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은 경호 펼친 필리핀성회...피지성회 때는 농악 선보여

 1997년 11월 5일부터 11월 7일까지 필리핀 마닐라 나사스포츠센터에서 마닐라대성회가 개최되었다. 이 성회를 앞두고 동남아선교회는 특별 경호대책을 세웠다.
 1989년 11월 7일부터 10일까지 CGI 주최로 열린 마닐라대성회 때 일어난 사건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공산반군이 자주 출동 하는 위험지역이다. 당시 국빈대우를 받으며 입국한 조용기 목사를 필리핀 해병대 일개 소대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경호했다.
 저녁성회가 열린 아키노스타디움은 연일 꽉 찼고, 오전에 다른 장소에서 열린 교회성장세미나에는 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교역자들이 많았다. 4000석 짜리 공간을 마련했으나 신청한 교역자가 워낙 많아 4729명에서 마감해야 했다.
 저녁 성회는 사흘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둘째 날 설교를 마친 조용기 목사는 동행한 차일석 장로와 이광웅 장로에게 “내일은 다른 목사님이 설교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시 이광웅 장로는 그 얘기를 대수롭지 않게 들었다고 한다.
 “좀 피곤해서 그러시나 보다 했지요. 성회 주최측은 사흘째가 더 중요하다며 조목사님께 꼭 설교를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목사님도 애초에 그렇게 약속했으니 단호하게 말씀하지 못하셨죠. 다음날 오후 6시 30분까지 스타디움에 가야 하는데 목사님이 6시가 되었는데도 방에서 안나오시는 겁니다. 미리 성회장소에 가서 기도하시는 분인데 오늘따라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해병대원들이 몰려와서 목사님을 나오지 말게 하라는 겁니다”
 해병대원들이 스타디움을 점검하러 갔을 때, 이상하게도 불이 꺼져 있었다고 한다. 불을 켜는 순간 단상에 있던 두 남자 가운데 한 명은 도망가고, 한 명만 체포되었다. 그들은 다름아닌 북한 공작원들이었고 단상에 폭약장치를 하던 중이었다. 그들은 조 목사가 필리핀에 입국할 때부터 계속 따라다녔다고 한다. 필리핀 해병대원들이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해 그런 불상사가 일어난 것이다.
 그날 저녁 집회는 결국 취소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미국으로부터 최자실 목사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다. 이광웅 장로는 당시 너무 놀라 경황이 없었다고 한다.
 “우리는 그냥 ‘목사님이 피곤하셔서 그런가보다’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목사님은 벌써 영적으로 느끼신 거지요”
 조용기 목사는 필리핀 해병대원들의 더욱 강화된 경호를 받으며 바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 사건을 잘 알고 있던 동남아선교회 회원들은 특별히 경호에 신경을 썼고, 56명의 남자 성도를 경호원으로 배치했다. 평소 해외성회 때는 무전기를 빌려서 썼는데, 필리핀성회 때는 무전기를 아예 사서 회원들이 하나씩 다 들고 다녔다. 당시 필리핀 담당 부회장이었던 정덕우 장로는 성회장 지붕 꼭대기까지 샅샅이 뒤졌을 정도로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고 말했다.
 “해외성회 주최측은 목사님이 그 시간에 오셔서 설교해주는 것에만 신경 쓰지 그 이상은 생각 안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가서 목사님을 보호하는 겁니다. 우리 목사님이 안전한 가운데 말씀을 전하게 하려는 거지요. 목사님이 편안한 환경 속에서 말씀을 잘 전하셔야 결신자가 많이 생기지요. 목사님을 돕고 보호하는 것이 곧 선교이기 때문에 모두들 열심히 한 겁니다”
 차라리 이슬람 지역에 가면 경호가 더 쉽다고 한다. 이슬람교도들은 특유의 복장을 하고 다녀 외형적으로 표시가 나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국민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이다.
 동남아선교회원들은 신유시간에 병고침을 받고 간증하려는 사람들의 몸수색까지 했다. 혹시 칼을 숨기고 있지나 않나 몸을 더듬어서 확인한 뒤 강단으로 올라가게 한 것이다.
 정덕우 장로는 성회 기간 내내 초긴장 상태에서 진두지휘하느라 사흘간 거의 잠도 자지 못한 데다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결국 정 장로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졸도를 하고 말았다. 당시 의료봉사를 하기 위해 함께 필리핀에 갔던 의료선교회의 김재원 장로가 급히 응급처치를 하여 화를 면할 수 있었다.
 해외성회에서 조용기 목사는 영어로 설교하기 때문에 정작 선교회원들은 설교를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1996년 10월에 열린 태국 방콕대성회 때 동남아선교회는 현지에서 선교사가 통역을 하면 성도들이 바로 들을 수 있는 통역라디오 125개를 준비해갔다.
 그러나 태국에 사는 교민들이 워낙 많이 참석하여 통역라디오를 교민들에게 전부 양보해야 했다. 그래도 모자라서 그냥 영어 설교를 듣는 교민들이 많았다. 불교나라인 태국에서는 어려운 일이 많았다고 한다. 가장 번화한 거리에 있는 백화점 앞에서 찬양과 율동을 준비하고 있을 때 태국경찰이 막무가내로 막아 노방전도를 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회원들은 경찰의 눈을 피해 뒷골목으로 다니면서 택시기사들에게 전도지를 나눠줘야 했다.
 1997년 2월 5일부터 2월 6일까지 세계적인 관광지 피지에서 성회가 열렸다. 동남아선교회원들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을지 궁리하다가 농악팀을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한번도 농악기를 다뤄본 적이 없는 회원들은 사물놀이와 상고돌리기를 연습하기 위해 선생을 초빙, 강도 높은 연습을 했다. 10여 명이 북, 장구, 징, 꽹과리, 소고 등을 연습할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 결국 교회 지하주차장에서 몇 달간 연습을 했다.
 현지에서 사물놀이와 상고돌리기를 선보였을 때 최고인기였다고 한다. ‘Jesus Loves You(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라는 만장을 갖가지 색깔로 만들었던 것도 좋은 아이디어였다. 회원들은 해외 나가면 선교도하고 민간외교도 펼친다는 각오로 열심히 뛴다고 말했다. 그때 조직된 동남아선교회 농악팀은 지금까지 해외성회는 물론 국내 여러 성회에도 초청되어 공연을 하고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