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계신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

턱 부러지고 장 끊어지는 대형사고
찬양의 깊은 의미 깨닫고 사역감당

전용준 집사 (장애인대교구)

 2002년 8월 어느 금요일 밤, 강동성전 성가대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승합차를 운전하던 나는 깜박하는 졸음운전으로 앞에 있던 화물차를 들이받는 대형사고를 당했다. 사고 충격으로 내 몸은 트럭 안으로 빨려들어 갔고, 핸들은 턱을 심하게 손상시키고 허리춤까지 밀려들어왔다. 차가 구겨지면서 오른쪽 팔과 다리 뼈는 부러졌다. 안전벨트가 조여지면서 장이 끊어지는 등 사고는 엄청났다.
 구겨진 차 틈으로 겨우 구조된 나는 죽든지 혹, 운이 좋아 살아난다해도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거라는 진단을 받고 급히 수술실로 옮겨졌다.
 소생률 10%. 하지만 살려보겠다는 병원측의 의지에 정형·성형외과, 내과 의사들이 모두 모여 장장 10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진행했다.
 사고 후 의식을 되찾은 건 그 다음주 월요일이 되어서였다. 왜 내가 벌거벗겨진 상태로 손과 발이 묶인 채 중환자실에 누워있는지 알 수 없었다. 옆에 있던 간호사에게 상황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입에 호흡기가 꽂혀있어 말도 하지 못했다.
 간호사는 이런 나를 보고 눈치를 챘는지 사정을 얘기했다. 간호사는 ‘38∼39도로 계속되는 고열과 사고로 인한 고통 때문에 너무 괴로워  한 나머지 무슨 일을 낼까 염려 돼 손발을 고정시켜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고통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했고 나도 모르게 죽음에 대한 공포가 들기 시작했다. 눈을 감으면 그대로 영영 일어나지 못할까 무서워 잠을 잘 수도 없었다. 극도로 불안해하는 나를 위해 간호사는 하나님이 지켜주실 거라며 진정시켜 주었다. 꼼짝없이 누워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예수님이 떠올랐다. 사람들에게 조롱당하며 아무런 저항 없이 십자가 위에 매달려 죽으신 예수님…? 내 마음에서는 이런 고백이 흘러나왔다. ‘예수님, 수치와 고통을 당하시며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것이 바로 저 때문이었군요. 바로 나를 살려주시기 위해서요. 하나님 죽을 수 밖에 없는 사고 속에서 내가 살아날수 있도록 해주신 은혜 감사합니다’
 그 순간 사고 소식을 듣고 실신했었다던 아내와 태 중에 있는 둘째 아이, 다섯 살 밖에 안된 큰 아이가 떠오르면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나님께 기도하자 이내 죽음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면서 감사 고백이 흘러나왔다. 그 후 나와 아내는 작은 변화에 대해 무조건 감사하게 되었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나는 병실에 누워있는 동안 나를 살려주신 하나님이 뜻이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 때 마침 병실밖에서 찬양소리가 들려왔다. 직원들이 복도를 지나다니며 환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부르는 찬양소리였다. 순간 알 수 없는 위로와 힘이 내마음을 사로잡았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음악을 전공하고 성가대 지휘자로 활동했지만 그처럼 아름다운 찬양소리는 처음이었다.
 그 때 나는 하나님이 살려주신 이유를 찾아냈다. 전에는 많은 사람에게 박수를 받는 크고 화려한 무대가 내가 있어야 할 자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직원들의 아름다운 헌신을 보면서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내가 원하는 자리가 아닌 하나님이 원하시고 기뻐하시는 자리여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병이 완쾌되어 병원을 나서면 소외된 이웃, 약한 자들을 위해 나의 달란트를 사용하겠다고 다짐했다.
 가족과 강동성전 성가대원, 성도들의 기도가 힘이 되고 병원의 헌신적인 치료가 덧보태져 작년 11월에 퇴원한 뒤 나는 하나님의 인도로 장애인대교구 성가대 지휘를 맡게 됐다. 비장애인을 가르치는 것과 달리 어려운 점도 있지만 이 곳은 내게 참으로 많은 것들을 깨닫게 했다. 하나님을 진정으로 찬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가끔 배에 남아 있는 사고의 흔적을 바라보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한다. 그리고 내게 주신 사명을 깊이 되새기며 헌신의 삶을 지속적으로 다짐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