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계약과 거리가 먼 ‘탐욕자’

 라반은 브두엘의 아들이요 이삭의 아내 리브가의 오라비였다. 또 아브라함의 동생 나홀의 손자였으며 야곱에게는 외삼촌이었다. 라반은 ‘흰빛’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는 이름처럼 세상을 하얗게 밝히거나, 일어나 빛을 발하지 못하였다. 라반은 하란에 살았고 욕심이 많아 재산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너그러운 부자가 아니라 탐욕적인 사람이었다. 또 그는 아브라함의 혈육이긴 하지만 하나님의 계약과는 거리가 먼 이방인 냄새를 풍기는 인물이었다. ‘존재가치’보다 ‘소유가치’를 더 중요시한 사람이다.
 아브라함의 종이 이삭의 신부감을 구해오라는 심부름을 받고 약대에 보물을 싣고 밧단아람에 있는 라반집에 도착하자 라반은 그로부터 금은 패물과 의복을 선물로 받고, 여동생 리브가를 기꺼이 인계한다. 이것을 보아 탐욕적인 사람이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또 라반의 말에는 진실성이 없었다. 조카인 야곱이 형 에서의 낯을 피하여 자기집으로 도망쳐 왔을 때 7년을 일하면 둘째딸 라헬을 아내로 주겠다고 약속했다(창 29:14∼15). 그러나 그는 막상 7년이 경과하자 라헬 대신 장녀인 레아를 야곱에게 줌으로 약속을 어겼다. 14년 후 야곱이 고향으로 떠난다고 하니까 품삯을 주겠다고 약속하고서 여러번 품삯을 변경시켰다. 즉 그는 짐승들 중 반점이 있는 것을 야곱의 몫으로 주었다가 반점 있는 새끼들을 많이 낳으면 얼룩 무늬 있는 것으로 바꾸는 등, 20년동안 열 번이나 야곱의 품삯을 변경했던 것이다(창 31:41). 그러나 야곱은 하나님의 축복을 약속받은 자였기에 그의 가축들은 자연법칙을 초월하여 점이 있고 아름찬 것만 생산했다. 반면 라반의 가축은 생산을 못하게 되어 그 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라반과 야곱을 비교하면 ‘불신앙+탐욕=라반’, ‘계약+은총=야곱’(신 28:2∼3)이란 공식이 나온다.
 라반과 그 아들들은 야곱의 재산이 더해감으로 질투를 했다. 일이 이쯤되자 야곱은 자기 재산과 가족과 함께 한밤중에 라반의 곁을 탈출하기에 이르렀다. 라반은 자기 친척이 번영하는 것까지 용납할 수 없을 만큼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야곱이 도주한 것을 뒤늦게 알고 추격하였으나 하나님이 이상 중에 라반에게 나타나 경고함으로 야곱을 보호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라반은 하나님도 섬기고 우상도 함께 숭배했던 사람이다(창 31:30). 그는 수호신 드라빔을 섬겼다. 하나님은 우상숭배자를 멀리하고, 두 마음을 품은 자를 미워하신다고 했다. 신앙은 요행이나 로또복권이 아니다. 신앙은 하나님과의 만남이요 인격적인 교제이다.
 특히 라반은 올바른 물질관을 갖지 못했다. 물질에 대해 소망하는 것은 죄악이 아니다. 그러나 맹목적인 탐욕이나 물질 선용의 의지가 없을 때 물질의 노예가 되거나 소유된 물질이 향락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러므로 우리는 물질의 실상과 허상을 바로 알고, 바울처럼 ‘있는 것으로 족한 줄’을 알아야 한다. 생사화복은 오직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고, 하나님은 우리에게 있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그 필요에 따라 공급해 주신다. 마치 탐욕적인 라반의 것을 빼앗아 믿음의 야곱에게 주신 것처럼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