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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히스기야 왕처럼 15년만…”

백경숙 권사(강서대교구)

13년 동안 쉬지 않은 봉사 열매
의식불명 남편 위한 눈물의 기도

 2000년 어느 날 아침, 평소처럼 출근준비를 위해 남편(전영치 집사)을 깨웠다. 그 날 따라 쉽게 일어나지 않는 남편이 이상하게 느껴져 더욱 세게 흔들었지만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남편은 잠을 자고 있던게 아니라 의식불명의 상태였던 것이다. 당황한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TV에서 본 것처럼 찬물을 떠와 남편에게 먹였다. 혹시 그렇게라도 하면 깨어날 듯 싶어서였다.
 시간이 지나도 남편에게 아무런 반응이 없어 나는 서둘러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향하는 시간 동안 내 심장은 터질 듯 뛰어왔고 ‘이렇게 허망한 일이  있을 수 있나?’하는 두려움에 가슴이 조여왔다.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해 본 결과, 물이 기도로 넘어가 매우 좋지않은 상태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의식을 잃은 원인은 병원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마치 식물인간처럼 누워만 있는 남편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지금껏 하나님께 순종하며 교회를 열심히 섬겼는데 이런 일을 당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나는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면서부터 여선교회원으로 활동하며 성찬실에서 꾸준히 봉사를 해왔었다. 성찬 전 주에는 3박 4일 동안 교회에서 숙식하며 성찬을 준비했지만 단 한번도 불평해 본적이 없었다. 다만 성찬을 준비하고 성도들에게 나누어준다는 생각에 늘 감사하며 봉사할 뿐이었다.
 “13년 동안 교회에서 봉사했고 제 삶은 언제나 주님이 먼저였습니다. 제가 이렇게 무너지면 다른 성도들에게도 본이 되지 못합니다. 하나님 도와주십시오” 나는 새벽기도와 철야기도를 다니며 하나님께 도와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고 울부짖었다. 10년 넘게 헌신하며 봉사한 대가가 이거냐고 하나님께 따져보기도 하고 차라리 날 데려가 달라고 떼도 써봤다. 그러는 가운데 남편은 15일이 지나서야 서서히 의식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내 기도가 응답되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할렐루야∼!”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남편이 의식을 회복한 지 1달이 지나자, 다시 의식을 잃어버린 것이다. 원인도 모른 채 의식불명 상태에 누워만 있자 병원에서는 어떻게 손 쓸 방법이 없다며 가족에게 연락해 장례준비를 하라고 했다.
 친척들은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병원에 들렀고 장례준비도 하나 둘 씩 진행이 돼 갔다. 나는 도저히 이런 상황을 인정할 수 없었다.
 “주여∼ 주님께선 히스기야 왕의 생명을 15년 동안 연장해주셨습니다. 제발 딱 15년만이라도 우리 남편의 생명을 연장시켜주십시오”라며 하나님께 간절히 부르짖었다. 그럴 때면 내가 봉사하고 있는 성찬실에 쌀이 가득하고 과일이 가득한 환상과 꿈이 보이곤 했다. 기도를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내 기도가 곧 응답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1주일이 지났을까? 거짓말처럼 남편의 의식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 후로 몸이 점점 좋아진 남편은 언제 그랬냐는 듯 건강을 되찾았고 6개월 후 병원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는 판정과 함께 퇴원할 수 있었다. 남편의 장례준비를 위해 병원에 왔던 친정, 시댁 식구들은 이번 일로 살아계신 하나님을 체험하게 됨은 물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했다.
 집으로 돌아 온 남편은 병력 때문인지 심리적인 불안으로 고통스러워 했다. 심지어 사단이 집안으로 들어온다며 문마다 검은 페인트를 칠해놓기도 했다. 나는 안되겠다 싶어 가족들에게 가정예배를 선포하고 매일 온 가족이 모여 1시간씩 기도하며 “남편을 괴롭히는 악한 사단은 물러가라”고 소리쳤다. 기도회를 시작한 지 한 주가 지나자 사단의 공격으로 괴로워하던 남편은 마음의 안정을 되찾게 됐다. 평소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이 함께 모이는 자리도 없었는데 모여 기도하다 보니 대화도 많아졌고 가족들의 신앙도 크게 성장했다.
 이제 건강을 온전히 회복해 다시 출근준비를 하는 남편을 볼 때마다 하나님의 은혜를 잊을 수가 없다.

 

기사입력 : 2004.02.27. pm 17:32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