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희망심은 케냐대성회…원주민들에게 대접받은 원주민식 우유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성회가 열린 건 1993년 3월의 일이다. 1992년에 아프리카선교회 2대 회장에 취임한 오정환 장로는 기도하는 중에 ‘아프리카에 직접 가봐야겠다’는 소망을 갖게 되었다. 1992년 4월, 부회장 김상균 장로(당시 안수집사)와 함께 케냐를 방문한 오정환 장로는 방문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맛사이족들이 사는 빈민촌에도 가보고 경비행기를 빌려 투루카나라는 지역까지 가봤습니다. 빈민촌과 고아원을 방문하면서 느낀 것은 ‘사람이 동물보다 더 못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하루에 한끼나 두끼만 먹고, 아이들은 다 벗은 채 맨발로 지내고, 어른들은 천으로 겨우 몸을 가리는 정도였습니다. 집은 시골의 닭장을 연상하면 됩니다. 나뭇가지를 엮어서 1평 반 정도되는 방을 만들어 여러 사람이 사는데, 나뭇가지 사이를 소똥으로 메웠더군요. 소똥이 보온과 방충, 습기제거까지 된다고 해요. 전기는 당연히 없지요”
 오 장로는 원주민 선교사가 시무하는 맛사이족교회의 한 교인 집을 방문했을 때 곤혹스러운 일을 당했다.
 “짐승의 피를 탄 우유를 다 찌그러진 시커먼 냄비에다 미지근하게 데워 주더군요. 아프리카 사람들은 보통 아내가 네 명입니다. 그 집의 첫 번째 부인이 울면서 기도하더니 선교하러온 우리들을 대접한다며 내놓은 건데 안 먹을 수가 없잖아요. 집안에 전기가 없으니 냉장고도  당연히 없지요. 어떻게 보관한 우유인지, 어떤 동물의 피인지도 모르고 컴컴한데서 피가 섞인 우유를 마시는데 진땀이 나더군요. 그저 ‘믿습니다. 하나님 책임져주세요’하고 마셨습니다. 비릿한 냄새 때문에 고역이었지요”
 두 사람은 2주간 케냐와 탄자니아를 다니면서 사정을 살펴봤는데, 너무나 처절한 광경에 내내 가슴이 아렸다고 한다. 아이들은 옥수수대를 빨아먹고, 먹다버린 커다란 망고씨를 주워서 조금 붙어있는 망고를 발라먹는 게 군것질의 전부였다. 고아원을 방문했을 때 멀건 죽을 먹는 아이들의 크고 검은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귀국 후 두 사람은 조용기 목사와 순복음실업인선교연합회에 아프리카 사정을 보고했다. 아프리카선교회원들과 아프리카의 실상에 대해 얘기한 후 앞으로 성회가 개최되게 해 달라는 기도에 들어갔다. 오정환 장로와 김상균 장로는 기도할 때마다 눈물을 흘리던 검은 눈동자의 아이들이 떠올라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한다.
 회원들이 계속 아프리카 성회를 위해 기도하던 중 케냐에서 목회활동을 하는 기퉁가 목사가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방문했다. 기퉁가 목사는 나이로비에서 큰 교회를 이끌어가면서 여러 교회를 개척했다. 기퉁가 목사가 조용기 목사에게 아프리카 성회를 열어달라고 간절히 요청하자, 조용기 목사가 전격적으로 수용하였다. 그렇게 하여 1993년 3월 25일부터 케냐 나이로비에서 순복음실업인선교연합회 주최로 ‘케냐 성령폭발 대성회’가 열린 것이다.
 김대진 장로는 아프리카선교회에서 TV와 비디오를 마련하여 케냐로 보내 미리 성회 홍보를 했다고 일러주었다.
 “선교사님들이 현지 교역자들의 모임이 있을 때면 참석하여 조용기 목사님의 해외성회 비디오를 보여주었어요. 아프리카 목회자들은 이미 우리 목사님이 세계적인 분이라는 걸 다 알고 있었죠. 1991년부터 조 목사님의 설교가 케냐 국영 TV를 통해 방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대부분 목사님을 알고 있었어요. 인근 국가에서도 케냐 방송이 시청 가능합니다”
 임연심 선교사가 귀국하여 각 지성전을 돌며 금요철야 때 아프리카 선교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임 선교사가 시골목회자들에게 5000원만 지급하면 나이로비까지 올 수 있다고 하자, 성도들이 많은 호응을 해주었다. 당시 5000만원의 헌금이 들어와 그 헌금으로 케냐와 인근 국가의 가난한 목회자 수백명을 초청하고, 성회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선교회는 성회에 앞서 각종 유인물을 만들어서 현지로 보냈다. 아프리카에서는 흑백 인쇄 밖에 안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포스터를 컬러로 인쇄하여 수천장을 보냈다. 그런데 컬러 인쇄물이 오히려 문제가 되었다. 조용기 목사의 사진이 들어가 있는 데다 달력까지 들어 있는 포스터가 대인기여서 거리에 붙이기만 하면 사람들이 다 떼어가 버렸다. 높이 1.5m, 길이 10m짜리 대형 현수막도 많이 만들어서 보냈다.
 조용기 목사의 첫 아프리카성회에 한국에서 순복음실업인선교연합회, 영산선교회, 아프리카선교회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1993년 3월 25일부터 4월 3일까지 케냐 나이로비 우후르파크에서 열린 성회에 연인원 120만명이 모였다. 조용기 목사는 30일과 31일 양일간 설교를 하였는데 각각 30만명씩 모여 당시까지 아프리카 성회 역사상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 것으로 기록되었다. 31일 오전에 열린 조용기 목사의 ‘교역자의 역할’이라는 세미나에 6000여 명의 교역자가 몰렸다.
 케냐의 모이 대통령도 조용기 목사의 성회에 참석하였으며, 조 목사 일행을 대통령궁으로 초청해 환대했다. 성회에 케냐는 물론 탄자니아, 이디오피아, 수단, 우간다 등지에서도 많은 사람이 참석했다. 트럭을 타고 온 사람도 있었지만 사흘에서 닷새 동안 걸어서 참석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멀리서 환자를 데리고 온 사람들도 많았다.
 케냐대성회에서도 엄청난 신유의 역사가 일어났다. 해외성회에 다녀온 분들은 대개 “해외성회에서는 하나님께서 엄청난 능력을 보여주신다”며 “현지 성도들 보다 수행한 우리가 더 큰 은혜를 받고 온다”고 공통적으로 얘기한다.
 성회 기간 중에 조용기 목사와 여러 장로들이 맛사이족 마을을 방문했을 때 주민들이 역시나 피를 섞은 우유를 내놓았다. 대부분의 장로들이 그 우유를 먹지 못했지만, 조용기 목사는 그들의 정성을 생각하여 우유를 마셨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