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심고 거둔 하나님의 법칙

호중구 감소증인 희귀병 치유
믿음으로 이웃돕기 적금통장 만들어

김명례 권사 (관악대교구)

 태어난지 2개월이 된 손자 시헌이는 방긋방긋 잘 웃는 아이였다. 어느 날 시헌이가 잘 먹으려 하지 않더니 분유를 먹다가 모두 토해버렸다. 며칠 지나면 끝날줄 알았던 어린 손자의 구토증상은 2개월이나 계속 됐고 딸이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든다며 아이를 병원에 입원시켜 정밀 검사를 받게 하겠다고 했다. 그날 밤, 아이 엄마는 자지도 않고 밤새 아이를 안고 기도하더니 아침이 되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갔다. 우리는 곧 상상도 못했던 결과를 듣게 됐다. 의사는 혈액 검사 후 ‘호중구 감소증’이라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
 정상인 아이의 경우는 백혈구 중 호중구 수가 40∼60%를 차지해야 하는데 시헌이는 고작 1% 였다. 이 상태로 세균에 감염이 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해서, 1인실에 격리되었고 마스크를 써야 시헌이를 대할 수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 조금 회복되어 위험한 고비는 넘겼지만 그것도 정상보다는 아래였다. 열이라도 나면 혹시 또 수치가 떨어져 있을 것을 염려하여 응급실로 달려가는 것이 고작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더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권유를 받고 주기적으로 피검사를 하고 나서 받은 진단은 ‘주기적 호중구 감소증’. 주기적으로 호중구 수치가 많이 떨어지는 일종의 희귀병이었다. 여러 군데 문의를 해 보면 의사들의 처방도 서로 달랐다. 두고보자는 의사도 있었고 골수이식을 해보자는 의사도 있었다. 아이가 혹시나 감기라도 앓으면 몸이 약해져 또 쉽게 세균에 감염이 될 까봐 불안과 초조 가운데 하루하루를 보냈다. 공기좋은 곳으로 이사부터 갔지만 아이의 호중구 수치는 주기적으로 떨어졌다.
 눈앞이 캄캄했다. 아직 5개월 밖에 안된 어린 아이가 겪기에는 너무나 무서운 병이었다. 딱히 치료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병원에서 계속 피검사를 하며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게 없었다. 두사람이 합심해서 기도하면 하나님이 이뤄주신다는 말씀이 생각나 많은 사람에게 기도를 요청했다. 특히 아이의 호중구 수치가 많이 떨어지면 교회 철야예배 때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아무리 발달된 의술이라지만 우리의 불안을 없애지는 못했다. 진정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갔다. “하나님, 우리 시헌이를 살려주세요. 차라리 내가 대신 아플 수 있었다면…” 이렇게 눈물로 밤을 지새운게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딸과 사위는 하나님께 “시헌이를 살려주신다면 평생 시헌이처럼 아픈 아이들을 위해 살겠다”는 서원기도를 했단다.
 딸과 사위는 시헌이를 위해 서원하고 기도하기 시작하면서 치료해주실 하나님을 믿고 믿음으로 적금을 부었다. 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이웃돕기 적금 통장을 만들고 매 달 꼬박꼬박 채워넣었다. 기도원에 가서 금식기도라도 하면 좋았으련만 늘 아이를 따라 다녀야했기 때문에 그것조차 힘들었다. 나도 가끔씩 기도원 성회 때는 올라가 기도했지만 맘편히 작정기도조차 할 수 없었다. 딸이 혼자서 아이 둘을 돌봐야 하는지라 내가 항상 옆에서 도와주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죽은 나사로도 살리신 예수님, 우리 시헌이를 살려주세요. 오직 주님만 의지합니다”며 밤마다 간절히 기도했다.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던 중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시간이 지나갈 수록 호중구 수치는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고 지난 해 4월 검사에서는 처음으로 정상에 가까운 수치가 나온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열이 심해졌을때, 여러 차례 피검사를 해봤지만 계속 정상수치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시헌이를 고쳐주신 것이다. 할렐루야∼!
 시헌이가 아팠을 때 믿음으로 심은 이웃돕기 통장을 통해 얼마전 간암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에게 전달했다. 앞으로도 나는 평생 기쁜 마음으로 이웃을 도우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