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훈련시켜 사업체 맡기고 해외선교 다녀

 조용기 목사는 좁은 시멘트 둔덕에 올라섰다. 뒤쪽 가파른 경사 아래로 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노방전도를 나갔던 최성규·엄기호·유재필 목사 등 여러 제자 목사들이 급히 돌아와 조용기 목사 양편에 섰다. 조 목사는 닫힌 크레믈린궁 앞에서 노천성회를 시작했다. 이종근 장로는 모든 게 기적적으로 준비되어 성회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원래 통역이 있었는데, 성회를 못하는 줄 알고 호텔로 돌아가 버렸어요. 마침 그 자리에 영어를 아주 잘하는 러시아 처녀가 있었어요. 러시아에서 목회하는 목사님의 따님이었는데, 용감하게도 조 목사님 통역을 자원했습니다. 전도사님들로 구성된 호산나찬양단도 마침 성회에 참석하러 왔어요. 당시 모스크바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그분들이 휴대용 발전기에 마이크를 연결하여 전도하러 다녔지요. 그분들이 휴대용 발전기를 빌려주어 목사님이 마이크를 이용하실 수 있었어요”
 조용기 목사가 설교를 시작하자 지나가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말씀을 경청했다. 나중에 뒤쪽 도로에 차가 못 다닐 정도로 사람이 몰려들었다. 그러자 경찰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질서정리를 해주었다. 크레믈린궁 앞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모였다는 소식에 국영방송을 비롯한 여러 방송사에서 TV 카메라를 들고 왔다.
 소련선교회원들은 조용기 목사의 설교가 30분 정도면 끝날 줄 알고 바짝 긴장하며 안전에 신경을 썼다. 하지만 점점 열기가 고조되면서 성회는 무려 두시간이나 계속되었다. 당시 러시아는 굉장히 갈급할 때여서 군중들이 말씀에 많은 은혜를 받았고, 그 자리에서 수많은 기적이 일어났다. 신유 기도가 끝나자 병을 고쳤다는 쪽지가 계속 밀려들었다. 비만으로 관절염을 앓던 사람들이 고침 받았다는 간증이 줄을 이었다. 지팡이를 짚고 다니던 사람이 지팡이를 버리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던 사람이 일어나 걷는 기적도 있었다.
 성회는 8시가 넘어 어둑어둑해진 뒤에야 끝났다. 야외성회가 성공리에 끝났지만 이종근 장로를 비롯한 소련선교회원들은 풀이 죽었다. 준비를 철저히 하지못해 크레믈린궁이 닫히게 되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조용기 목사는 “크레믈린궁이 닫혀서 하나님께 더 큰 영광을 돌렸다”며 회원들을 격려했다. 김승환 장로는 “그날 성회의 감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며 “하나님은 정말 멋쟁이”라고 말했다.
 1년 후인 1993년 6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구 레닌그라드)에서 또다시 성회가 열렸다. 모스크바 올림픽 체육관에 매번 2만5000명이 모였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어터에서 열린 성회도 성황을 이루었다. 하지만 어려운 일도 많았다. 공산주의가 무너진 러시아에 세계 각처에서 이단 종파가 밀려들었던 것이다. 모스크바에서는 어디선가 나타난 사람들이 성회 장소에 입장하는 조용기 목사를 가로막는 소동이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성회에서는 대표기도 시간에 어떤 여자가 강단 위로 뛰어올라왔다. 마침 눈을 뜨고 있었던 이종근 장로가 육탄으로 막아 경호원들이 여자를 밖으로 끌어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저녁 예배를 앞두고 성회가 중단될 뻔한 적도 있다. 러시아측 인사와 고려인 통역이 돈 문제로 다투더니 급기야 성회를 중단하겠다는 것이었다. 회원들이 눈물로 호소했지만, 두 쪽 다 완강해서 결국 3000달러를 주고 소동을 잠재울 수 있었다.
 당시 식자재와 각종 장비를 합쳐 짐이 엄청나게 많았다.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할 때 모두들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짐을 옮기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특히 당시 집사였던 반채혁 장로를 비롯한 젊은 집사들이 애를 많이 썼다. 러시아에 도둑이 많이 설칠 때라 레닌그라드 역 광장에 내려놓은 짐 일부가 없어지는 불상사도 있었다. 
 조용기 목사의 해외 성회 전에 소련선교회원들은 현지를 몇 차례 방문하여 모든 사항을 점검하고 또 점검한다. 현지에서 경호원을 뽑아 경호 계획을 세우고,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어보고 간이 잘 맞는지 살핀다. 선교회 여성회원들이 음식을 준비하지만, 가끔 조용기 목사가 식당에 갈 일도 생기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호텔에서 성회장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택시를 타고 다니며 일일이 시간을 체크한다. 그래야 성회기간에 조 목사가 움직일 때 시간 착오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호텔 가구배치가 이상하면 편안히 지낼 수 있도록 가구 배치까지 새로 한다. 침대 스프링 상태를 살펴보고, 화장실 안까지 샅샅이 점검한다. 이런 준비가 왜 필요한지 이종근 장로의 설명을 들어봤다.
 “목사님은 하나님 말씀의 대언자입니다. 성회 때 목사님이 최상의 컨디션 아래 말씀을 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우리의 임무지요.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겁니다”
 이종근 장로는 집사 시절 조용기 목사의 해외 성회에 동행하는 장로들의 모습을 보고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도 장로가 되면 해외성회에 동행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1988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자신의 사업체인 인정건설에 아내를 출근시켜 회사 업무를 익히게 한 것이다. 1년 후 아내가 회사 일에 익숙해진 후 마음놓고 해외성회에 동행하게 되었다. 승한기업 대표 김승환 장로는 자신도 그 비결을 전수받았다고 말했다.
 “이 장로님이 저에게도 아내를 회사에 출근시키라고 하더군요. 제 아내도 회사 일을 익혀 1994년부터 거의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이 장로님은 자기 본업을 지키면서 교회봉사를 해야 한다고 회원들에게 강조하시죠. 해외 성회 준비로 20일 넘게 회사를 비워도 아내가 있으니 걱정이 없지요”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선교사는 현재 여의도순복음교회 부목사인 김태복 목사였다. 소련선교회와 힘을 합쳐 성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김태복 목사에게 조용기 목사는 감사의 표시로 자신이 입었던 양복과 코트를 선물했다. 그로부터 성회를 마친 후 조용기 목사가 제자 선교사에게 입던 양복을 선물하는 전통이 생겼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