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배출할 만한 ‘효의 가정’

 사사시대 때 유대에 큰 기근이 들었다. 엘리멜렉은 아내 나오미와 두 아들 말론과 기룐을 거느리고 모압 땅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그 뒤에 엘리멜렉은 죽고 두 아들은 모압 여자와 결혼하였다. 그 뒤 두 아들도 10년쯤 살다가 죽었다. 남은 식구는 시어머니 나오미와 큰 며느리 오르바와 작은 며느리 룻 뿐이었다(룻 1:5). 나오미는 슬픔과 함께 의지할 곳이 없었다. 그때에 고향 땅에 풍년이 들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래서 나오미는 두 며느리를 불러놓고 “나는 내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니, 너희들도 친정으로 돌아가라”고 말하면서 끌어안고 울었다. 오르바는 시어머니와 작별인사를 하고 동족에게로 돌아갔다. 그러나 룻은 결코 시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았다(룻 1:4). ‘룻’ 이름의 뜻은 ‘우정’이다.
 룻은 나오미와 함께 시어머니의 고향 베들레헴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때가 추수 때였다.  고향사람들이 아는 체하였지만 잘 살아보겠다고 이방나라로 내려간 나오미는 남편과 두 아들을 잃고 빈손으로 돌아왔으니 부끄러울 뿐이었다.
 한편 룻은 이방 여인이므로 반겨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다고 넋을 놓고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당장 한끼 양식을 얻기 위해 고민해야 했다. 이때 룻이 ‘이삭줍기’에 나섰다. 유대 풍습에는 가난한 자를 위하여 논과 밭에 이삭은 거두지 않았다. 이삭을 줍는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지만 시어머니를 섬기기 위하여 나갔다. 땅 한 평 없다고 인생을 비관하고,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룻은 희망을 가지고 나섰다. 룻이 이삭을 주으러 간 곳은 남편의 친척이요 기업무를 수 있는 보아스의 밭이었다. 그곳에서 룻은 열심히 이삭줍는 일을 하였으며 보아스가 마침 그녀를 발견하게 된다. 보아스는 룻 앞에 더 많은 이삭을 남겨두므로 효도할 수 있게 하였다. 룻은 이방여인인 자신에게 이런 은혜를 베푸는지 궁금하여 묻자 보아스는 “네 남편이 죽은 후로 네가 시모에게 행한 모든 것과 네 부모와 고국을 떠나 전에 알지 못하던 백성에게로 온 일이 네게 분명이 들렸느니라”(룻 2:11)고 하였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결국 보아스와 룻은 결혼하였다. 룻은 결혼하였을 때 시어머니의 반대보다는 ‘효성 지극한 룻이 일곱 아들보다 귀한 자부’라는 칭찬을 듣게 되었다. 그야말로 인생역전이 되었다.
 룻의 효도는 환경을 초월한 효도였다. 형편이 되면 효도하고 어려우면 그만두는 효가 아니었다. 룻은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는데 정성을 다해 잘 섬겼다. 진정한 효는 생활에 부요함에 있지 않다. 재산도 없는 시어머니를 공경했다. 또 그녀의 효성은 신앙적 고백이다. 룻은 모압 여인이요, 섬긴 신들이 있었는데 다 버리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심”을 고백하였다. 효도는 살아계실 때 할 수 있는 것이지, 돌아가신 후에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효는 땅에서 잘되고 장수하는 약속있는 첫 계명이며, 하나님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이다.
 룻기에 나오는 나오미의 영원한 모상(母像), 룻의 사랑스런 여성상, 보아스의 관대한 남성상, 이들로 이뤄진 가정은 다윗왕 예수를 배출할 만한 가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