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간 직장 비우고 800만원 들여 매년 남미선교지 방문

 1992년 12월, 남미선교회가 발족되면서 초대회장에 조근덕 장로가 임명되었다. 당시 체육선교회장이었던 조근덕 장로가 자리를 옮기게 되자 조삼문 장로, 정국영 장로 등 6명이 함께 남미선교에 헌신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이들 6명은 자신들이 속한 대교구에서 100여 명의 회원을 모집하여 1993년 4월 26일 63빌딩 르네상스룸에서 조용기 목사를 모시고 창립 준비 기도회를 가졌다. 남미선교회의 정식 창립일은 6월 4일이다.
 당시 남미에서 선교하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소속 선교사는 모두 16명이었다. 남미선교회원들은 창립기도회를 마치자마자 바로 남미선교사들에게 선교대회에 참석해달라는 초청장을 띄웠다.
 매년 5월에 열리는 선교대회에 그때까지만 해도 남미 선교사들은 잘 참석하지 않았다. 사흘간의 선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먼 곳에서 오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선교대회 참석 비용과 대회기간의 숙식은 교회에서 제공하지만, 대부분 국내에 연고가 없었던 남미선교사들은 먼길 왔다가 바로 돌아가야 하니 아예 오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남미선교사들은 어릴 때 이민가서 오순절계통 신학교를 졸업하고 여의도순복음교회로 편입된 이들이었다. 지금은 본교에서 파송된 선교사들도 다수 활약하고 있다.
 남미선교회원들은 16명의 선교사들에게 부부동반으로 참석해달라는 초청장을 띄운 뒤 면밀한 준비에 돌입했다. 남미선교사들은 자신들을 후원하는 선교회가 생겼다는 소식에 전원 부부동반으로 선교대회에 참석했다. 선교사들은 선교대회 일주일 전에 입국하여 한달 정도 머물렀는데, 남미선교회에서는 선교사들을 계속 호텔에서 묵게 했다. 초대 선교회장인 조근덕 장로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도원이나 교회에 게스트룸이 있지만 선교지에서 고생하신 선교사님들을 잘 모셔야겠다는 생각에서 호텔에 모셨지요. 경비는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댔습니다. 그 전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선교사들은 사흘간 교회 공식행사에 참석한 뒤 남미선교회원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가정에 초대하여 식사를 대접하고, 선교사들과 회원들이 강원도로 야유회도 다녀왔다. 체육대회를 열어 즐거운 시간을 갖고 남미선교의 활성화에 대한 세미나를 열어 선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선교사들이 돌아갈 때 남미선교회원들은 선물과 금일봉을 준비했다. 이 전통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남미선교회 2대 선교회장 조삼문 장로의 얘기이다.
 “선교사님들이 정말 기뻐하셨어요.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이민갔다가 한국에 처음 오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선교사님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회원들이 보람을 느꼈지요. 선교사님들이 ‘선교대회가 기다려진다. 너무 잘해주어서 돌아가기 싫다’고 말씀하셔서 모두를 안심했지요”
 1993년 8월 8일부터 25일까지 회원들은 남미 선교지 첫 방문 길에 나섰다. 남미 선교에서 가장 힘든 것은 오고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이다. 남미에 가려면 일반적으로 미국 LA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게 된다. 남미 국가들의 비행기 시각은 일정하지가 않아 현지에 가서야 비행기가 언제 뜰지 알 수 있다. LA에 가서 브라질의 상파울루로 가는 비행기가 먼저 있으면 그 비행기를 타고, 과테말라로 가는 비행기가 빠르면 그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식이다. 브라질로 가면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 순으로 돌고 과테말라로 가면 에콰도르 멕시코 순으로 선교지를 돌아본다. 중간에서 쉬는 시간까지 합쳐 한국에서 브라질 상파울루까지 37시간이 걸린다.
 남미까지 가는데도 힘들지만, 남미 내에서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에서 이동할 때 도착지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되지만 남미는 그게 불가능하다. 브라질을 예로 든다면, 다음 장소로 옮기려면 반드시 상파울루로 되돌아와 거기서 다시 비행기를 타야한다. 그러니 비용과 시간이 2배로 든다.
 한국에서 가는 데도 오래 걸리고, 남미 내에서 8개국을 옮겨 다녀야 하니, 일인당 남미 선교지 방문에 드는 비용이 800만원에 이른다. 물론 다른 선교회와 마찬가지로 경비는 자기가 부담한다. 그럼에도 남미선교회원들은 매년 1∼2차례씩 선교지를 방문하고 있다.
 남미 선교지를 9차례나 방문한 3대 남미선교회장 정국영 장로의 얘기이다.
 “한번 떠나면 보통 20일정도 남미에 머물게 됩니다. 우리교회 선교사님들이 남미 8개국에 흩어져서 선교를 하고 계십니다. 한 나라에 보통 2박3일 일정을 잡고 8개국을 다 돌아보게 됩니다. 만약 한군데라도 빼먹으면 ‘왜 우리 선교지에는 안오느냐’면서 섭섭하게 생각하시기 때문이죠”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려니 대개 밤에 이동하게 된다. 20일을 거의 차에서 자면서 남미를 일주하는 것이다. 피곤하지만 아침에 선교사들과 성도들을 만나면 피로가 싹 가신다고 한다.
 남미 선교지에 가면 선교사들보다 성도들이 선교단을 더 반가워한다. 선교단이 도착하면 선교사들은 특별집회를 열어 본국에서 온 장로들의 설교도 듣고, 간증도 듣는다. 조근덕 장로의 얘기이다.
 “우리가 떠날 때면 교민들은 마치 혈육이라도 떠나보내는 것처럼 눈물을 글썽여요. 버스를 잡고 우는 분도 계셔서 우리도 콧날이 시큰해지죠. 남미에 한국 방문객이 많지 않은 데다, 교포들 중에 한국에 오랫동안 못 오신 분들이 많아 우리가 가면 다들 좋아하십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