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인도 푸네에서 지켜본 보내는 선교사들

 그동안 목사님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많았는데 모두들 나에게 “교회에 다니느냐”고 물었다. 내가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다닌다고 하자 몇 분의 목사님이 이런 얘기를 했다.
 “조용기 목사님이 부러울 때가 많아요. 성도님들이 교회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특히 해외성회에 동행하여 지원하는 모습이 부럽지요”
 보내는 선교사들이 해외에서 조용기 목사의 성회를 지원하는 모습을 5박 6일 동안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2002년 2월 6일과 7일 이틀 동안 인도 푸네에서 조용기 목사 초청 대성회가 열렸다. 푸네(Pune)는 푸나(Poona)라고 부르기도 한다. 당시 나는 순복음실업인선교연합회 소속 서아세아선교회 회원들과 일정을 함께 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엄청나게 많은 짐이 먼저 눈에 띄었다. 함께 출발한 서아세아선교회원은 40여 명이었고 나같은 비회원은 세 명밖에 없었다. 서아세아선교회 소속 인솔자가 출석을 부르더니 인도에 도착했을 때 각자가 맡을 짐을 정해주었다. 나는 22번 짐을 인도 뭄바이 공항에서 푸네까지 갖고 가는 책임을 맡았다. 웬 짐이 그렇게 많은가 했더니, 인도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이 요청한 학용품과 의약품, 식품, 의류 등이라고 했다.
 중간 기착지인 싱가포르에 도착하자 인도행 비행기가 출발하기까지 여섯시간이 비었다. 그때 싱가포르 시내 구경을 나간 사람은 비회원 세 명밖에 없었다. 웬일인가 했더니, 서아세아선교회원들은 이번 선교여행이 여섯 번째라고 했다. 그러니 싱가포르 구경은 옛날에 끝냈을 것이다. 같은 나라를 여섯 번이나, 여행이 아닌 선교를 위해 찾는 평신도들, 그때부터 슬슬 그들에 대한 존경심이 일기 시작했다.
 밤 12시에 인도 뭄바이 공항에 도착하여 호텔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푸네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는데, 그때부터 고생이 시작되었다. 인도 땅에 들어서자마자 회원들은 ‘보내는 선교사’로서의 역할을 철저히 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인도는 우리나라보다 다섯시간이 늦는데 시차 적응 따위에는 모두들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빈민촌 방문 때 부를 복음성가 연습을 계속했다. 다섯시간을 달려 도착한 푸네 거리에 조용기 목사 성회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영국 식민지 시절 영국부자들의 휴양지였다는 푸네에는 낡았지만 번듯한 건물들이 제법 많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1960년대를 연상케 하는, 판자와 양철쪼가리로 지은 집들이 대부분이었다.
 사흘 전 도착한 조용기 목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소속 NGO ‘선한사람들’의 회원들은 탈레가온학교 기공 예배를 드리는 등 이미 선교활동을 하고 있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니만큼 선한사람들 소속 굿피플 어린이 합창단원들이 기공식에 참석해 축가를 불렀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교육하는 기관으로 인가받은 탈레가온학교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모든 건축비용을 들여 2003년 12월 17일에 준공했다. 탈레가온학교는 20개의 교실과 대형강당, 200명의 고아를 수용하는 기숙사로 꾸며진 현대식 2층 건물이다)
 조용기 목사 성회 때 찬양을 하기 위해 쁄라성가대원 20여 명도 이미 도착해 있는 상태였다. 선한사람들 관계자들, 순복음실업인선교연합회 관계자들, DCEM 관계자들까지 합치면 100명도 넘는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이 인도 푸네에 온 것이다. 이들은 모두 자비(自費)를 들여왔을 뿐만 아니라, 지원물품도 모두 자신들이 마련하였다.
 2월 6일과 7일 저녁, 인도오순절협의회 주관으로 SSPMS 대학 운동장에서 열린 성회에 수만명이 모여들어 대성황을 이루었다. 설교를 시작하기 전에 인도인 독창자가 찬양을 부르고 푸네 지역 연합성가대가 성가를 한 뒤 여의도순복음교회 쁄라성가대원들이 무대에 섰다.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한국어와 인도어로 찬양을 할 때 청중들의 뇌리에 ‘코리아’라는 나라가 깊이 박혔을 것이다. 그날 성회에서 굿피플 어린이 합창단의 귀여운 찬양이 최고 인기였다. 멀리 타국에서 날아온 어린이들의 찬양에 박수가 쏟아졌다. 구름같이 모인 타국인 앞에서 설교하는 조용기 목사는 본국에서 몰려온 교인들의 지원에 큰 힘을 얻었을 것이다.
 성회 기간동안 서아세아선교회원들은 두 차례에 걸쳐 푸네 빈민촌에 가서 선교활동을 펼쳤다. 사람들이 비좁은 집안에서 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는데 그나마 환경이 나은 곳이라고 하여 모두들 놀랐다. 돼지들이 마구 돌아다니는 골목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인솔자는 우리들에게 인상을 찌푸리지 말고 개별행동을 하지 말라는 주의를 줬다. 장로교 소속의 한국인 목사가 시무하는 작은 교회에서 의료선교 활동을 시작했다. 인도 당국에서 한국 의료 인력의 입국을 허락하지 않아, 다른 성회 때와 달리 의료선교회원들이 동행하지 못했다. 대신 서아세아선교회에서 현지 의사를 고용하였고, 의사가 처방한 약값을 모두 지불했다. 서아세아선교회 소속 장로들과 인도 각지에서 온 여의도순복음교회 소속 선교사들이 몰려온 환자들에게 안수기도를 해주는 동안 여자 회원들은 교회 앞에서 복음성가를 계속 불렀다.
 우리가 빈민촌을 방문하는 동안 두 분의 권사님은 호텔을 지키고 있었다. 조용기 목사의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목사님이 입맛에 맞는 우리 음식을 먹어야 설교를 힘있게 할 수 있다”는 일념에서 한국음식을 준비해 간 것이다. 우리는 인도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권사님 방에서 풍기는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침을 삼키곤 했다. 조용기 목사의 선교현장에 처음 참여해보는 나는 한국을 떠나기 전, 저녁 집회 두 번이 전부라는 얘기에 푸네 관광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었다. 기대와 달리 회원들은 푸네 관광에 통 관심이 없었다. 매일 호텔 식당에서 아침 예배를 드려야 했고, 시간이 나면 다들 노방전도 하러 다니느라 바빴다. 결국 빈민촌으로 가는 길에 간디가 연금되어 있었다는 ‘아가 칸 팰리스’에 잠깐 들렀을 뿐이다.
 푸네 성회에 참석한 인도사람들은 조용기 목사의 강력한 메시지와 함께 평신도들의 지원활동을 기억할 것이다. 학교를 지어 기증하고, 빈민촌을 방문하여 구제활동을 하고, 아름다운 찬양을 한 ‘보내는 선교사들’ 때문에 ‘예수 소문’이 그 지역에 파다하게 났을 것이다. 푸네 성회 이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는 곧바로 그 지역에 선교사를 파송해 선교활동을 영속적으로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