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별산제’ 남편 채무 변제할 의무없어
   채권자 독촉, 단호한 의사표시로 막아야
    
문> 결혼한 지 10년된 가정주부입니다. 수개월 전, 남편이 하던 사업이 부도가 났습니다. 남편 앞으로 된 재산은 은행과 채권자들에게 모두 넘어간 상태이며, 아직도 부채가 많이 남아있어서 변제독촉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 부부 재산으로 남아 있는 것은 친정아버님이 제 명의로 사주신 시가 1억원 상당의 아파트 한 채가 전부인데, 한달 전부터는 채권자들이 집으로 들이닥쳐 저에게도 ‘남편이 빌려간 돈을 당장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리고, 은행에서도 사흘이 멀다고 제게 전화를 하여 ‘대출받은 돈을 갚지 않으면 살고 있는 집을 강제 집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지금 아파트는 남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친정아버님이 사주신 것인데도 불구하고 부부라는 이유만으로 그 아파트를 팔아서라도 남편의 빚을 갚아야 하는지요. 또,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빚쟁이들의 소란을 막을 방법은 전혀 없는지요.

답> 현행법상 부부재산을 ‘부부별산제’로 하고 있는 결과, 부부 중 일방의 부채는 각자가 별도로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며, 재산문제에 있어서는 남편과 아내일지라도 남남과 마찬가지의 지위에 있습니다.
 귀하의 남편이 빌린 돈은 남편 혼자만의 채무이므로 아내인 귀하에게 아무리 재산이 많다고 하더라도 귀하가 남편을 대신하여, 혹은 남편과 공동으로 남편의 채무를 변제하여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따라서 귀하로서는 채권자들이나 은행측의 변제독촉에 대하여 ‘남편의 채무를 내가 변제할 책임이 없다. 남편에게 받으라’고 딱 잘라 거절하면 됩니다.
 주의할 것은, 귀하가 채권자들의 독촉에 ‘알았다. 조만간 갚겠다’고 대답을 한다면 법률상으로 남편의 채무를 대신 갚겠다는 약속, 즉 ‘채무인수’를 한 것이 되어 귀하에게도 남편의 부채를 갚아야 할 법률상의 의무가 생기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런즉, 단호하게 ‘남편의 부채는 남편에게 받으라’는 의사표시를 하셔야 귀하에게 책임이 전가되지 않습니다.
 또, 귀하 명의로 된 아파트는 친정아버지가 귀하에게 증여해 준 귀하 고유의 재산이므로 남편의 채권자들이 이를 강제집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만일 은행이나 채권자들이 아파트에 강제집행을 한다 할지라도 귀하는 ‘제3자 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그 집행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은행이나 채권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채권자들이 집으로 와서 소란을 피우면, 당장 집을 나가줄 것(퇴거)을 요구하고 그래도 듣지 않을 경우에는 주거침입으로 112, 관할 파출소, 경찰서 등에 신고를 하면 됩니다.
 이처럼 법률상으로는 남편의 채무가 아내와는 전혀 별개이어서 아내 고유의 재산으로서는 이를 변제할 책임이 전혀 없고, 채권자들의 소란에 대해서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법률규정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있듯이 법률적으로야 어떻게 되어 있건 현실적으로 끊임없이 계속되는 채권자들이나 은행으로부터의 독촉과 괴롭힘은 여간 독한 마음이 아니고서는 피하기 어렵다 할 것입니다.
 궁극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귀하가 남편과의 부부생활을 유지하는 한 법률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하여 ‘나 몰라라’ 방치하지 말고 도의적으로 적절한 선에서 잘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법무법인휴먼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