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다크의 원조’

 이스라엘의 에훗이란 사사가 80년 동안 태평성대로 이끌었다. 그런데 그가 죽은지 얼마 안돼 이스라엘은 또 우상을 섬기기 시작했다. 주변에 가나안 이방종교가 영향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경역사에 보면 언제나 우상을 숭배하면 그 나라와 가족이 쇠약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나안 땅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그후 이스라엘이 약화되던 시기가 있었다. 여호수아가 차지한 팔레스타인의 대부분 지역이 이방인들의 세력권에 들어가 있었다. 가나안 왕인 야빈은 이스라엘 백성의 정치, 경제, 군사의 중심지인 하솔을 20년간 지배하고 있었다. 야빈과 그의 군사는 900대의 철병거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평원에 사는 사람들은 야빈에게 공물을 바치지 않을 수 없었고, 심한 신앙적 박해를 받았다.
 드보라가 사사로 부름받은 때가 이때였다(삿 4:1∼16). 드보라는 ‘벌’이라는 뜻이다. 그녀는 (아버지와 이름이 같아) 드보라의 딸로서 랍비돗의 아내이자 사사와 선지자의 사명을 겸한 이스라엘의 네번째 사사이다.
 여자로서 통찰력과 판단력이 뛰어났고, 하나님의 영감이 풍성하여 백성들의 어려운 문제를 재판하는 재판관이기도 했다. 백성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되었고, 그래서 다툼이 있어 찾아온 사람들을 자신의 집 종려나무 아래에서 재판을 해주었다.
 당시 이스라엘 사회에서 여자들의 지위나 발언권이 경시되었을 때인데, 드보라가 한 시대의 통치자였다는 것은 인품과 능력이 얼마나 뛰어났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하나님은 족장시대나 사사시대를 막론하고 여자의 권익을 보장하고 사회적 지위를 인정하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드보라는 용사 바락과 함께 스불론과 납달리 지파에서 뽑은 1만명의 군대를 만든다. 드보라가 이끄는 군대는 미약한 장비와 잘 훈련된 군사는 아니었지만 강력한 야빈의 군대와 싸웠다. 이것은 무엇보다 하나님이 ‘자신들 편에서 싸워주신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앙으로 사기가 충천한 이스라엘 군사들에게 밀린 야빈군대는 기가 꺾여 기손강 거센 물결에 빠져들고 말았다. 번개와 천둥을 동반한 폭우로 강물이 불어나 언덕까지 넘쳤다. 산사태가 나서 군대진영은 아수라장이 되고, 야빈의 군사들은 혼비백산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이때 드보라의 군사들이 산속에서 나와 습격하여 적을 점멸시키고, 대승리를 거두었던 것이다. 적장 시스라는 부하를 다 잃어버리고, 쫓기는 신세가 되어 헤벨의 집에 피신하였다. 헤벨은 오래전에 야빈과 화친한 사이였다. 허기진 시스라가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요구하자 헤벨의 아내 야엘이 먹을 것과 마실 우유를 제공하였다. 그리고 시스라가 먹고 지쳐 잠이 들었을 때, 그 틈을 타서 야엘은 말뚝을 꺼내들고 그의 몸에 박아 죽게 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대승리한 후 드보라와 바락은 하나님을 노래하여 시를 기록했다 (삿 5:12∼13). 이 시는 히브리 산문시 중의 유명한 시가 되었다.
 우리는 사사 드보라를 통해 몇가지 교훈을 얻는다. 이스라엘이 가나안을 정복했어도 원수들은 언제나 기회를 틈타 기승한 것처럼 우리들에게도 평안하다고 할 때, 불평할 때, 신앙이 나태할 때, 마귀는 넘어뜨리려고 공격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항상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이라고 자기능력이나 자기계발을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드보라는 책임을 통감한 여인이었다. 가정이 필요로 할 때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이웃이 필요로 할 때는 기꺼이 봉사했고,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땐 나라를 위해 나서서 싸웠다. 이러한 책임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간 드보라는 잔다크의 원조라 할 수 있다.

김경문 목사(순복음영성훈련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