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하나, 감 하나

이의용 <수필가>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가을을 생각하는 계절이라 하는데, 그건 아마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기온 때문이 아닌가 싶다. 너무 더우면 사람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열 받았다’는 말이 있는데, 열이 오르는 건 좋지 않다. 너무 추워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얼었다’고 하는데, 사람이 얼면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한다.
 가을은 춥지도 덥지도 않아, 몸으로 움직이고 머리로 생각하기에 좋다. 이럴 때 책도 많이 보고, 생각도 많이 하면 좋겠다. “사색(思索)하라, 그렇지 않으면 사색(死色)이 되고 만다” 필자가 지은 말이다.
 이 가을에는 사과와 감을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과 어울려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한테 베풀기도 하고 신세를 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 ‘더하기(+)’의 존재가 되기도 하고, ‘빼기(-)’의 존재가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헤어지게 된다. 특히 좋지 않은 일로 ‘이를 갈며 헤어진 사람’이 생기기도 한다.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하는 이 계절에 고마운 사람과 미안한 사람을 한번 생각해보자. 우선 백지를 꺼내놓고 고마운 사람과 미안한 사람들의 명단을 적어보자. 과연 어느 쪽이 많을까? 만약 고마운 사람이 많다면 주위에 빚을 많이 지고 사는 사람이다. 사과할 사람이 많다면 죄를 많이 지고 사는 사람이다.
 그들에게 마음의 표시를 해보면 좋겠다. 고마운 사람에게는 감을, 미안한 사람에게는 사과를 선물해보자. 고맙고 미안한 사람에게는 사과와 감을 함께 선물하면 좋겠다.
 기독교에서는 11월 셋째 주일을 추수감사절로 지킨다. 어차피 산업화로 농사짓는 집이 별로 없고, 이미 추수를 마친 시기여서 그냥 ‘감사절’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감사절부터는 감사하고 사과하는 전통을 만들면 좋겠다. 우리는 너무도 감사를 모른다. 그나마 감사는 알아도 사과를 모른다. 서로 감사도 하고 사과도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 사과 장사도, 감 장사도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