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길 목사 (국민일보 종교국장) 

  1985년 미국 백악관. 대통령과 정부 요직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초청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피아노 연주회가 있었다. 피아니스트는 바이론 재니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연주자였다.
 아름다운 불빛 사이로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눈을 지긋이 감고 피아노 연주에 몰입했다. 이윽고 연주가 끝났을 때 모두들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정말 훌륭한 연주였습니다” 사람들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재니스는 머리를 깊이 숙여 답례했다. 그리고 조용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있기까지 눈물겨운 투쟁을 해야 했습니다. 그 대상은 관절염입니다. 그것도 연주자에게는 치명적인 아홉 손가락의 관절염이었습니다. 12년 전 저에게 손가락 관절염이 왔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관절염이 저와 제 예술세계를 소유할 수는 없었습니다” 어떻게 오른 ‘산’인데 관절염이라니. 그것도 아홉 손가락이 못쓰게 되는 질환이라니. 그는 참혹한 허탈감을 느꼈다. 그러다 그 감정은 좌절감과 분노, 고통과 의욕상실로 이어졌다. 그는 한 동안 ‘골방에 칩거’했다. 그러다 그는 중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것은 ‘태도는 사실보다 중요하다’(Attitude is more important than facts)는 진리였다.
 “나는 기필코 관절염을 이긴다. 관절염이 나를 소유하지는 못한다” 그는 이렇게 12년을 보낸 것이다.
 백악관에서 그는 자신이 관절염 환자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그의 꿈대로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격려를 보내고 또 보냈다. 그는 결론으로 말했다.
 “만일 제가 관절염을 통보 받고 실의에 빠져만 있었다면 오늘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이란 사실 앞에서 저는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기로 선택했고 지금 그 선택의 진가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태도는 사실 보다 중요합니다”
 ‘뜻하지 않은 고통’ 그 ‘사실’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이 다가 온다. 그러나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하는 선택은 우리가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