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는 인간이 사는 제2의 환경
문화 다양성에 대해 바른 관점 가져야
하나님의 계획과 창조질서를 중심으로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범위가 너무 넓어 쉽지 않다. 그것은 마치 환경이 무엇인지를 꼭 집어 말하려는 것과도 비슷하다. 환경이란 땅, 공기, 물 등 삶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따라서 대단히 넓은 범위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 문화는 자연처럼 인간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제2의 환경이다. 물고기가 물 속에서 살 듯 인간은 문화 속에서 살아간다.
문화는 하나님께서 만드신 자연과 대조된다. 저절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의도를 가지고 하는 모든 활동의 결과이다. 문화는 건물이나 공예품과 같은 유형적인 것과 제도나 삶의 방식처럼 무형적인 것이 있다. 문화는 흔히 예술과 동일시되곤 한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수준이 전제되기도 한다. 문화인이 되려면 문학, 음악, 미술을 알아야 한다고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오늘날 문화는 이런 고전적인 생각보다 훨씬 넓어졌다. 물질적이고 현실 생활 속의 모든 것이 문화와 연관되고 있다. 화장실 문화와 같은 말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한 문화연구가는 “문화는 일상적이다”라고 주장했을 정도이다. 의식주와 성생활까지도 문화의 범주에 넣는 것은 이런 관점에서 비롯된다. 이 주장은 대중문화가 주류로 자리를 잡은 오늘의 현실에 보다 정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논리의 여파로 문화는 다를 뿐이지 하나가 다른 것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는 다원주의가 나온다. 오늘날 문화 논의에서 가장 중시되는 점은 다양성이다. 자연히 문화전통 사이의 조화나 대화가 모색되기도 하지만 ‘문화전쟁’과 같은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리스도인은 이런 변화 속에서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중심으로 바른 문화관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문화의 다양성에 대해 바른 관점을 가져야 한다. 문화는 다양하다. 우리처럼 단일민족 사회에서도 지방마다 특성이 있는 문화가 있다. 물론 문화의 다양성이 반드시 부정적이거나 악한 것은 아니다. 문화는 인간이 본능에 매여 있지 않기에 가능하다. 벌집이나 거미줄은 놀랄 만큼 정교하다. 그러나 그것은 본능에 따른 형성으로 아무리 시간이 가도 발전하거나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내는 문화는 환경과 역사에 따라 극히 다양하다. 물론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비교적 우열이나 선하고 악한 문화가 있다는 사실을 배제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문화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상대적이라고 보는 것이 오늘의 일반적인 경향이다. 물론 그리스도인은 그런 입장에 설 수 없다. 나아가 문화는 인간이 하나님께로부터 위임 받은 소명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는 인간이 하나님께서 만드신 세계를 맡아 돌보고 가꾸는 청지기라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청지기는 마음대로 할 수 없듯이 인간의 문화 활동은 창조 질서와 하나님의 계획을 존중하는 가운데 되어야 한다. 창조 자체가 말씀에 대한 순종이듯이 문화와 역사도 그에 순종해야 한다. 문화와 자연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다. 인간은 스스로의 계획과 질서를 세상에 부여하는 주권자가 아니다. 그는 하나님의 통치를 대행하는 사역자이다.
인간은 소명을 상상, 이해, 분석, 종합, 직관, 느낌을 통해 세상을 파악하고 솜씨와 재능을 발휘하여 개발하므로 감당한다. 온 세상에 가득한 하나님의 영광을 풀어내어 드러내고 반영하여 그에게 찬양을 돌린다. 반드시 고급한 것만 아니라 소위 원시적이고 유치한 것도 포함된다. 문화는 타락 이후 인간들이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반대로 타락 이후 죄악을 억제하기 위해 고안된 처방전도 아니다. 그것은 타락보다 앞선다. 문화의 기원은 창조에 있다.
문화는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뜻에 맞게 피조물을 조성하고 보호하며 가꾸어감에서 이루어진다. 이 일은 개인이 아니라 하나님 백성의 공동체적 역사이다. 궁극적 목표는 하나님의 나라를 향하여 나아감이다. 물론 하나님의 나라를 세상적인 성공이나 찬란한 무엇과 동일시하는 일을 피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문화는 화려한 것이나 큰 것이 아니라 ‘샬롬’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서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롬 14:17) 문화 논의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얼마나 고급스럽고 귀족적이냐가 아니다. 그것이 과연 하나님 나라의 특성인 의와 화평을 이루는 일에 우수한가가 문화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문화의 표지는 ‘샬롬’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