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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 세계문화유산 창덕궁


창덕궁 최고의 비경 옥류천, 부용지 
역사공부와 함께 푸른 숲 내음 만끽

    
 종로3가역에서 내려 북쪽으로 가면 저 멀리 나즈막한 산자락 ‘응봉’과 삐죽한 바위 봉우리 ‘보현봉’이 보인다. 그 앞에는 조선의 궁궐 중 가장 오랜 기간 임금들이 거처했던 창덕궁이 장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현존하는 궁궐 정문 중 가장 오래된 돈화문을 들어서면 창덕궁의 역사를 간직한 금천교가 보인다. 왕의 어가행렬이 지나갔던 다리를 보면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가 가슴깊이 느껴지는 듯 하다.
 임금 즉위식은 물론 국가 중요 행사가 이뤄졌던 인정전과 임금의 편전인 선정전과 어전회의실이었던 희정당, 왕비의 침전인 대조전 등 파란만장했을 왕조의 역사가 느껴지는 곳을 지나면 부용지와 옥류천 등 창덕궁 깊은 곳에 숨은 비경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네모난 연못 속에 동그란 섬이 있는 부용지는 후원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오전에 이 곳을 찾으면 물위에 아름답게 핀 수련을 볼 수 있다. 부용정은 한국에서 가장 이채로운 형태의 정자로 아름다운 연못 부용지와 함께 한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1976년 이후 처음으로 개방하는 옥류천은 창덕궁 후원의 가장 깊숙한 곳에 흐르는 개울로 물이 옥같이 맑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인조 14년 커다란 바위인 소요암을 깎아 맑은 물이 바위 둘레의 동그란 홈을 돌아 폭포처럼 떨어지게 만든 것으로 자연과 인공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임금과 신하들이 이 곳에 둘러 앉아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지었는데 근처의 소요정, 태극정, 청의정 등과 함께 후원에서 가장 빼어난 경치를 보여준다. 옥류천은 왕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만큼 수수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눈을 감고 옥류천에 흐르는 물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이 곳에서 시를 읊었던 숙종 임금이 된 듯 하다. “폭포는 삼백척인데 멀리 구천에서 내리네 보고 있으면 흰 무지개일고 골짜기마다 우뢰소리 가득하네”
 그밖에도 임금이 사대부 생활을 체험할 수 있었던 120여 칸의 민가인 연경당, 한국 유일의 부채모양 정자인 관람정, 촉촉한 흙길에 진한 나무향기 가득한 숲길 등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창덕궁과 창경궁 북쪽에 넓게 펼쳐진 두 궁궐 공동의 정원을 조선시대 당대에는 후원, 북원, 금원 등으로 불렀다. 지금 비원이라고 불리는 것은 일제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제는 이곳을 비밀스런 정원을 가르키는 비원으로 부르며 일본관리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드나들 수 있는 관광지로 삼았다. 아직도 비원이라는 표현이 많이 남아있지만 창덕궁 후원 혹은 금원, 북원이라 해야 한다.
 다양한 정자, 연못 등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는 창덕궁은 1997년 유네스코가 등록한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다.

■ 창덕궁 이야기
 조선왕조 때 한양에는 왕이 정규적으로 살면서 활동하는 궁궐인 법궁과 필요한 경우 옮겨가서 살면서 활동하는 궁궐인 이궁이 있었다. 창덕궁은 태종 5년(1405) 법궁인 경복궁의 이궁으로 지은 궁궐이다. 창덕궁이 규모가 작아서 늘어나는 왕실 가족을 수용하기가 어려워지자 성종 14년(1483)에는 창덕궁과 담장을 사이에 두고 지은 새 궁궐이 창경궁이다. 창덕궁과 창경궁은 서로 독립된 궁궐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합쳐서 하나의 궁궐로 활용되었다. 조선후기의 법궁으로 쓰이던 창덕궁은 고종 초년에 경복궁이 중건되자 다시 이궁으로 밀려나게 됐다.
 창덕궁은 또 다른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고종 32년(1895)에 경복궁을 침입, 명성황후를 살해한 일본은 고종을 강제로 왕위에서 끌어 내리고 그 아들 순종을 왕으로 삼아 창덕궁에 머무르게 한다. 그리고 이 곳에서 한일 ‘병합조약’을 강제로 성립시켜 우리나라는 국권을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최근 공개된 옥류천까지 총 3.1㎞되는 창덕궁 관람은 하루 3회(오전 10시, 오후 1시, 2시) 예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특히 이곳에는 창덕궁 곳곳을 자세히 소개해주는 가이드가 있어 자녀 교육에도 좋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예약은 www.cdg.go.kr에서 하면 된다. 입장료는 5000원(문의 762-0648).


글/이미나 기자 mnlee@fgtv.com
사진/김용두 기자
ydkim@fgtv.or.kr

 

기사입력 : 2004.06.19. am 10:11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