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의 합작품

이근미 작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대단히 훌륭하면서 엄청나게 행복한 사람이다. 자신의 목표를 이룬 데다, 그 기쁨을 온 국민과 함께 나눠 갖기 때문이다. 전 국민을 기쁘게 하기란 사실상 대단히 힘든 일이다. 제아무리 멋진 연예인도 안티가 있고, 국민의 대표라는 대통령이 전 국민의 지지를 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승리의 순간을 전 국민과 함께 하고 모두에게 기쁨을 안겨준다.
 아테네올림픽 중계가 거의 야심한 밤에 이뤄지다 보니 다들 생활 리듬이 깨져 곤욕을 치렀다. 나도 주요 경기를 지켜보고, 금메달을 딴 경기는 채널을 바꿔가며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보느라 밤잠을 설치곤 했다. 금메달을 따는 순간, 그 벅찬 환희를 계속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중에서 특별히 유도의 이원희 선수와 태권도의 문대성 선수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다. 국내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태릉선수촌에서 상상할 수 없는 훈련을 거쳐 아테네로 입성한 뒤, 강호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면 선수는 기쁨에 겨워 펄쩍 펄쩍 뛰게 된다.
 그런데 이원희 선수와 문대성 선수는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매트에 꿇어앉아 기도드리고 두 손을 높이 들어 하나님께 영광돌렸다.
 20대의 피끓는 젊은이가 어쩌면 저토록 침착할 수 있는지,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소름이 돋았다. 두 선수 모두 한판의 메치기와 한방의 발차기로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는데, 승리와 감사의 순간이 한편의 드라마처럼 이어지는 광경이 너무도 감동적이었다. 그 순간 나에게 떠오른 글귀는 ‘신(神)과의 합작품’이라는 것이었다.
 마치 예정된 일을 해냈다는 듯 담담하게 기쁨을 표현하던 두 젊은이, 그들의 노력과 신실함에 경의를 표한다. 최선의 노력을 한 뒤 정상에 서서 아름답게 경배하는 모습, 그들에게서 ‘가장 기쁜 순간 가장 감사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