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조용기 목사의 모스크바성회를 앞두고 이종근 장로는 모스크바를 네 번이나 방문했다. 조용기 목사가 묵을 호텔 예약도 쉽지 않았고, 경호문제도 대책을 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예배순서 정하는 일과 청중동원 등 현지 측과 사전에 협의할 사항이 많았다. 일단 공산정권 하의 지하 목회자들과 접촉을 했다. 당시 소련에서는 찬양을 부르다가 돌아가면서 간증하는 형식으로 예배를 드렸다. 말을 좀 잘 하는 사람이 리더가 되었는데 이들을 ‘비숍’이라고 불렀다.
 소련선교회에서는 비숍 10명을 초청하여 양복을 선물하고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을 견학시켰다. 비숍들은 자연스럽게 예배드리는 방식을 익혔고, 소련선교회원들과 기도를 많이 했다. 훈련을 받고 돌아간 비숍들이 모스크바 성회 때 현지에서 실무를 도왔다.
 당시 소련선교회 회원은 20명이었다. 20명이 부부였으니 10가정이 회원이었던 셈이다. 20명의 회원들은 성회날짜가 확정되자마자 매일 모여서 성가와 율동을 연습했다. 성회가 다가오자 회원들은 직장에 휴가를 내고, 사업장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거나 아예 문을 닫았다. 이종근 장로는 성회 시작 3주일 전에 모스크바에 갔고, 대개의 회원들은 일주일 전에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여성 회원들은 조용기 목사가 식사 때문에 고생하지 않도록 모든 음식재료를 서울에서 준비해 가져갔다. 조용기 목사가 콩잎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된장에 절인 콩잎반찬까지 준비할 정도로 철저를 기했다. 특히 스승 조용기 목사의 모스크바 성회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목회하는 제자 목사들이 대거 참석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예 식당 하나를 통째로 빌렸다. 여성회원들은 성회기간 내내 식사를 준비해 그분들을 정성껏 대접했다.
 회원들은 모스크바에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서 무조건 큰 목소리로 외쳤다.
 “뻬르쩨 이수사 크리스타1”(주 예수를 믿으라!)
 “야류불류 바스!”(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합니다!)
 일주일 동안 얼마나 부르짖었던지, 모두들 입술이 부르텄을 정도였다. 달력이 인쇄된 성회 포스터와 전도지는 모스크바 시민들에게 최고 인기였다. 회원들이 전도하면서 나눠준 금도금 십자가 목걸이 3만개는 말할 것도 없었다. 방송으로 성회소식을 내보내는 한편 회원들은 부지런히 지하철과 시내 곳곳에 포스터를 붙였다.
 성회 첫날,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왔다. 당시 서리집사였던 소련선교회 3대 회장 김승환 장로의 회상을 들어보자.
 “처음으로 조용기 목사님 해외성회에 동행했는데, 유명한 분이라는 건 알았지만 해외에 가서 절실히 느꼈지요. 모스크바가 유럽과 가까워서인지 유럽 여러나라에서 외국인 성도들이 많이 왔어요. 당시 조용기 목사님을 ‘포올 조’라고 불렀는데, 다들 ‘포올 조! 포올 조!’를 외치면서 얼마나 환영했는지 몰라요”
 남성회원들은 양복에 나비넥타이를 메고, 여성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예배 때마다 강단에 올라가서 찬양과 율동을 했다. 김승환 장로는 “아마추어 실력이었지만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그 때 감격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크레믈린 궁전은 좌석이 6000개 였는데, 관리인은 좌석이 꽉 차면 더 이상 들여보내지 않았다. 바닥에 앉는 걸 허용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없었다. 이틀 동안 엄청난 인원이 몰리자 러시아 당국에서 갑자기 셋째 날 저녁 집회를 불허한다면서 크레믈린궁 정문을 닫아버렸다. 소련선교회원들은 원래 약속과 틀리지 않느냐며 항의를 했지만 관리자들은 상부의 지시라며 요지부동이었다.
 회원들은 강대상 앞에서 합심하여 성회 개최를 위해 기도했다. 바깥사정이 궁금했던 김승환 장로가 크레믈린궁 정문까지 1㎞를 걸어나왔다. 6시가 가까워오는 시각이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정문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30분 후면 예배를 시작해야 하는데도 정문은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김승환 장로가 동향을 살핀 후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경비가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하는 수 없이 밖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검은 세단이 다가왔다. 조용기 목사 일행이 탄 승용차였다.
 김승환 장로가 상황을 보고하자, 잠시 후 승용차가 붉은광장 쪽으로 빠져나갔다. 사람들은 몰려드는데 크레믈린궁 정문은 닫혀있고, 도무지 대책을 세울 수 없는 순간이었다. 김승환 장로가 안타까운 심정으로 주변을 돌아보고 있을 때, 소련선교회 여성 성도들이 한복을 입고 도착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자 송순섭 권사가 김승환 장로에게 “조 목사님이 먼저 출발하셨는데, 목사님은 어디 계신가요”라고 물었다. 김승환 장로는 “그때 한국말이 참 어렵다는 걸 알았다”며 웃었다.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겁니다. 제가 ‘돌아가셨어요’라고 말했더니 권사님들이 사색이 되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시는 거예요. 제가 ‘호텔로 돌아가셨어요’라고 말해야 하는데, 그냥 ‘돌아가셨어요’라고 했더니 그만…”
 그때 멀리서 조용기 목사의 모습이 보였다.
 “목사님 경호 때문에 모두들 전전긍긍했었는데, 목사님이 혼자 걸어오시는 걸 보고 너무 놀라서 뛰어갔죠. 그때 목사님 표정을 보니 안이숙 여사가 쓴 책의 제목 ‘죽으면 죽으리라’가 생각나더군요. 뒤에 김성혜 사모님이 걸어오셨는데 ‘다이나믹하다’고 하시면서 빨리 최성규 목사님을 찾아달라더군요. 정말 긴장되면서 다이나믹한 순간이었죠”
 따로 현지 경호원을 고용한 것은 물론 실업인선교연합회 차원에서 동행한 분들도 조용기 목사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걱정했을만큼 위험한 때였다. 조용기 목사는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고 야외에서 성회를 열기로 결심,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되돌아온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