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두현 성도 (프뉴마청년선교회)

 사고를 당한 건 지난 2002년 6월이었다. 고 3학생이었지만 가정형편상 돈을 벌어야 했기에 피잣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날도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시간에 쫓겨 사거리에서 급회전 하던 중 반대편에서 오는 오토바이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채 정면으로 부딛히고 말았다.
 상대는 경미한 상처를 입었지만 나는 오토바이를 탄채 왼쪽으로 쓰러졌고, 왼쪽 머리와 얼굴이 땅에 쓸리며 뇌출혈을 일으켰다. 머리에서 터진 피는 밖으로 나오지 않고 몸 속으로 흘러 위 부분까지 내려오는 것 같았다. 또 왼쪽 얼굴뼈가 으스러지면서 그 상처로 입에서는 계속 피를 토했다. 주변사람들이 놀라 쓰러진 나를 병원으로 급히 옮겨주었다.
 의사는 마치 비스켓 부서지듯 왼쪽 얼굴뼈가 모두 부스러진 나를 보고 무척 당황해 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말을 남긴 채 수술실로 향했다. 수술은 조각난 뼈를 티타늄으로 이어 붙이는 작업이었지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다.
 나는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다른 친구들처럼 부모의 보호 아래 살지 못했던 것부터 불만스러웠다. 원망과 불평, 속상한 마음에 성격은 점점 비뚤어져갔다.
 나는 의사 선생님께 어떻게 하면 예전의 얼굴로 돌아갈 수 있는지 물었다. 그러나 의사는 뇌출혈로 인해 발작 혹은 경련 증세를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만 일러 줄 뿐, 얼굴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러자 의사는 예전의 얼굴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의사의 대답은 청천벽력과 같았다. 티타늄으로 얼굴 뼈는 대충 맞출 수 있었을지 몰라도 조각난 내 마음을 맞추기란 쉽지 않았다.
 병실에 누워 치료를 받는 동안 미칠 것만 같았다. 이제 겨우 19살인데? 무엇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해낼수 있을 것만 같은 나이에 포기하는 삶을 살아야한다는 것이 괴로웠다.
 “하나님, 하나님을 믿는 내가 왜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지요? 부모를 잘 만났더라면 돈을 벌러 나가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잖아요” 내 마음은 분노로 가득찼다. 우울증이 내 마음을 마구 흔들어댔다. 고통과 원망으로 절규하던 그 순간, 조용히 다가와 내 마음을 가만히 두드리시는 분이 있었다. 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피흘려 죽으신 예수님이셨다. 나는 성경을 읽으며 혼란스러운 내 마음을 붙잡아 달라고 예수님께 기도드렸다. 간절한 기도로 마음속에 가득했던 원망이 조금은 누그러졌지만 일그러진 얼굴을 보자 또 다시 원망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10개월 후인 2003년 4월 셋째주. 기쁨과 소망이 없는 산송장 같은 삶을 지냈던 나는 교회에서 열리는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닷새간 조용기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나는 주님의 깊은 사랑을 깨달았다. 주님이 우릴 위해 당하셨던 그 고통과 좌절을 묵상하며 그간 내 생활과 삶에 대한 원망, 분노의 마음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눈물이 흘러나왔다. 누구도 나를 반기지 않을 때에도 주님만은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내가 나의 처한 상황으로 아파할 때 주님도 내 곁에서 함께 아파해 주시는 것을 느꼈다. 그 때 체험한 위로와 평안은 결코 세상이 줄 수 없는 하나님만의 특별한 선물이었다.
 나는 삶의 활력을 얻고, 내 인생이 하나님의 계획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월드미션 아프리카 케냐팀에 합류해 선교 활동을 하면서 자연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기도 했다. 단기선교는 내게 새로운 꿈과 비전을 가져다 준 고마운 체험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갈비뼈 일부를 잘라 얼굴에 심는 2차 수술이 있은 후 내 생활은 한결 좋아졌다. 뇌출혈로 발작 혹은 경련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비록 얼굴이 완벽하게 돌아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가망이 없다던 첫 진단에 비하면 지금의 상태는 크나큰 성과였다. 하나님을 통해 절망의 숲에서 희망의 숲으로 옮겨진 나는 지금 청년국에서 믿음을 키워가고 있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