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석 연로장로(성원제강 회장, 여의도순복음교회)----------

16년 동안 맹인 8백여 명 광명 찾게 해
12년째 노인 초청 경로 잔치 매월 열어

 매월 8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일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쉼터 인왕산정 경로당에는 잔치가 열린다. 매번 점심식사와 부식거리, 속옷 등 선물을 장만해 나눠주는데 요란스럽지 않고 강요하지 않으며 이웃들에게 과한 친절을 베풀지도 않아 잔치를 준비한 사람이나 참석한 사람 모두가 당당하고 즐겁다.
 1993년부터 시작해 선거 기간 중 선거법에 저촉될까봐 몇 번 생략한 것 말고는 한번도 거른 적이 없으니 햇수로 12년째다. 식사를 마칠 무렵 한 여인이 바이올린을 들고 앞으로 나왔다. 사회자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오늘 이 잔치를 있게 한 서원석 씨의 장녀인 서혜경 씨라고 소개했다. 즐겁게 얘기를 나누던 사람들이 조용해졌고 여인은 이내 낮고 잔잔한 음률의 바이올린을 켰다.
 흡사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 모습의 연출자를 찾아 만남을 약속했다. 한결같은 열심과 마음이 아닌들, 또 남모를 깊은 사연을 갖지 않은들 어떻게 개인적으로 비용을 들여가며 열두 해를 지나도록 매월 경로잔치를 벌일 수 있겠는가? 이런 궁금증을 갖고 만남을 약속한 날 서원석 연로장로를 찾았지만 그는 자신의 나눔을 ‘남보다 조금 더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는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말처럼 하기 쉬운 일이 아님은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자명한 일 아닌가. ‘남보다 조금 더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는 것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 쉽지 않은 일이 이것일 게다.
 이런 면에서 성경 마태복음 6장 21절에 기록된 “네 보물 있는 그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는 말씀은 재물에 대한 사람의 생각을 가늠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이웃을 위해 내 창고를 여는 일이 크든 작든 결단을 필요로 하는 일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오늘의 시대를 사람들은 각박하다고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사회가 따뜻함을 잃지 않는 것은 아마도 우리사회 구석구석에서 빛으로 소금으로 제 역할을 다하는 서원석 장로와 같은 그리스도인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노인잔치 외에도 서 장로가 벌인 일들은 적지 않다. 몇 가지 나열해 보자면 후학들을 위한 장학사업, 현죽효행상 제정을 통한 효자 효부 효녀 격려와 개안수술비 지원사업까지 국가나 사회단체가 맡아도 녹록치 않은 일들인데 그는 이 일들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어떻게 시작된 일일까? 이런 물음을 갖고 서 장로의 지나온 삶을 돌아봤다.
 “제 할머님은 일제시대 보릿고개 때 집을 찾아온 걸인들을 그냥 돌려보내지 않으시고 조금이라도 먹을 것을 들려주시곤 했습니다. 맨손으로 사회에 뛰어들어 이제 ‘성공한 할아버지’ 소리를 듣게 된 지금 그때 할머니의 손길을 잊을 수 없어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서 장로가 어렸을 때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가정을 이끌면서도 걸인들이 오면 그냥 보내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들이 가지고 온 깡통에 자신의 밥을 부어주시고 할머니는 물을 마시며 식사를 거르셨다는 것이다. 할머니의 말없는 가르침은 그의 가슴에 깊이 새겨져 그 또한 남을 도울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 때문에 서 장로는 ‘누군가 먼저 행동을 보인 뒤 젊은 세대에게 이를 배우게 해야 각박해져 가는 사회가 밝아진다’는 지론을 갖게됐다. 그의 이런 지론은 지금 효자동에서 차츰 결실을 맺고 있다. 서 장로를 지켜보며 노인들을 대접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동네 냉면 집에서는 냉면을, 빵집에서는 빵을, 은행에서는 선물을 제공하겠다고 서로들 나서고 있다.
 따뜻한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 또 있다.
 서원석 장로가 16년 동안 800여 명 이상의 개안수술을 지원한 것 또한 누구든 마주할 수 있는 상황에서 비롯됐다. 어느 날 예배를 드리고 교회 문을 나서는 길에 앞을 보지 못하는 아이를 안은 할머니의 외침이 들렸다. “내 손자가 장님인데 제발 눈 좀 뜨게 해주세요” 할머니의 절규는 그의 가슴에 부딪치며 강하게 파고들었다. 평소 이웃을 위한 나눔에 열심이니 다른 사람의 몫으로 남겨 놓을 수도 있었겠지만 앞을 못보는 손자와 할머니의 부름을 외면하고 돌아설 수 없었다.
 이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개안수술 지원을 위해 어려운 시기를 살아오며 몸에 밴 절약생활에 더욱 힘썼다. 은행 빚 하나 없는 알토란같은 견실한 기업을 50년째 이끌고 있는 그이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점심시간 주메뉴는 자장면 아니면 설렁탕 같은 값싸고 서민적인 음식을 먹는다. 기업활동을 하며 손님을 자주 만나야 하지만 그때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말이다.
 “내가 좀 덜 쓰면 되지 않겠습니까? 돈이 많다고 하루 세 번 먹을 밥을 네 번 다섯 번 먹을 것도 아니고 내 욕심을 줄이면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누가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부정과 부패 스캔들로 텔레비전 켜기가 두려운 요즘 청빈한 삶으로, 작은 예수로 살아가려 애쓰는 서원석 장로의 삶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겼다.

글/박재형 기자 jhpark@fgtv.or.kr
사진/김용두 기자 ydkim@fgtv.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