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보다 ‘하나님’께 더 사랑받은 여인

레아는 라반의 큰 딸로서 야곱의 첫번째 부인이었다. 그녀는 ‘들암소’라는 이름의 뜻 그대로 미모를 갖추지 못하고, 시력이 안 좋았다(창 29:17). 그래서 야곱은 언니 레아보다 예쁘고 아름다운 동생 라헬을 더 사랑하여 어느날 라반에게 “라헬을 위하여 칠년을 봉사하리이다”고 제안했다. 이에 라반은 “그를 네게 주는 것이 타인에게 주는 것보다 낫다”며 쾌히 승낙했다(창 29:19). 그러나 칠년이 경과한 후 결혼초야에 신부의 얼굴에 가리워진 수건을 벗겨보니 뜻밖에도 레아였다. 야곱은 계약위반이라고 항의했고, 이에 라반은 “형보다 아우를 먼저 주는 것은 우리 지방의 관례”라며 변명했다. 야곱은 결국 칠년을 더 봉사한 후 라헬을 얻게 되었다.
 레아의 결혼생활은 야곱이 원하던 바가 아니었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았다. 그것은 자업자득이다. 왜냐하면 아버지와 결탁하여 야곱을 속이고, 동생 대신 자기가 들어가 첫날밤을 치뤘기 때문이다. 레아가 불행한 결혼생활한 것을 볼 때, 진실이 결여된 속임수의 책략에 의하여 성립된 인간관계는 항상 불행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레아를 돌보셨다. 남편 사랑을 받지 못하는 레아를 불쌍히 여기시고, 돌보심의 손길을 펴셨다. 이것은 장차 오실 고난의 종 메시아는 죄인의 구원을 위하여 죄인의 혈통을 통해서 오시며, 버림받은 자의 구원을 위하여 버림받은 자의 태를 택하셨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즉 인간 야곱은 라헬을 더 사랑하였으나 하나님께선 레아의 태를 먼저 여심으로 자신의 계획과 섭리를 실현하셨다는 말이다.
 하나님께서는 레아의 자녀 6남1녀를 낳은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자녀들을 축복해 주셨다. 특히 셋째 아들이 바로 레위이다. 레위는 이스라엘이 출애굽할 때 인도한 지도자 모세와 아론의 조상이다. 그후 레위 자손들은 하나님을 섬기는 제사장 직분을 받아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지파가 되었다(신 28:1∼3). 왕같은 제사장의 직분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레아의 자녀 중 유다가 있는데, 유다는 야곱의 축복대로 이스라엘 12지파 가운데 가장 큰 지파가 되었으며, 이스라엘 왕족이 되어 통치하였다. 남북왕조로 분열된 후에는 남왕조 유다를 다스렸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축복은 유다지파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하신 것이다. 라헬과 레아 두 여인 가운데 진정한 승리자는 레아였음을 알 수 있다.
 라헬이 애정과 미모와 현세적인 축복을 받았다면 레아는 좋은 품성과 덕스러움과 영적인 축복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자기현실을 빨리 파악했고 잘 적응한 여인이었다. 남편이 라헬을 더 사랑하고 자기는 등한시 하였어도 약간의 질투심을 가질 뿐 라헬과 맞서 감정의 대립을 갖거나 적대시하지 않았다. 심성도 착했고 인내심도 많았으며 남을 섬길 줄도 아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남편을 섬기고 남편의 보호를 받으며 자녀들을 잘 양육하였다. 레아는 남편 앞에서 세상을 떠나 야곱이 애굽으로 내려가기 전 헤브론에 있는 막벨라밭에 묻혔다(창 49:31).
 레아는 우리에게 삶의 어려움이 다가오면 포기나 도피가 아니라 적응력을 길러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생애를 통해 세속적인 축복보다 영적인 축복을 받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김경문 목사 (순복음영성훈련원장, 부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