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여라"

김홍원 목사(홍보국장)

 추석은 단오, 설과 함께 우리 나라 3대 고유명절중의 하나입니다. 음력으로 8월 보름인 추석을 한가위라 하는데, ‘한’이란 크다는 뜻이고 ‘가위’란 가운데란 말로 8월의 한 가운데 있는 큰 날이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 때는 농사일도 거의 끝나서 햅쌀과 햇과일이 나오기 시작하며 하늘은 높고 날씨는 쾌청하여 예로부터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여라”고 말했습니다.
 금방이라도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 속으로 논밭에 가득한 곡식과 주렁주렁 달린 열매 등 자연의 풍성함을 통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하나님의 사랑과 자연의 순종에서 오는 지혜를 느낄 수 있습니다. 지난 여름은 10년 만의 무더위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태양 아래 모든 자연은 타는 듯한 목마름으로 멈출 것 같지 않은 폭염을 잘 견디어 냈습니다. 보통 한 여름의 뜨거움 이후 온 산하를 휘감는 기나긴 장마가 걷히고, 이제 더위와 장마로부터 조금 벗어나 지내기가 여간하여 질 때쯤이면 초가을 몇 차례의 태풍이 저만치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위와 장마로 기진맥진한 자연은 이 태풍 역시 견디어 내야 풍성한 결실의 계절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태풍 메기로부터 시작한 몇 차례의 태풍이 온 산하를 할퀴고 지나갔습니다. 여름의 장대비 뿐 아니라 거친 태풍의 할큄 가운데에서 논밭의 곡식과 나무들은 꿋꿋하게 그들의 자리를 잘 지켜 냈습니다. 평상시 사람들이 손으로 꺾거나 문지르면 쉽게 갈라지고 찢어지는 연하디 연한 잎사귀들이 그리도 강한 태풍과 장대비를 견뎌내는 것을 보면 참으로 그 생명력 앞에 경이와 함께 절로 머리가 숙여집니다. 하나님께서 천지와 만물을 창조하실 때, 아마도 온 만물에 그 어떠한 고통과 고난 속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나름대로의 생명력도 함께 주신 것 같습니다.
 성경에는 추수 때 땅에 떨어진 곡식의 낟알이나 과일을 모두 거두어 들이지 말도록 말씀하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객이나 과부, 고아들이 먹을 수 있도록, 자연의 새들과 짐승들의 양식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해 되도록 많은 낟알과 과일들을 그대로 밭에 두고 오도록 하였습니다. 우리의 조상들도 한가위가 되면 풍성한 오곡백과를 거두어 먼저는 조상께 감사하고 가까운 이웃 친척들과 나누어 먹는 풍성한 전통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와 사회가 불안하고 경제가 어렵습니다. IMF 경제 한파 이후 최악의 경제 사정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도 어려움으로 선물 장터는 한산하기만 합니다. 가난과 고통으로 많은 가정이 깨어지고 자신의 목숨마저 버리는 일들이 다반사입니다. 우리의 힘과 지혜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아무리 애쓴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지 않을 때, 우리는 그 어떤 결실도 건져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만물에 부여하신 하나님의 생명력과 은총을 받은 자연은 모든 과정을 거친후 드디어 풍성한 결실을 맺었습니다. 이러한 곡식과 과일들의 낟알 하나하나에는 그간의 수고와 인내, 지혜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신 놀라운 생명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뜨거운 태양과 굵은 장대비 아래에서 또한 몰아치는 태풍을 맞아가며 맺게 된 결실들은 푸르른 가을 하늘 아래 황금빛 물결을 이루며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고통을 참아내며 수고와 인내를 맛본 뒤에야 알 수 있는 풍성함과 여유, 지금은 이러한 마음으로 서로 나누고 섬기는 마음 또한 ‘큰’ 시기이어야 합니다. 이 풍성함과 사랑으로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여라”는 마음이 언제나 우리의 삶 가운데 소망의 빛으로 유지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