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봉례 권사(서대문대교구)

 올해, 난 하나님께 갚지 못할 큰 은혜를 입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하나님의 강한 손길에 이끌려 살아난 남편을 볼 때마다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3년 전부터 신장투석을 하며 힘겹게 지내온 남편의 병세가 올해 초, 갑자기 악화됐다. 식사도 못하고 일어서기는커녕 앉아있기조차 힘들어하는 남편과 함께 3월에 병원을 찾은 나는 빨리 수술을 하라는 의사를 권고를 들었다. 신장염으로 고생하다 10년전 신장 하나를 척출한 남편은 그 후유증인지 혈압이 높았고 결국 신부전증이 생기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는 심장판막으로 수술할 처지까지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수술 후였다. 퇴원한 지 5일만에 남편은 다시 병원 응급실로 갔다. 숨쉬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급하게 병원을 찾았지만 이상하게도 검진을 받으면 별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면 다시 급격한 호흡곤란을 겪어 입원과 퇴원을 4차례나 반복했다.
 나는 겁이 더럭 났다. 남편이 3년전 쓰러지기 보름전쯤으로 기억된다. 그때 꿈을 꾸었는데, 남편이 자신의 집이라면서 나를 데리고 어디론가 갔는데, 그집이 어찌나 허술하든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보였다. 꿈에서 깬 나는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것이라 생각되어 아이들에게 “천국에 있는 아버지 집이 너무 허름하구나. 우리 열심히 아빠 위해 기도하자”라고 말했다.
 올해 남편의 병세가 악화되자 그때 일이 생각나 더욱 마음이 아팠다. 4월 첫째주 금요철야예배에 나는 처음으로 교회를 가지 못했다. 남편이 병원에 입원해도 주일성수와 금요철야만큼은 빠뜨리지 않았던 나였지만 언제 운명할 지 모를 정도로 힘겨워하는 남편을 두고 나올 수가 없었다. 남편을 위해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사단을 내쫓는 기도를 드린 지 몇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하나님께서 고쳐주시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음날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남편과 함께 다시 병원을 찾았다. 처음에 병원을 찾을 때의 절망은 없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일날 병실이 없어 응급실에 입원한 남편을 두고 여선교회 봉사를 위해 교회로 나왔다. 마침 성찬 주일이어서 남편이 성찬을 드릴 수 있도록 챙겨서 병원으로 갔다. 그동안 형식적으로 교회문턱만 드나들던 남편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수요일 조용기 목사님께 기도를 받으면서 하나님께서 남편을 깨끗이 고쳐주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날 저녁 잠시 꿈을 꾸었는데, 남편에게 붙어있던 사단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남편의 팔을 꼭 잡고 있던 손을 놓치고 쫓겨갔다. 잠에서 깬 나는 남편에게 그대로 전했다. 전과는 달리 남편도 내 꿈을 믿었다. 그리고 새벽녘, 약 먹을 물조차 토해내던 남편이 쑥떡을 찾았다. 입맛이 돌아오는 증거였다. 성경도 읽고싶어했다. 남편은 한 달도 안돼 성경 한권을 통독했다. 남편이 아픈 동안 부모와 형제들도 외면했지만 하나님께서는 지켜보고 계셨다. 어렵고 힘들 때 고린도후서 6장 10절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 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라는 말씀만을 잡고 있었는데, 바로 그 말씀대로 하나님께서 이뤄주신 것이다. 이제 남편은 친한 친구가 하는 사업을 도와주기 위해 외출도 하는 등 많이 회복됐다. ‘돈 많이 벌어서 당신 고생한 거 갚아 줄께’라며 빙그레 웃고 나가는 남편을 보면서 살아계신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하심에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