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보와 발꿈치의 축복투쟁               

 아브라함의 독자 이삭은 제2대 족장이 되었다. 이삭은 친척 가운데 리브가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리브가가 수태하였는데  ‘쌍둥이’ 였고, 그들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싸우고 있었다. 아이를 낳자 형은 살결이 붉고 털투성이였기 때문에 ‘에서’(털보)라고 이름짓고, 동생은 형의 발꿈치를 잡고 나와서 ‘야곱’(발꿈치)이라고 이름지었다(창 25:26). 형 에서는 용맹하여 들에서 사냥을 잘하나 야곱은 유순하여 집에 있어 양을 치니, 이삭은 사냥 고기를 좋아하여 에서를 사랑하였고, 리브가는 여성적인 야곱을 편애하였다.   
 어느 날 에서가 허기진 채 들에서 돌아올 때 야곱은 팥죽을 끓이고 있었다. 에서는 야곱에게 “그 팥죽 좀 먹자”고 하였다. 야곱은 평소 에서의 상속권을 노리고 있었던 터라 “상속권을 팔라”고 나섰다. 장자는 재산상속과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 특권이 있었다. 에서는 본래 그런 상속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배고픈 것이 급하지 상속권 따위가 문제냐며 야곱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후일에 에서는 이스라엘 정통에서 떨어져 나가 ‘에돔사람’(붉다)의 조상이 되었다. 사실 에서가 야곱에게 ‘속은 격’인데, 성경은 야곱의 교활함보다 에서의 경솔함과 ‘무의식성’을 비판하고 있다(히 12:16).
 그후 이삭은 늙어 언제 죽을지 모르게 되자 에서를 불러 “사냥한 고기로 별미를 만들어 오면 먹고 축복하여 주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엿들은 리브가가 야곱을 에서의 모양으로 꾸며 진미를 만들어 이삭에게 들여 보낸다. 야곱은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이삭을 속여 형이 받을 축복을 대신 받았다. 그런 일이 지난 다음에야 에서가 사냥길에서 돌아왔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된 에서는 자기에게도 축복해달라고 간청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에서는 원통해 하며 야곱을 죽이기로 작정했다. 야곱은 분노로 가득찬 형으로부터 해함을 받을까 하여 리브가의 제안으로 1800리 되는 하란에 있는 외가로 피하게 되었다(창 27장).
 야곱은 브엘세바를 떠나 하란으로 가는 도중 ‘한 곳’에 이르러 밤을 지내다가 꿈을 꾸었다(창 28:11). 하늘에 닿은 계단에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보고 있는데, 하나님께서  나타나시더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을 인하여 복을 얻으리라”(창 28:14)고 축복하셨다. 그는 베개 돌을 세워서 이곳을 ‘벧엘’(하나님의 집)이라고 이름지었다. 그후 그는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20년간 살면서 아내 넷을 얻고, 아들 열하나(또 하나는 그 후에)와 많은 가축을 이끄는 큰 부자가 되었다. 부자가 된 것이 라반 일족과의 사이에 분쟁을 일으키게 되었고, 그는 결국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가나안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 형 에서 때문에 불안했다.
 얍복강가에서 하룻밤을 지내는데, 나타난 천사와 동이 트기 전까지 씨름하였다. 그때까지 놓지않자 천사는 그의 환도뼈를 내리쳤다. 그래도 놓지 않자 천사는 야곱에게 “하나님과 겨뤄 이긴 사람이다. 야곱이라 하지말고 이스라엘이라 하라”며 축복해 주었다. 야곱(발꿈치)에서 이스라엘(하나님이 지배하신다)로 바뀐 것이다. 하나님께 순종하며 사는 삶이야말로 승리의 삶인 것이다. 이 체험을 한 후 그는 능히 에서와 화해할 수 있었으며, 이스라엘 민족의 3대 족장이 될 수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의 축복은 하나님과 맺은 계약으로 인하여 주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갈 4:6∼7). 그리고 야곱의 신앙은 약속된 하나님의 복을 믿는 것뿐 아니라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투쟁이기도 했다. 하나님의 약속을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그는 일어나서 행동으로 쟁취했다. 야곱은 지팡이 하나만 가지고 요단강을 건너와서 20년간 머슴살이를 하는 중에 근면과 하나님 신앙 속에서 축복자가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