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용  <수필가> 

 후배가 차를 샀습니다. 운전석에 앉아보니 꽤 좋은 차였습니다. 그는 그 차만의 여러 기능들을 제게 설명하면서, 시속 200㎞ 이상을 달릴 수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말이 시속 200㎞이지, 박찬호 선수가 던진 야구공보다도 훨씬 더 빠른 속도입니다.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쩔 것인지 아찔했습니다.
 불안해하는 제게 그는, 기왕 운전석에 앉았으니 기도를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글쎄,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할지… 저는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좋은 차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제발 천천히 달리게 하소서. 그리고 핸들은 언제나 하나님을 향하게 하소서. 앞만 바라보지 말고 옆도 바라보고 뒤도 바라보며 달리게 하소서”
 이 시대 최고의 가치는 ‘속도’입니다. 우리는 지금 빠르면 살고 느리면 죽는다는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빨리 빨리’ 문화 덕분에 우리는 세계적인 IT강국으로 질주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손님을 제 차에 모시고 지방엘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그분은 제게 천천히 안전하게 운전을 해달라고 특별히 부탁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시속 70㎞ 정도로 천천히 차를 몰았습니다. 처음엔 답답했지만, 그동안 제대로 보지 못했던 주변의 들과 산을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과속은 우리를 긴장시키고 고단하게 합니다. 우리 인생도 너무 급하게 함부로 몰면, 삶 속의 그 아름답고 중요한 장면들을 놓치기 쉽습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보이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봅니다. 보이는 것은 잠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고후 4:18)
 실연당한 사람이 택시를 잡아타고는 “아무데나 가주세요!”하는 드라마 장면처럼 인생을 살 수는 없습니다. 엔진보다 핸들이 중요하듯, 우리 인생에서도 얼마나 빨리 열심히 살아가느냐보다 어디를 향해 살아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지금 잠시 속도를 낮추고 인생의 핸들을 바로잡으십시오. 영원한 것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