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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속의 웰빙

웰빙+상업주의=물질·개인화

 

진정한 웰빙 전형은 성경에 명시
‘긍정적 사고’ ‘성령 충만’이 첩경

 “잘 먹고 잘 산다”는 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욕이고 악담이었다. 하지만 이젠 정반대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른바 웰빙(Well-Being) 열풍 때문이다. 웰빙이란 말은 동양권에서 덕담으로 오래 사용되어온 ‘무병장수’의 서양식 버전이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어 하는 소망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모든 이들의 바람이 되어왔고, 이것이 다양한 형태로 상품화된 것이 현대판 웰빙 문화이다.
 웰빙과 관련된 가장 뚜렷한 흐름은 식품류에서 나타난다. 값은 좀 비싸더라도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각 백화점의 유기농 코너 매출이 2배 이상 커졌다. 식품회사들도 이런 흐름에 편승해 검은콩 우유, 천연 효모빵 등 건강을 생각하는 상품들을 내놓아 재미를 봤다. 특히 검은콩 우유는 웰빙 붐 이후 2배 이상 매출이 늘어났다는 후문이다. 생활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공기청정기, 연수기 등 이른바 ‘환경가전’ 시장도 700% 급성장하였다. 이제 ‘은(銀)나노’ 코팅기술이 적용된 공기청정기 아니면 신제품이라는 명함도 내밀 수 없게 되었고, 수돗물인 경수(硬水)를 피부보호 효과가 뛰어나고 세척력이 좋은 연수로 바꿔주는 연수기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건설업체도 돈이 된다는 소문에 웰빙 시장에 뛰어들었다. 주택 개념이 ‘단순 주거’에서 ‘건강·레저 공간’으로 전환되면서 건설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친환경 인증 마감재에 테마공원을 꾸미거나, 최첨단 정보통신 시스템을 갖춘 첨단 아파트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웰빙에 대한 관심이 다이어트로 옮아가면서 헬스클럽마다 살을 빼려는 사람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고, 백화점 문화센터에는 웰빙과 관련된 강좌들이 줄을 잇고 있다. 흡연습관도 변화하고 있다. 웰빙 붐 이후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중 담배를 피우는 인구는 30%대로 떨어졌고, 타르 함유량 1mg의 초저타르 담배의 판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패션이 유행하는가 하면 명상과 요가를 즐기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여유롭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대표되는 와인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아예 와인만을 위한 전용냉장고가 100만원이 넘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제 웰빙은 우리 삶 전체, 그리고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갖는 문화코드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보도록 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웰빙의 유행을 무조건 비판만할 수는 없다. 그러나 웰빙의 의미가 지나치게 상업화되면서 본래의 선한 목적을 상실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본래 원래 자족하는 삶으로 대변되는 무형의 웰빙 개념이 특정 제품을 소비해야만 얻어질 수 있는 상품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오해되고 있는 부분이 적지 않은데, 이는 불황을 타개하려는 기업들이 웰빙문화를 마케팅 측면에서 적극 활용하면서 빚어진 부작용이다. 극심한 내수시장의 불황을 뚫기 위해 기업들은 무엇인가 돌파구가 필요했고, 웰빙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소비습관 변화는 이들에게 재기를 위한 해결책으로 보여졌을 것이다. 즉 기존 소비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이 필요했고 이를 웰빙 마케팅으로 포장한 것이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웰빙의 개념이 ‘물질화’되면서 본래 뜻과는 달리 사치스런 삶의 상징이나 귀족문화의 일부분으로 변질되었고, 공동체적 삶보다는 자신의 안일만을 추구하는 지극히 ‘개인화’된 의미로 제한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이렇듯 웰빙의 의미가 본질을 벗어나고 있는 데에는 기업이외에 미디어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늘 기사거리에 목말라하는 미디어는 새롭게 감지된 트렌드에 환호하며 앞다퉈 이를 기사화 혹은 프로그램화했고, 기업의 홍보와 기자들의 취재가 상승작용을 하며 웰빙 열풍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은 웰빙을 소재로 한 각종 프로그램을 만들며 ‘웰빙 전도사’로 나서고 있지만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본래의 의도를 한참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 일상에서 자족한 삶을 지향하는 웰빙의 의미가 천박한 미디어 상업주의와 만나 그 본래의 좋은 뜻을 상실한 채 심하게 일그러져 가고 있는 모습들이 참으로 안타깝다. 특히 웰빙의 의미가 외모지상주의로 변질되어가고 있는 것은 천민자본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할만하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웰빙의 전형은 성경에 명시되어있다. ‘떡’만 추구하는 삶을 ‘지양’하고, 하나님과 벗하는 삶을 ‘지향’하라는 말씀 속에는 참된 건강이 무엇인지 탐구해보라는 예수님의 바람이 담겨져 있지 않은가. 하나님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하는 ‘긍정적 사고방식’과 성령 충만함을 경험하는 ‘활력과 에너지’는 우리로 하여금 참다운 웰빙을 경험하게 해주는 첩경이라는 사실을 요즘의 미디어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연구원
(
wpark@kbi.re.kr)

 

기사입력 : 2004.03.05. pm 16:33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