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방송작가)

 얼마 전 방송기자재 전시회를 갔더니 기존의 카메라 보다 훨씬 더 성능이 뛰어난 망원렌즈가 부착된 방송용 카메라가 개발되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카메라 앞에 서 있는 연기자의 땀구멍, 작은 솜털하나까지 아주 또렷하고 자세히 찍히는 고성능 렌즈의 카메라는 말 그대로 최첨단 기술이었으며 앞으로 이런 카메라로 찍는 영상을 시청자는 안방에서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좀 더 멀리 그리고 좀 더 자세히 보려는 인간의 이런 욕망은 사실 그전에도 4억 2000만 광년 떨어진 올챙이 성운까지 찍는 허블망원경과 원자 크기의 100분의 1까지도 들여다보는 전자 현미경까지 만들어 냈었다. 실제로 나는 지방의 어느 공과대학에 설치되어 있는 방사광 가속기라는 최첨단 과학 장비에서 0.001mm 크기의 톱니바퀴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아주 세밀한 것까지 들여다보려는 인간의 노력과 의지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뿐인가. 얼마 전 북한의 용천 기차역 폭발 사건 현장을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사진을 보면서 그곳 초등학교 운동장의 나무 한 그루까지 자세히 볼 수 있지 않았던가? 이제 우리는 거실의 소파에 앉아서 지구 곳곳의 구석구석뿐만 아니라 우주 저 멀리의 세계까지, 그리고 초미립자의 세계까지 볼 수 있는 천리안을 가진 셈이 되었다. 그런데도 우리 인간들은 참 바보 같은 짓을 한다. 사람의 눈에서 멀어지고 가려지면 아무도 못 보는 줄 알고 때로는 부끄러운 행동, 선하지 못한 행동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치 배의 맨 밑에 들어가 숨어 있으면 아무도 찾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요나처럼 어둡고 사방이 막힌 밀실에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걸 알아야 한다. 지구의 끝을 보는 허블망원경보다, 그리고 지구 구석구석을 마치 손바닥 안처럼 들여다보는 인공위성 카메라 보다, 머리카락의 100만분의 1의 크기도 샅샅이 들여다보는 방사광 가속기 보다 훨씬 더 뛰어난 능력의 카메라렌즈를 갖고 계신 하나님의 눈이 있다는 것을,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가 그 어디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하나 하나 다 지켜보고 계시고 있다는 것을. 하나님의 렌즈는 그것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어디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어떤 고민과 어떤 바람을 갖고 있는지 우리의 속마음까지도 하나 하나 들여다보고 계시는 놀라운 힘을 갖고 계신 분이다. 하나님의 렌즈 앞에서 우리는 그 어디에도 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