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사’이자  모세 이후 ‘첫 대선지자’

 사무엘은 사사시대에서 왕국의 성립(B.C. 1020년)으로 옮겨가는 전환기 시대에 마지막 사사로서 이스라엘을 이끌어 간 지도자이다. 엘가나의 처 한나가 하나님께 간구하여 낳은 아들로서 젖을 떼자마자 어머니에 의해 바쳐져 엘리 제사장 밑에서 하나님을 섬겼다. 그 뒤로 한나는 1년에 한번 사무엘의 옷을 지어 가지고 실로성전으로 갔다. 사무엘은 성전에서 생활하며 하나님의 사람으로 준비되어 갔고, 어느날 엘리 제사장이 나이들어 눈이 어두워져 자기방에 누워있을 때, 하나님께서 사무엘을 부르셨다. 그리고 “들으라, 내가 이제 이스라엘에서 무슨 일을 할 터인데, 듣는 사람마다 가슴이 내려앉으리라”고 말씀하셨다.
 이 당시 이스라엘을 괴롭히는 족속은 블레셋이었다. 전쟁에서 언약궤마저 빼앗긴 이스라엘은 무려 20년 동안이나 계속되고 있던 블레셋의 압박에서 헤어날 길이 없었다. 백성들이 하나님께서도 돌보시지 않는다고 답답하고 막막하기만 하던 때에 새로이 나타난 지도자가 바로 사무엘이다. 엘리의 뒤를 이어 제사장이 된 사무엘은 이스라엘 전역을 두루 다니며 율법을 가르치고 우상숭배로부터 돌아설 것을 촉구하였다. 이에 하나님께로 마음을 돌이킨 이스라엘 백성들은 사무엘을 주축으로 미스바에 모여 나라와 민족을 위한 대금식성회를 열었다. 온 백성이 합심하여 드리는 기도는 하늘보좌에 상달되었고, 블레셋이 패주하는 에벤에셀의 기적을 낳았다. 블레셋을 물리침으로써 명실상부한 민족지도자로 인정받은 사무엘은 하나님께 받은 능력과 경건하고 청렴한 삶(삼상 12:3)을 통하여 백성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사무엘이 나라를 다스리는 동안 이스라엘은 이방인의 압정을 피하여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이처럼 사무엘은 오직 하나님의 영광과 나라의 안정만을 위해 열심을 내었으나 안타깝게도 그의 아들들은 그렇지 못했다. 두 아들은 사사로 있으면서 아버지의 신앙과 삶을 따르지 않고, 불의의 길을 갔다(삼상 8:1∼3). 이것이 결국 백성들이 사무엘에게서 등을 돌리고 왕을 요구하는 구실이 되었다. 장로들이 모여서 “다른 나라처럼 우리를 다스릴 왕을 세워 주시오”하고 요구하였다. 그 시기에 블레셋을 비롯하여 암몬, 모압, 에돔은 모두 왕을 세우고, 그 통치 아래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이스라엘은 성전중심으로 신앙연합을 형성하고 있었으며 정치적, 군사적으로는 각 지파마다 조직돼 있었기 때문에 강력한 외적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왕’이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무엘은 그들의 심중에 있는 왕을 세우는 것이 하나님께서 왕을 세우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만류했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소유로서 하나님께서 친히 그들의 왕이 되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지도자 역시 하나님께서 정하셔야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무엘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왕을 세우실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그러나 백성들은 그렇게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빨리 세우라는 성화가 들끓었다. 결국 사무엘은 사울에게 통치권을 넘겼다. 제사장과 선지자로서의 직무만을 수행하게 된 사무엘은 항상 백성들이 행복하기를 기원하였다. 자신을 배척한 백성들을 위하여 축복한 사무엘의 민족애는 바로 하나님의 사랑이었다.
 사무엘은 사울왕의 타락과 함께 하나님의 신이 그에게서 떠남을 보고,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주었다. 사울왕과 다윗의 갈등이 계속되는 와중에서 사무엘은 고향인 라마로 돌아가 선지학교를 세워 후진양성에 힘썼다. 그의 인격과 신앙은 어머니 한나에게 이어 받은 것이다. 어떠한 곤경에 처할지라도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준 충고는 “여호와를 섬기며 그의 명령을 거역하지 말라”였다. 그는 결코 권력을 장악하는 것만을 염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지위나 명예, 또는 권력을 구하지 않았지만 그런 것들이 따라왔다. 그는 신앙 영웅열전에 들어간 사람으로서, 그 일생의 생활 원리는 신앙이었다(히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