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눔의 손길,이웃사랑의 실천 |
지난 16일 여의도순복음교회 한 부속성전,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한 두명씩 오더니 이내 400여 명이 모여 무언가를 축하하는 예배를 드린다. 그들 사이로 곱상하게 생긴 노인의 얼굴이 유난히 밝게 보였다.
“기쁘데이. 하나님의 사랑이 없었다면 내 어찌 이 일을 10년이나 할 수 있었겠나. 하나님이 이날, 이때까지 나를 지켜주신 이유가 다 이 때문인가부다”
10년째 화요일마다 60∼70대 노인 400여 명을 모아 함께 예배 드리는 박복란 권사는 ‘여든’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매우 정정한 모습이었다. 노인들에게 십계명, 산상수훈의 팔복, 시편 1편과 23편 등을 가르치며 복음과 사랑 그리고 약간의 차비를 나눠주는 박 권사를 두고 이 곳에선 ‘천사 권사’라 부른다.
박복란 권사가 탑골공원이나 관악산공원에 앉아 무료한 시간을 달래는 노인들을 모아 예배를 드린 것은 지난 1994년. 처음에는 전도지를 나눠주며 복음을 전했지만 생활에 찌들고 병으로 힘겨워하는 노인들을 보면서 박 권사의 마음은 내심 무거웠다.
“너무 마음이 아프데예. 교회에 나오면 고침받고 행복하게 살수 있을텐데, 방법을 몰라 교회를 몬나오는 것 같아 안타까웠심더. 그래 교회에 데리고 나오기로 결심한기라예”
1994년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10·3 기도대성회’ 때 박 권사는 탑골공원에 앉아 있던 노인 100여 명을 전도해 기도회에 참석했다. 이 일을 계기로 매주 화요일 여의도순복음교회 바울성전에 모여 노인들과 예배를 드린 것이 이제는 450∼500명으로 식구가 늘었다.
10년이란 세월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역했다는 것이 박 권사에게 힘들지 않았을까. “IMF 때 이 일을 중단할 뻔 했으예.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울면서 그만 두어야겠다 마음 먹었제. 근데 하나님이 지혜를 주셔서 후원금을 받을 수 있게 인도해 주신기라. 그 때 조금만 늦었으며 이 일 몬할 뻔 했다. 이 일 몬하면 그 많은 노인들은 어디서 위로받겠노. 그걸 생각하면 지금 너무 감사할 뿐이다”
박복란 권사는 새벽 3,4시에 일어나 설교방송 듣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화요일 노인예배 후 진행되는 성경공부를 위해 공과책을 정리한다. 요즘은 사무엘상·하를 공부하는데 참석자들이 노인이다 보니 어린아이 가르치듯 간단하고 쉽게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힘든게 아니다. 하지만 공부하고 말씀을 외우면서 많은 기적을 체험했다고 박 권사는 말했다. 한 예가 박영기 성도에게 일어난 변화였다.
“그 사람은 중·고등학교 교감, 교장까지 안했나. 그런데 퇴직금을 사기 당한 후 재산을 날리고 병까지 얻은기라. 이 예배에 처음 올 땐 부인과 두 목발에 온 몸을 의지한 상태였는데에 지금은 혼자서도 교회 잘 온데이”
2년 전 박복란 권사를 만난 박영기 성도는 “박 권사님을 만나 마음에 응어리졌던 것을 풀 수 있었다”고 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마음에 평안을 얻고 용서를 배우게 된 것이 박 성도로서는 큰 행복이었다. 변화는 또 있었다. 간질병 환자였던 한 60대 노인은 고침받아 아파트 경비원이 됐고, 한 할머니의 경우는 맏아들이 병고침 받아 교회를 출석하게 되었다. 한 사람의 수고가 거둔 크나큰 열매였다. 박복란 권사가 이처럼 수고를 아끼지 않고 전도에 힘쓰는 이유는 뭘까.
“내가 예수님을 만난게 50대 후반이었다. 나를 전도한게 세무공무원하다가 신학 공부하게 된 젊은이 아니었나. 기독서점을 차리려니 건물에 세를 낼 수있게 해달라고 하기에 싫다 거절했다. 그랬더니 읽어보라고 기독교 서적을 주고 가데예”
쌓여있던 책더미 속에서 어느 날 신학생이 줬던 책, 안이숙의 ‘죽으면 죽으리라’를 발견한 박복란 권사는 그 속에서 예수님을 만났고 전도자가 되었다.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을 실감케라도 하듯 박 권사의 신앙생활은 열심이었다. 교회에서 전도상도 여러 번 탔고, 교회 내 아가페전화상담실에서 15년 동안 봉사도 했다. 봉사가 좋아 강남에서 교회가 가까운 여의도로 이사할 정도였으니 박 권사의 신앙척도는 말 안해도 가히 짐작이 된다.
“난 나눠주는 게 좋다. 팔십 넘은 노인이 건강한 이유가 어디에 있겠노. 사람들에게 예수님이 좋다는 것을, 예수님을 알면 인생이 변화된다는 것을 가르쳐주라고 아직까지 나를 건강하게 해주신거겠제. 예수님도 우리에게 사랑을 가르쳐주려고 이 땅에 태어나시고 목숨까지 내주시지 않았나. 내가 예수님을 믿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사랑이 식어져 가는 요즘, 이웃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박복란 권사의 모습에서 추운 세상을 녹이는 하나의 불꽃이 연상됐다.
글/오정선 기자
사진/김용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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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3.12.19. pm 17:22 (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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