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현재 위기상황”

김상길 목사(논설위원, 국민일보 종교국장)

 지난 11일 한 언론사가 여론 조사 전문기관에 의뢰, 전국의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국민의 의식을 조사한 결과 65.7%가 국가적으로 위기상황이라고 응답했다.
 위기의 근거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경제 상황. 응답자 10명 중 9명은 현재의 상황이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IMF) 때 보다 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각한 경제의 위기라는 말이다. 그 다음은 이념 갈등. 사회의 편가름이나 빈부격차, 진보와 보수의 대립, 노사문제, 지역갈등 심화가 위기의 동력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국가보안법폐지 추진, 과거사 진상규명, 수도이전 등 첨예한 현안이 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미국 순회 집회를 인도하고 귀국한 교계 지도자를 만난 일이 있었는데 이 분은 “국내 보다 미국 교포 사회는 대한민국의 위기 상황을 심각하게 느끼고 각 단체에서 절박한 기도회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감각이 둔화되어 있는 것 같다. 체념이 고착화된 게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위기현상 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감각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퇴화다. 타이타닉호가 침몰될 때도 몇 번의 경고가 있었지만 사령탑에서 그것을 무시한 채 과속 항진한데 있었다.
 공동체의 위기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이 있다. 첫째는 표피적인 시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운명은 정치력 부재와 경제의 무기력증이 합쳐져 암울한 형국이다. 거기에다 국가정체성 혼란과 북한 문제를 포함한 국제정세,‘변형된 종말적 문화’가 위기의식과 불안 전선을 확대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두 번째, 근원적인 시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근원적인데서 시대적이고 표피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이 민족에게 왜 이런 위기와 고통을 주시는지, 그리고 어떤 ‘약속의 땅’을 마련해 놓고 광야를 지나게 하시는지를 생각하는 일이다. 사실 그 어떤 위기 보다 영성 상실, 신앙의 배척, 영성에 대한 냉소주의, 기도의 적대감이 가장 큰 비극의 요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모세는 출애굽 후 홍해 앞에서 최대의 위기에 직면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군사작전이나 지형지물의 이용 전략 등 표피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근원적인 시각에서 이렇게 말했다.
 “너희는 두려워 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날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 ”(출 14:13)
 역사의 주권자이신 하나님께 돌아가 믿음을 새롭게 하는 일이 위기의 시대를 사는 해법이다. “만군의 여호와께서 이처럼 이르시되 너희는 내게로 돌아오라 그리하면 내가 너희에게로 돌아가리라”(슥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