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이영훈 목사(논설위원, 교무담당 부목사)

 일본의 저명한 기독교 문학가 미우라 아야꼬는 죽기 전 그의 결혼 생활을 뒤돌아보며 ‘고마워요 감사해요’라는 책을 남겼다.
 그녀는 13년이라는 긴 기간을 폐결핵과 척추 카리에스로 죽음과 싸우며 투병 생활을 하다가 기적적인 하나님 은혜로 차츰 회복되어 병상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투병 중에 만난 한 믿음의 사람과 결혼하여 행복한 삶을 꾸려 가던 중 직장암과 파킨슨병을 앓게 되어 하루하루 죽음과 씨름하며 살아야 했다. 그 고통의 순간에도 그녀는 신앙의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며 집필 활동을 계속, 총 30여 권의 작품을 남겼다. 그녀의 책은 모두가 살아 있는 간증이다. 특별히 그녀가 말년에 남긴 ‘고마워요, 감사해요’ 이 책을 읽노라면 고난조차도 긍정적 신앙으로 소화한 그녀의 신앙 앞에, 풍성한 은혜 속에 살면서도 사소한 것에 쉽게 원망과 불평을 쏟아 놓는 우리들의 모습이 너무 부끄럽기만 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감사의 절기인 추석이 다가왔다. 추석은 삼국시대 이후 지금까지 지켜져 내려 온 감사의 절기이다. 한 해의 풍년을 감사하고 조상의 은덕을 기리고, 음식을 나누어 먹고 춤과 노래로 기쁨을 나누는 참으로 의미있는 절기라 하겠다. 추석을 맞이하면서 하나님의 택함 받은 우리들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넘치는 감사를 하나님께 드려야 할 것이다. 영원한 감사의 제목인 구원의 은혜와 함께, 오늘 이 시간까지 지키시고 보호하시고 인도해 주신 에벤에셀의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 드려야 한다.
 우리 민족은 일제 35년의 통치와 6·25 전쟁으로 인한 엄청난 시련과 고난의 시절을 겪으면서도 잘 견디어 냈다. 기독교 신앙이 고난 중에 가장 큰 힘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삶이 풍요로워지면서 감사가 많이 사라져 버렸다. 풍요 속에 오히려 끝없는 갈등과 대립을 반복하는 현실을 보면서 출애굽한 이스라엘 같이 인간은 본성적으로 죄의 영향력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를 회복해야 한다. 먼저 우리 크리스천들이 감사의 본을 보여야 한다. 풍성한 감사가 이 사회의 고질적 문제들을 치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감사는 입술의 구호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실천으로 나타나야 한다.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베풀기를 좋아하는 너그러운 마음을 기독교 신앙으로 승화시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온 나라가 새롭게 변화되는 역사가 나타나야 한다.
 초대 교회에 궁핍한 자가 한 사람도 없었던 것 같이, 이제는 사랑의 실천자가 되어 우리 주위의 소외되고 불쌍하고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올해 추석은 그 어느 때 보다 감사의 의미를 깊이 새기는 추석,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