상을 받을 만한 훌륭한 문인들이 많고, 또 후배들을 위해서 양보하는 것도 선배 문인으로써 가져야 할 도리라는 것이었다. 금메달 하나를 놓고 국제적인 법정공방을 운운하는 스포츠계의 양상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다. ‘수용이냐, 거절이냐’를 냉정히 판가름하는 미덕이 아쉬운 때에 문단 원로의 결단을 통해 얻게된 감동과 교훈은 지금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