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문화의 숨결 담아 전래

고난의 시기에 진실을 말하고 전달하기
물고기…처음엔 갈등 후엔 예수님 상징

 상징은 살아있는 존재가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존재와 교통하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다시 말하면 상징이란 몸의 내적인 것이 외부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다. 초기 기독교의 상징은 그레코로만 세계에서 유래되었지만, 성서적 배경으로부터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게 되었다. 하지만 상징의 의미를 동시대나 후대의 신학적인 문헌에서 인용될 수 있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왜냐하면 문학적 용법과 상징적 표현에 같다고 추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4세기 이전, 즉 콘스탄틴 황제의 기독교 공인시대 이전에 속하는 기독교적 상징은 제한적이다. 그 상징들은 어린양, 닻, 꽃병, 비둘기, 배, 감람나무 가지, 종려나무, 기도하는 사람, 선한 목자, 빵, 물고기, 포도나무와 포도 등 12가지 주요한 상징들과 요나, 십자가, 마리아, 예수님(기적의 일꾼) 등이다. 이러한 상징들은 ⑴닻과 배와 물고기로 묘사되는 갈등의 상징, ⑵기도하는 사람과 비둘기와 감람나무 가지로 묘사되는 구원의 상징, ⑶선한 목자와 어린양과 종려 잎이나 나무, 그리고 빵과 포도주와 포도나무와 포도 등으로 묘사되는 공동체의 상징, ⑷요나로 묘사되는 만족스러움의 상징, ⑸기적의 일꾼으로 묘사되는 구원자의 상징, ⑹마리아로 묘사되는 지고함의 상징, ⑺십자가로 묘사되는 패배의 상징, ⑻하나님으로 묘사되는 보이지 않는 권력의 상징 등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상징들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상징의 정체성, 제스처와 공간의 활용성, 배경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먼저 갈등의 상징인 닻과 배, 물고기에 대해서 살펴본다. 닻은 2∼3세기의 그림에서 자주 나타나는데 브리스길라(Priscilla) 카타콤에서는 몇 개의 다른 형태로 일곱 번이나 그려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닻은 물과 연관되는 상징인 배나 물고기 등과 함께 가장 초기의 기독교 상징이다. 그것은 성서의 배경과 함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그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지만, 다음 몇 가지로 해석된다. 콘스탄틴의 기독교 공인 이후로 점차 닻의 상징은 사라진다. 닻은 1세기의 교회 상황에서는 중요한 상징이었지만 4세기말에는 더 이상 존속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닻의 모습이 십자가와 비슷하기 때문에 박해시대의 위장된 십자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십자가가 공식적으로 인정되었을 때 더 이상 닻의 상징은 불필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닻을 히브리서 6장 19절과 연관시켜 하나님의 약속 안에 있는 소망이라고 해석한다. 클레멘트(Clement)는 닻은 만족스러운 좋은 상징이라고 하지만 구체적 의미는 밝히지 않고 있다. 그레코로만 세계에서 닻은 폭풍 가운데 안정을 취하는 도구였기 때문에 비유적으로 위험 속에서의 희망을 상징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갈등의 의미로 이해한다면, 닻이나 물고기, 배들은 모두 낯선 환경에서 존속하는 물품들이다. 그러므로 닻은 적대적인 문화 속에서의 안정을 상징한다고 여겨진다.
 배는 3∼4세기 기독교의 인기 있는 상징이었으며, 그 이후로 사라진다. 배는 비기독교적 배경에서는 사람을 다른 세계로 옮겨주는 상징을 가진다. 기독교의 무덤인 카타콤에 배가 그려져 있다는 것은 그 같은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콘스탄틴 이전 시대에는 죽은 사람이 다른 곳으로 취해감을 얻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 같다. 그와는 반대로 죽은 사람은 무덤에 그대로 있다고 여기고 있다. 그래서 가족들이 죽은 자와 함께 먹고, 그의 공동체는 죽은 자를 부른다. 훨씬 후대에 가서야 기독교회에서 죽은 자는 먼 세계의 삶을 산다고 여겼다. 그러므로 초기 기독교인들은 혼란의 바다 가운데 안전한 상태를 배로 상징했을 것이다. 그 혼란한 바다는 물론 사회정치적 위협을 뜻한다. 초기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 배는 영혼의 이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기도하는 사람의 그림에 나오는 방주의 노아나 배 안에 있는 요나는 안전성의 상징이다. 따라서 로마제국 아래서 사회적 안정을 얻고 어려운 삶을 벗어나게 되면 닻이나 물고기 그림처럼 배의 그림도 사라지게 된다.
 물고기는 그 단어가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 구세주’라는 구절의 첫 단어를 모은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상징이다. 하지만 물고기는 장식과 그림, 명문 등에 자주 등장하는 만큼 그 의미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닻과 함께 나타나는 갈등의 상징과 빵과 포도주와 함께 나타나는 식사의 상징이며, 두 가지는 서로 혼용되지 않고 있다. 물고기가 닻과 같이 나오는 그림은 낯선 이방 세계에서의 삶을 상징한다. 그래서 초기 기독교인들의 적절한 상징들은 바다와 연관되는 배와 닻과 물고기 등의 상징들이 평화를 뜻하는 비둘기나 선한 목자를 표상하는 수금과 함께 나오는 것이다. 초기 기독교 예술에서 물고기가 예수 그리스도와 동일시되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교부문학에서 예수님이 물고기와 동일시되었다는 것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공동식사를 상징하는 물고기는 무척 익숙한 주제이다. 초기 기독교인의 식사에 물고기가 없는 경우는 없다. 물고기를 먹는 식사의 유래는 유대인의 예비식사나 메시아적 연회로 해석되지만, 직접적으로는 예수님의 오병이어의 기적에 연관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물고기의 상징적 의미를 살펴보면 물과 연관되어 처음에는 갈등의 상징이었으나 기독교적 의미에서 세례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의 고백이라는 상징이 나왔을 것이다. 다음으로 2세기 말엽부터 예수님의 오병이어 기적과 연관되어 특별히 두 마리의 물고기가 초기 기독교 친교의 식사의 상징으로 변해갔을 것이다. 그후 콘스탄틴의 평화 시대가 되면서 물고기는 성례전의 음식으로 예수님을 상징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