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지역 원주민들에게 이발해주고 부항 떠주면서 선교

 해외성회가 없을 때 선교회원들은 과연 무얼할까. 동남아선교회원들은 성회가 없을 때도 바쁘다고 했다. 동남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는 모두 47명. 11명은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파견했고, 36명은 인도네시아 말랑과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두 개의 베데스다신학교에서 배출한 현지인 선교사들이다. 선교사들의 요청이 있거나 지교회 헌당 등 공식적인 행사가 있을 때면 선교회원들이 10여 명씩 돌아가면서 5박6일 일정으로 현지를 방문한다.
 가장 중요한 활동은 새로운 선교지역 개척에 앞서 정탐을 가는 일이다. 2000년에 동말레이시아 씨부라는 지역에 동남아선교회원 10여명이 정탐을 갔다.
 서말레이시아는 선교가 금지되어 있지만,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원주민들이 많은 동말레이시아 지역에서의 선교는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묵인하고 있다.
 씨부에 가려면 세시간 동안 배를 타야 한다. 두시간 동안 페리호를 타고 따따오강을 거슬러 올라간 뒤 바닥이 낮아 더 이상 갈 수 없게 되었을 때 카누처럼 생긴 긴 쪽배로 갈아타고 1시간을 더 가야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정글 지역의 원주민들은 원두막을 죽 이어놓은 것처럼 생긴 롱하우스에 모여 산다. 원두막 아래는 긴 복도처럼 툭 트여있는데, 보통 하나의 롱하우스에 50세대에서 100세대가 모여 산다.
 정글 지역이니 당연히 전기를 비롯한 문명시설이 전혀 없다. 원주민들이 나무 열매를 따먹으며 정령을 숭배하는, 그야말로 원시적인 공간이다. 마을 입구에 원숭이 머리나 사람 해골이 걸려 있는 것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예전에 부족끼리 싸움을 하여 승리하였던 것을 기념하는 징표이다.
 정탐을 갈 때는 동남아선교회 고문인 김재원 장로도 늘 동행한다. 의사인 김 장로가 약을 잔뜩 준비해 가서 진찰할 때면 동네 사람들이 거의 다 온다. 원주민들의 평균수명은 50세. 대개 10대에 결혼하고, 외지에 한번도 나가보지 못한 채 거기서 나서 거기서 살다가 죽는다.
 동남아선교회원들은 선교를 위해 각자 기술을 한가지씩 익혔다. 모든 회원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기술은 이용기술. 정글 지역에 가면 모든 회원이 이발사가 되어 가위를 들고 주민들의 머리를 잘라준다. 잘못 잘라서 비뚤비뚤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주민들은 그저 머리를 잘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무척 좋아한다. 아이들과 남자들은 머리를 잘라주는 것에서 끝나지만 여자들은 퍼머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여자회원들은 퍼머기술까지 익혔다. 어디서 구했는지, 영국의 다이애너비 사진을 갖고 와서 똑같이 해달라는 주민도 있다고 한다.
 이승창 안수집사는 “회원들이 종일 서서 밤늦게까지 머리를 만지느라 허리가 부러질 것 같아도 원하는 사람을 다 해줍니다. 주민들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선교가 잘 되기 때문에 선교 나가면 밤잠을 안자며 봉사를 하죠”라고 얘기했다.
 원주민들에게 인기 높은 건 부항. 부항을 뜨면 금방 효과가 나기 때문에 모두들 좋아한다.
 한쪽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다른 회원들은 동네 아이들을 모아서 복음성가를 가르치고 동네 사람들에게 전도를 한다. 저녁에 주민들을 모아놓고 예배를 드릴 때면 어린이들이 어느새 익힌 복음성가를 선보이기도 한다. 동남아선교회원들은 “정글지역에서 귀엽게 율동하면서 찬양하는 어린이들을 보면 가슴이 뿌듯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고 말했다.
 원주민들은 글을 못 읽기 때문에, 함께 간 선교사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게 구원의 역사를 전하게 된다. 박용주 안수집사는 “원주민들이 한군데 모여 살아 전도하기는 쉽지만 성경이 없어서 믿음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게 문제”라고 안타까워했다.
 예배가 끝나면 선교영화를 상영한다. 경유를 넣는 소형발전기로 전기를 일으켜 영사기로 영화를 보여준다. 예수님의 생애를 담은 ‘예수’라는 선교용 영화는 100여 개 나라말로 번역되어 있다. 생전 처음 보는 활동사진을 원주민들은 넋을 놓고 본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영화를 보다가 나중에 감동 받는 모습을 지켜볼 때면, 동남아선교회원들도 감동과 보람을 느낀다. 영화가 끝나도 아무도 돌아가지 않아 대개 두 번씩 보여준다. 어떤 곳에서는 주민들이 밤새도록 가지 않고 영화를 자꾸 보여달라고 하여 네 번이나 상영한 적도 있다.
 1박 2일을 머물면서 봉사활동과 전도를 하면 주민가운데 60% 정도가 예수를 영접하는 결실을 맺는다. 선교회원들은 한번 가면 보통 서너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강행군을 한다. 5박6일간 잠깐씩 눈을 붙이면서 주민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펼친다. 원주민 선교를 다닐 때는 절대로 한국음식을 갖고 가지 않는다. 주민들이 주는 음식을 똑같이 먹고, 그 사람들과 동화되어야 전도하기 쉽기 때문이다. 날아갈듯한 알람미로 만든 밥을 손으로 집어먹고, 이상한 음식도 주는대로 다 먹는다. 정덕우 장로는 “느끼한 음식들도 맛있는 척하면서 다 먹어요. 전도를 하기 위해서 그들과 똑같이 행동하죠”라고 일러주었다.
 현재 동말레이시아 정글 지역에 1000개의 롱하우스가 있는데, 동남아선교회는 그곳에 100개의 지교회를 세울 계획이다. 현지인 선교사를 파송해 한 사람이 몇 개의 지교회를 관리하며 말씀을 전하면 원주민들이 믿음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선교회에서는 정글지역에 현재까지 5개의 지교회를 세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