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분열의 원인을 제공한 왕
 
 솔로몬시대는 비교적 태평하여 다윗시대처럼 전쟁에 힘과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그대신 타국과의 외교를 활발히 함으로써 이득을 얻었다. 그는 애굽 바로의 딸을 아내로 맞았다. 이방인의 딸과 결혼한 것은 조상의 유훈과 민족혈통상 찬성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성경에는 가나안 족속에 대하여는 잡혼을 금했으나, 애굽에 대하여는 관대한 듯하다. 모세, 요셉, 아브라함(하갈) 같은 이도 애굽 여인을 취한 것을 보아서 알 수 있다. 솔로몬의 결혼은 수교의 한 방편이었다. 이 결혼으로 그는 애굽 왕으로부터 게셀과 많은 말과 병거를 얻었다. 또 유브라데 강가에서 애굽에 이르는 대상의 통로를 이용한 많은 이권을 얻었다. 이어 솔로몬은 두로 왕 히람과도 수교하고, 히람의 딸도 아내로 맞았다. 히람은 성전과 궁전 건축에 필요한 레바논의 백향목을 제공했다.
 솔로몬은 부왕 다윗으로부터 금 10만 달란트(오늘날 66조 8000만원 상당), 은 100만 달란트(4조 7200억원 상당), 놋, 철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재물을 물려 받았다. 솔로몬의 세수입금이 1년에 666달란트였으며, 이웃나라들로부터 조공도 받았다. 스바 여왕을 비롯한 외국 고관이나 사절들이 그의 지혜를 탐구하러 내방할 때 금은 기명, 의복, 갑옷, 말, 노새 등을 예물로 가져왔다. 솔로몬의 영화, 명예, 권세는 극에 달했다(왕상 10:14∼25).
 그러나 이러한 재물을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데 사용한 것이 문제였다. 솔로몬은 자기의 궁전을 짓는데 13년의 세월을 소비했다. 또 국내외로부터 많은 처첩을 맞았는데, 후비가 700명, 후궁이 300명에 이르렀다. 그들을 위해서도 궁전과 신전을 지었다. 이들은 대부분 이방 여인들이었다. 제각기 자기나라의 우상을 가지고 왔으므로 궁중은 우상의 소굴이 되고 말았다. 일찍이 하나님께서는 왕된 자에게 세 가지 금기사항을 주셨는데,“말과 아내와 은금을 많이 두지 말라”는 것이었다(신 17:14∼20). 부왕 다윗도 이로인해 가문의 환란을 겪었는데 이를 보고도 그 길을 갔으니 솔로몬은 더 큰 죄를 범한 셈이다. 결국 불순종과 우상숭배 죄에 대한 심판은 왕위를 빼앗기고, 국가분열로  나타났다.
 솔로몬은 수도 예루살렘을 비롯해 하솔, 므깃도, 게셀, 바알랏, 다드몰 등 많은 성읍을 건설했다. 웅대한 건축사업을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무역이 성행했고, 강제 노동과  과중한 세금이 부과됐다. 유다지파에 대한 특별우대 등은 백성들의 불만을 더욱 고조시켰다. 더구나 번영의 과정에서 외국 풍습과 종교, 문물의 영향을 받아 국민의 가치관에 혼란을 일으켰다. 그 결과 여로보암의 난이 일어난 것이다(왕상 12장). 선지자 아히야는 여로보암에게 “여호와의 말씀이 내가 이 나라를 솔로몬의 손에서 찢어 빼앗아 열 지파를 네게 주리니”라고 예언했다. 솔로몬이 40년 간 통치하고 죽자, 예언대로 여로보암은 10지파의 북이스라엘을 통치하고,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은 유다와 베냐민지파만 다스리게 되었다.
 솔로몬은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함으로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성전이 웅장하게 건축되었기 때문에 그 나라가 잘 되고 평안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온 백성들이 얼마만큼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가에 따라 참된 안식과 평강이 넘치게 되는 것이다. 후세에 예수님은 “솔로몬의 모든 영광이 들에 핀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마 6:29)고 말씀하시며, 이 세상의 영화가 얼마나 허망한가를 가르쳐 주셨다. 솔로몬은 최고의 영화를 누린 반면에 철저히 인생무상을 느낀 사람이다(전 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