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선 목사 (선교국장)

 내가 미국 뉴욕에서 선교사로서 교민 목회를 할 때였다. 우리 교회에는 나이 많은 여자 집사님 한 분이 계셨다. 이 분은 교회 예배마다 참석해 눈물로 간구하는 기도제목이 있었다. 수년 전에 딸의 초청을 받아 미국으로 이민 와 살았지만 딸과 사위는 이민 생활에 정착이 되질 않아 고생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터라 친정어머니를 제대로 봉양할 여유가 없었다. 이러므로 어머니가 남의 아기를 돌보아 일을 한 사례금으로 근근이 힘겹게 생활을 연명해 나갔다.
 서울에는 외아들이 결혼을 해서 갓 난 어린 손자를 낳고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가정에 뜻밖의 불운이 닥쳐왔다. 할머니의 외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을 했고 설상가상으로 며느리마저 정신충격으로 정신이상증세를 보여 어린 손자를 키우지도 못하게 되었다.
 미국에 있는 할머니는 이 소식을 늦게 접하게 되었다. 할머니 집사는 간절한 마음으로 틈만 나면 교회에 나와서 불쌍한 손자가 미국으로 올 수 있도록 하나님께 눈물로 간절한 기도드렸다. 나 역시 담임 목사로서 딱한 사정을 알고 간절히 중보기도 드렸다. 그 당시 할머니 집사는 미국에 영주권이 없는 불법체류자라 손자를 합법적으로 초청할 수 없는 딱한 처지였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 기도를 들으시고 기적적으로 어린 손자가 입국할 수 있도록 역사하셨다. 나는 그 아이가 불쌍해서 우리집에 데려와 막내(당시 7살)와 친구가 되어 놀 수 있도록 해주고 맛있는 음식도 먹이곤 했다. 이 아이는 점점 이민생활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그런데 이 아이가 교회 여름성경학교에 다니던 중 자신의 집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다리가 차에 깔리게 되었다. 긴급히 병원에 호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발목뼈가 부러져 수 개월 입원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게다가 고침을 받더라도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나와 사모는 아이를 위해 일주일에 몇 번씩 병원에 가서 기도를 드렸다.
 그러나 하나님은 치료의 하나님이시기에 기적적으로 아이의 다리를 고쳐주셨다. 또한 보험회사에서 그 당시 10만 달러(1억2000만원)를 아이 앞으로 보내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면 사용할 수 있도록 은행에 적립할 수 있었다.
 오로지 불쌍한 손자를 위해서 희망을 갖고 살아오던 할머니는 그 뒤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 날 많은 성도들이 권사가 된 할머니를 애도했고 나 역시 눈물로 장례예배를 집례했던 기억이 난다.
 그후 몇 년이 지나 나는 서울로 왔고 작년 8월 막내 딸 결혼 때문에 뉴욕에 갔었을 때 그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매우 건장하고 잘생긴 청년이 된 아이는 세계 최고의 대학인 하버드대학에 입학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최고 명문고등학교에서 1등 하는 학생도 들어가기가 어려운 하버드대학에 입학했다니 꿈만 같았다. 학비는 보험회사에서 적립해둔 보상금으로 충당하고 있었다. ‘내가 죽으면 누가 돌보고 누가 공부를 시키느냐’며 하나님만을 의지하시며 밤낮없이 기도하시던 할머니의 기도가 응답된 것이다.
 “무릇 여호와를 의지하며 여호와를 의뢰하는 그 사람은 복을 받을 것이라 그는 물가에 심기운 나무가 그 뿌리를 강변에 뻗치고 더위가 올지라도 두려워 아니하며 그 잎이 청청하며 가무는 해에도 걱정이 없고 결실이 그치지 아니함 같으리라”(렘 17:7∼8)
 기도하는 할머니와 외톨이 손자에게 하나님은 목자가 되셔서 인도하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