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망:기분 나쁘지 않은 착각 |
임형근 목사 (새신자국장)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이다. 당시에는 새 학년의 시작과 함께 담임 선생님의 가정 방문이 있곤 하였다. 그러면 부모님은 으레 음식과 과일을 준비해서 선생님을 대접한다. 그날도 선생님이 오셔서 나의 어머님과 이야기를 하셨다. 선생님과 어머님이 이야기 하시는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더니 선생님께서 옆방에 좀 가 있으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칸막이를 하나 사이로 두고 옆방으로 건너갔다. 선생님께서 미닫이 문을 닫으라고 하셨다. 나는 미닫이 문을 닫았다. 나는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갈 것인지를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틀림없이 나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실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선생님들의 블랙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문제아였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우리 어머니님은 학교로 자주 불려가셨다. 한 마디로 나는 전과가 많은 아이였다.
나는 호기심으로 문 가까이 가서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았다. 담임 선생님이 어머니에게 나의 비행을 일일이 고해 바치시리라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은 예기치 못했던 말씀이었다. 그 분의 말씀인 즉, “형근이 저 녀석이 머리는 아주 좋습니다.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하기만 하면 아주 잘할 녀석입니다. 나중에 보시면 우등생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너무 집에서 나무라지 마십시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소근소근 하시는 말씀이 아니었다. 내 귀에 들릴 만한 크기로 하시는 말씀이었다. 나의 가슴은 갑자기 뛰기 시작하였다. 내가 정말로 그렇게 똑똑한지를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내가 똑똑하다면, 공부를 하기만 한다면, 정말로 우등생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선생님이 진짜 나를 그렇게 잘 봐 주고 계셨단 말인가? 나는 확인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로부터 나의 생활은 변했다. 매일 방과 후에 소방서 뒷골목의 싸움터로 나가던 나의 발걸음은 방향이 바뀌었다. 좀 멀지만, 지름길인 소방서 뒷 골목을 피해 큰 길로 귀가하였다. 집에 돌아오면 숙제를 꼬박꼬박 했다. 결과는 과연 어떠했을까? 당연히 우등생이 되었던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나의 초등학교 4학년 담임 선생님은 고도의 심리적인 작전에 능한 분이셨다. 옆의 방으로 건너가라고 하셨지만 내가 당연히 문틈으로 이야기를 엿들을 것을 아셨다. 그리고 심리적으로 인정감과 기대감을 심어주면 그것이 충분히 학업의 동기유발이 될 것을 아셨던 것이다. 나는 그때 선생님의 심리적인 작전에 속은 것이었다. 나는 내가 진짜로 머리가 좋은 것으로 착각을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기분 나쁘지 않은 착각이었다.
비록 학교의 선생님으로부터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삶 가운데 우리를 인정해주고 우리에게 기대를 가져 주시는 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있다. 그런 분이 있다. 예수님이다. 예수님은 우리를 한번도 실패자로, 낙오자로, 문제아로 보지 않는다. 예수께는 영원히 용서받지 못하고 고침받지 못할 인생이 없다. 예수님은 우리 인류의 영원한 소망이다. 죄가 많고, 불법이 성행하고, 문제로 뒤범벅된 우리 인생의 소망이다. 좌절과 절망, 낭패와 실망으로 인생을 포기하고 싶은 자들이여, 예수께로 나아오라. 그가 세상이 알지 못하고 주지 못하는 소망을 주시리라. 착각이 아닌 참 인정과 소망을 주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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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4.03.19. pm 15:32 (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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