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오비에도 장군을 한국으로 초청…파라과이 성회 때 환대 받아

 1993년 9월 경, 남미선교회로 한가지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파라과이에서 선교하는 전응원 선교사가 “파라과이 정부에서 한국교민 1만 여명을 추방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알려온 것이다. 1대 남미선교회 회장 조근덕 장로의 얘기이다.
 “한국 사람들이 파라과이에서 돈을 벌어 다른 나라로 빼돌리고 파라과이에 재투자를 하지 않는다. 파라과이를 다른 나라로 이민가기 위한 중간경유지로 삼는다는 소문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교민들이 다들 잘 사는 걸 못마땅하게 여겨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았습니다”
 남미선교회원들은 속히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외무부에 연락하여 사정을 알렸고, 외무부에서 실권자인 오비에도 장군을 초청하는 형식을 띠었다. 당시 파라과이는 군사정권에서 첫 민간 대통령 바스모시로 정권이 이양되었지만 실권은 육군사령관 오비에도가 쥐고 있었다. 외무부에서 초청했지만 모든 경비는 남미선교회에서 댔다.
 3대 남미선교회장 정국영 장로가 친분이 있는 김진선 예비역 육군 대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미국에 체류하고 있던 김 장군은 파라과이 교민들을 돕기 위해 기꺼이 입국했다. 1993년 10월 25일 파라과이 육군 총사령관 오비에도 장군이 입국했을 때 김진선 장군과 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 국방무관을 지낸 정광작 준장이 영접에 나섰다. 당시 국방부장관이었던 권영해 장관도 오비에도 장군을 환대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외국의 어떤 대통령이 와도 헌병이 에스코트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생겼다. 하지만 관행을 깨고 오비에도 장군이 움직일 때면 헌병 싸이카 7개가 에스코트했다.
 오비에도 장군은 포항제철, 삼성전자, LG 등을 돌아보고 육군본부도 방문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방문하여 조용기 목사를 만나고 엘림복지타운 등 교회 관련 시설들을 시찰했다.
 한국에서 칙사대접을 받은 오비에도 장군은 “한국 교민을 해외로 내보내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한국상품을 수입할 때 관세를 없애겠다”고 다짐했다. 파라과이 델 에스테에 한국관을 만들어서 한국물건을 팔게 하겠다는 약속도 했으나, 파라과이 정세가 혼탁해 성사되지는 못했다. 오비에도 장군이 한국을 5일간 방문한 이후 한국교민들은 안전하게 파라과이에 머물 수 있었다.
 1994년 3월 9일부터 11일까지 칠레 산티아고의 파르케 오히긴스 국립공원에서 조용기 목사 초청대성회가 있었다. 당시 남미선교회원 30여 명을 비롯해 순복음실업인선교연합회원, 쁄라성가대 등 100여 명이 동행했다. 하지만 한꺼번에 이동하기가 힘들어 소속별로 따로 움직였다. 조용기 목사 일행이 칠레에 도착했을 때 영접 나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남미선교회원들이 늦게 도착한 데다, 주최측인 현지 CGI에서 뭔가 착오를 일으켰던 것이다. 숙소가 어디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조 목사 일행은 한동안 공항에서 기다려야 했다.
 마침 칠레 대성회 기간이 아두아르도 프레이 대통령 취임식 기간과 겹쳐 호텔마다 방이 동나고 말았다. 남미선교회원들은 “칠레대성회를 생각하면 조 목사님께 죄송하고 허름한 여인숙에 묵으면서 고생했던 일이 떠오른다”고 한다.
 칠레 대성회는 인근 국가의 교역자와 성도들까지 참석하여 대성황을 이루었다. 특히 수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참석하는 이변이 있었다. 연인원 8만여 명이 모였고, 첫날 성회에서만 3000여명에 결신하는 등 놀라운 성과가 있었다.
 칠레에 이어 파라과이 성회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때마침 파라과이에서 농민 폭동이 일어나 파라과이 국적기 운항이 전면 취소되었다. 다른 나라 여객기에 자리가 생기면 몇 명씩 파라과이로 가야하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당시 칠레성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정국영 장로는 칠레 공항에 아무도 영접을 나오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김진선 장군과 함께 급히 파라과이로 향했다. 정국영 장로의 얘기이다.
 “칠레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니, 걱정이 많이 되었죠. 파라과이에서는 굉장했습니다. 1시간 30분 전부터 한복입은 화동들과 영접단이 조 목사님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파라과이 헌병 2개 중대가 도열하고 있었고, 수많은 기자들이 조 목사님 귀국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지요”
 조근덕 장로는 “파라과이에서 조 목사님을 환대 해주어서 한시름 놓았다”고 했다.
 “당시 오비에도 장군은 폭동을 진압하러 가고 없었어요. 그런 상황에서도 지시를 내려 목사님을 잘 영접하도록 했죠. 파라과이 국립축구장에서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축구대회를 연기해가면서까지 축구장을 성회 장소로 빌려주었어요. 우리가 한국에서 환대한 것에 대해 보답을 한 거지요”
 파라과이 아순시온에 입국할 때 남미선교회원들이 잠시 억류당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남미에서는 어떤 물건이든 못 갖고 들어오게 하는데, 남미선교회원들이 전도지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물건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곧 오비에도 장군의 비서 페드로가 와서 회원들을 풀어주었다. 남미선교회 2대 회장 조삼문 장로의 얘기이다.
 “남미에서는 마음껏 노방전도를 해도 됩니다. 우리 회원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거리에서 찬송과 율동을 하며, 성회 홍보 전도지를 나눠주었습니다. 파라과이 사람들도 박수를 치며 열띤 호응을 해주었지요”
 파라과이 대성회에는 연인원 13만여 명이 모여 수만명이 결신하고 각종 병자들이 치유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3월 14일에는 바스모시 파라과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조 목사 일행이 대통령궁을 예방했다. 그 자리에 부통령, 전 국무위원, 3군 참모총장, 경찰군사령관 등이 배석했다. 스페인인어로 번역된 조 목사의 저서를 여러 권 읽었다는 바스모시 대통령은 조 목사에게 “파라과이 국민들에게 신앙적인 자신감과 용기를 준 것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조용기 목사는 “1만여 명의 한국 교포에게 특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