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길 목사(국민일보 종교국장)

 이 세상에서 ‘내’가 사람들로부터 ‘만나고 싶은 대상’이 된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1890년, 국운이 풍전등화처럼 가물거릴 때 캐나다 출신의 의사이자 선교사가 부산에 도착, 선교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이름은 하디. 한국명으로 하리영(河鯉泳)이었다.
 하디는 게일과 함께 선교활동을 하다가 서울로 상경, 의사였던 에비슨과 제중원에서 환자를 돌봤고 1901년에는 강원도에서 사역했다.
 여기에서 하디는 한국교회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1904년에 일어난 원주대부흥운동의 도화선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원주운동’은 유명한 1907년 평양장대현교회 부흥운동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당시 사람들은 하디를 별로 만나고 싶어하지 않았다. 당장 급하니까 마지못해 의사로서의 하디를 만났지, 피하고 싶은 인물이었다. 그런 하디가 달라진 것은 사경회를 통해 변화의 역사를 체험했기 때문이었다.
 어느날 하디는 ‘날선 검’처럼 역사하는 말씀의 위력에 거꾸러져 회개, 자복하고 새로운 사람이 된다. 그때부터 하디는 과거의 하디가 아니었다. 그가 얼마나 ‘사랑의 대상’이 되었던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단지 가난하고 헐벗은 동방에 온, 책임있는 의사였다. 그러나 말씀이 역사한 후로 그는 진정한 선교사가 되었고 사람들을 감화시키는 능력자가 되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그를 만나고 싶어했다. 만나서 그의 말을 듣고 싶어했다. 사람들이 얼마나 그의 인격과 메시지, 치유의 손길을 사모했던지 기록에 의하면 어떤 사람은 그의 옷자락을 만지고도 치유받았다는 일도 있다.
 1935년 70세의 하디는 고향으로 여기던 한국에서 퇴직하여 노구를 이끌고 귀국했다. 그는 한국을 영원히 못 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진정 잊지 못했던 것은 사경회를 통해서 일어난 말씀의 위력이었고 복음의 역사였다. 그리고 그를 만나고 싶어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를 만나고 싶다!’
 이런 말을 듣는 사람은 주 안에서 변화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