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서울역 노숙자 무료 진료 나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마음의 병 치유 절실
선교하는 병원 만들어 예수 사랑 전파

신학철 원장 (신학철 피부과의원, 온누리교회)

 해 저문 저녁, 서울역 지하보도로 노숙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싸늘한 냉기가 이들 몸을 파고들 즈음 한 선교단체 회원들이 노숙자들에게 저녁 밥을 나눠주었다. 노숙자들이 따뜻한 밥과 국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 동안 옆에서는 찬양 소리가 울려퍼졌다.
 지하보도 다른 통로에서는 30여 명의 노숙자들이 무료진료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었다. 진료에 나선 신학철 원장은 추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노숙자들의 증상을 일일이 물어보며 진료카드를 꼼꼼히 기록했다. 신 원장은 진료할 때 아무리 추워도 장갑을 끼지 않는다. 노숙자들이 혹시라도 자신들의 몸이 더러워 장갑을 끼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달 셋째주 목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서울역 지하 보도에 나타나 노숙자 무료진료에 나서는 신학철 원장. 이제 노숙자들에게 있어 신 원장은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 되었다.
 1997년, 한국은 갑자기 불어닥친 외환위기로 하루 아침에 노숙자로 전락해 버린 사람들이 많았다. 하루 종일 일거리를 찾아 거리를 헤매던 사람들은 잠자리를 찾아 서울역 지하보도로 몰려왔다. 맨 정신으로 지하보도에서 잠을 잘 수 없었던 이들은 사람들의 시선과 추위를 견디기 위해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그들의 몸은 서서히 망가져 갔다. 신 원장이 서울역 무료진료에 나선 것은 이 때부터였다.
 “진료 시간은 저녁 8시부터 9시 30분까지 대략 1시간 반 정도였는데 보통 150여 명의 사람들이 진료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다 2002년까지는 그 수가 80∼100여 명으로 줄었는데, 최근 다시 IMF 때와 같은 수가 진료를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신 원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암, 간경화, 고혈압 등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제대로 된 의료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어 자포자기한 경우가 많다”며 “무엇보다 시급한 치료는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것”이라고 했다.
 재기의 희망을 잃고 자포자기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신 원장이 전할 수 있는 마음의 치료약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예수님의 사랑과 복음이 담긴 신·구약 성경말씀이었다.
 “함께 의료사역하는 봉사자들이 약을 줄 때마다 ‘이 약은 하나님께서 주신 약이니 정성껏 드세요’라고 말을 합니다. 그리고 전도지를 나눠주며 다시 살 수 있는 희망을 전하고 있습니다”
 신학철 원장이 무료 진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0년부터였다. 육군 중령(군의관)으로 예편하고 상계동에 병원을 개업한 그에게 어느 날 시각장애인이 진료를 받으러 왔다. 진료비 받기가 안되었어서 그냥 돌려보내려 하자 시각장애인은 화를 버럭 내며 진료비 2000원보다 많은 돈을 두고 나가 버렸다. 신 원장은 그 때 동정보다는 차라리 아픈 이웃을 찾아 진료하자는 결심을 했다. 주변에 물어 시각장애인들의 거처를 알아낸 그는 이웃해 있는 뇌성마비 환자들, 그리고 인근에 있던 시립노인 요양원 등을 발견하고는 매주 화요일 점심 시간을 이용해 무료진료에 나섰다. 50여 명의 환자들을 진료하다보면 점심시간은 금새 사라졌다.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월계동 임대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는 무료진료에 나섰으며 시간이 허락되면 중계동 철거민들을 위한 진료도 다녔다. 그러나 병원을 강남으로 옮기면서 그는 그간 해오던 무료 진료를 모두 내려놓아야 했다.
 상계동을 떠나는 날 그는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강남으로 이사오면서 또 다시 봉사할 대상지를 찾아 나섰다. 송파구 복지관과 연결돼 그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를 시작했고, 목동 근처에 있던 장애인시설 에덴하우스 식구들을 위해서도 남몰래 헌신했다.
 “예전에는 제게 주신 사명이 얼마나 큰지 미처 몰랐었습니다. 그런데 요즘들어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는구나. 나에게 의료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은혜를 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감사합니다”
 현재 온누리교회 의료B팀장을 맡아 의술을 통한 복음전파에 나서는 신 원장은 “하나님께서 의료 사역을 통해 닫혔던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시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고 했다.
 작년 의료팀원과 미얀마로 의료선교를 떠났을 때였다. 미얀마 정세가 불안해 외국인들의 입국이 쉽지 않았지만 신 원장과 그의 팀원들은 하나님의 은혜로 대사관의 정식 허가를 받아 미얀마에 입국했다. 그것도 경찰들의 보호를 받으며 사역할 수 있는 특권까지 부여받으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전도활동도, 팀원간의 기도와 찬송 그 어떤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답답함 속에 하루를 보낸 이들은 의료 사역 이틀째 되는 날, ‘잡히면 잡히리라’는 각오로 찬양과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함께 있던 현지 의료팀을 향해 축복송을 불러주었다.
 “저희가 찬양을 부를 때 그들의 마음이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진료 마지막 날에는 그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는데, 사람들이 순식간에 마음을 열고 복음을 받아들이더군요. 저는 그 때 알았습니다. 하나님이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은 순간적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능력을 믿고 의료활동을 할 때 그 분의 능력과 사랑이 전파된다는 것을 절실히 체험했다는 신 원장.
 그는 자신의 병원을 선교하는 병원으로 만들어 의료사역에 더욱 충실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그것이 예수님께 자신이 받은 사랑을 되갚는 일이기 때문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