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윤 목사(논설위원, 영산교회 담임)

 54년 전 이맘때는 서울이 이미 북한 인민군에 의해 점령당하였으며 6월 30일 미군이 투입되었으나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오는 인민군을 막지 못하고 두 달만에 낙동강까지 밀려났었다. 이렇게 처참하게 패배한 이유는 한국전쟁당시 북한의 경제사정이 남한보다 훨씬 우월했기 때문이며 군사력도 더 강했기 때문이다. 1945년 해방당시만 해도 한반도의 92% 전력이 북한에서 생산되었고 83%의 금속제품 70%의 광석이 북한에서 생산되었다. 1948년 5월 14일부터는 북한에서 남한을 향한 전력공급을 중단했기에 남한의 산업시설 가동률은 5% 밖에 되지 않았다. 군사력에 있어서도 북한은 소련의 대대적 원조로 242대의 T-34형 전차와 200여대의 항공기와 19만 8380명의 군대가 소련제 소총 및 각종 화기로 중무장한 상태였다. 남한은 군대규모도 절반 수준이었으며 미군이 철수하면서 넘겨준 소총들과 미약한 화기 밖에 없었다. 탱크도 자주포도 전투기도 전무한 약한 군사력이었기에 사흘만에 서울을 빼앗겨 버렸다. 국제 정세도 북한에 유리했었다. 1949년 9월 모택동이 장개석을 축출하고 중국대륙을 장악했으며 1949년 3월 김일성은 소련과 조·소경제 문화협정을 맺었고, 1950년 소련 중공이 우호동맹 및 상호원조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든든한 후원자를 얻어 놓았다. 그러나 1948년부터 철수하기 시작한 미군이 1949년 완전 철수하였으며, 1950년 1월 9일 미국하원에서는 적은 액수의 “한국군사원조비” 마저 부결시켜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1950년 1월 12일 당시 미국 국무장관 에치슨이 미국의 방위선을 일본열도와 필리핀으로 선정 발표하여 대한민국은 국제적으로 풍전등화였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김일성이 소련의 원조를 힘입고 1950년 6월25일 새벽4시부터 남한을 침략하게 된 것이다. 침략당일 뉴욕에서 UN안전보장이사회의가 열렸고 6월25일 남침을 “침략행위”로 규정하여 38선 이북으로 물러갈 것을 권고하였으나 김일성이 이를 묵살했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UN군(16개국참전)이 투입되어 3만6823명이 목숨을 잃고 국군 22만7748명이 전사하면서 대한민국을 지켜내었다. 3년 1개월간의 전쟁비용이 오늘날의 가치로 환산하면 4000억불이라고 몇 년 전 US투데이지가 발표한바 있다(1달러에 1100원으로 환산하여도 440조). 한국전쟁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남북한 합쳐서 600만의 사상자와 1000만의 이산가족뿐만 아니라 파괴된 산업시설과 도시의 가옥이 얼마였던가. 무엇보다 동족끼리 철천지원수가 되어 적개심에 불타는 대결상황을 만들어 낸 것이 가장 큰 피해였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이며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은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우리내부에는 “딴소리” “헛소리”로 그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자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픔을 참으면서 우리는 이 전쟁을 승리로 결말내기 위하여 더욱 강해져야 한다. 경제력과 군사력 그리고 국제동맹관계와 국민통합의 정신력이 그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라모습은 걱정스럽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걱정과 염려를 나라를 위한 기도와 나라를 위한 행동의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한다. “고지가 저긴데 예서 말 수는 없다！”라는 글귀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