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순 권사 (영등포대교구)

절체절명의 순간, 내 손 잡아 주신 주님

 인생의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느끼게 되는 것은 내 삶의 지난 흔적이 하나님의 은혜로 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 은혜의 시작이야 내가 이 땅에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였겠지만 하나님을 내 마음에 모신 후에야 비로소 그 은혜에 감격하며 살아가게 됐다. 그 만남의 시작은 인생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커다란 좌절과 마주하며 비롯되었다.
 정확히 40년 전 아들 태호가 태어나 4살 때의 일이다. 아이는 나면서부터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고 4살이 될 때까지 대소변을 가리지 못했다. 아이 몸에 좋다는 약을 찾아 백방으로 찾아 다녔고 좋다는 약은 먹이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먹여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절망이 쌓여갈 무렵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의 폭력이 시작됐다. 아이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도 부족할 형편에 남편은 절망적인 환경을 이기지 못하고 이를 잊기 위해 술을 많이 마셨다. 처음엔 사람이 술을 마셨지만 시간이 지나며 술은 사람을 엉망으로 만들어놨다. 인사불성인 상태로 집에 들어올 때가 많았고 그럴 때면 여지없이 폭력을 휘둘렀다. 형편이 이러니 살고 싶은 마음보다 죽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달래줘도 힘들 판에 믿었던 남편마저 저리 변하니 살고 싶은 마음이 쥐꼬리만큼도 남지 않았다. 죽음을 결심하고 기회를 엿보던 사이 이웃에 살던 분이 ‘교회에 나가자’고 했다. 평소 같았으면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소리였겠는데 이날만큼은 달랐다. 죽기 전에 교회나 한번 가보자는 생각에 따라나섰는데 때마침 부흥회 기간이었다. 서대문에 쳐 놓은 천막 안은 사람으로 가득 들어차 발을 들여놓을 조금의 틈도 남지 않았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대체 많은 사람들이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모였나’ 끝까지 남아있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부흥회가 끝나자 ‘처음 나온 사람은 인도자와 함께 교회로 나오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내친김에 그곳까지 따라갔다. 그렇게 3일을 따라가자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복음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울며 기도하기를 부흥회가 끝나던 날까지 계속했다. 그러자 하나님은 은혜로 충만하게 채워주셨다. 이제껏 포기하고 살았던 내 인생이 귀하게 여겨졌고 인생에 대한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었다. 기적은 이 때부터였다. 4년 동안 심장병으로 힘든 삶을 이어왔던 아이가 그날 저녁부터 숨을 고르게 쉬기 시작했다. 다음날 하도 신기하고 이상해 병원으로 아이를 데려가 의사에게 보였는데 의사 역시 깜짝 놀랐다. 당시 의학으로 심장병은 수술하기도 힘들었고 이 때문에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아이는 이후 병원 한 번 찾은 적이 없을 정도로 건강하게 지냈고 지금은 하나님의 은혜 안에 조그마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일은 딸 옥경이에게도 똑같이 나타났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느라 아이들을 보살피는데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았는데 아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었다. 비오던 어느 날 아이가 우산을 준비하지 못해 비를 잔뜩 맞고 집에 온 적이 있었는데 이게 화근이었다. 아이는 며칠 동안 기침을 그치지 않았고 온 몸이 불덩이 같이 끓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을 땐 병이 한참 진행한 후였다. 의사는 폐병으로 진단하며 ‘치료가 힘들겠다’는 말을 남겼다. 난감했다. 아이와 함께 기도원에 올라가 기도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기운이 소진한 때문인지 아이는 손가락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병색이 짙어갔다. 할 수 없이 아이를 집으로 데려왔는데 더 열심히 기도하지 못하고 돌아온 것이 못내 아쉬웠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밥을 짓다 말고 아이가 누워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혼자 앉아 기도하고 예배하고 찬송했다. 나중엔 지쳐서 박수도 치지 못하고 누워서 기도했는데 환상 중에 아이를 괴롭히던 귀신이 쫓겨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즉시 일어나 아이와 함께 병을 고쳐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승리를 선포했다. 다음 날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는 ‘이게 어찌된 일이냐’며 내게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고 했다. 소생불가 판정을 받았던 아이의 폐는 깨끗했다.
 이후 우리 가정에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어떤 질병에도 병원을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나님이 한번 고쳐주신 병은 재발하는 법이 없었다. 체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어리석은 짓’이라 할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 하나님의 존재와 치료의 역사는 지금도 분명한 사실이기에 이는 가능한 일이다. 병원에 낼 치료비도 감사헌금하고 축복 받는 것, 비단 우리 가정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