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그 자체가 감동입니다"

목사님 설교 통해 긍적적 사고 전환 경험
하나님 도구로 쓰임받기 위해 노력할 터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남성만의 전유물, 혹은 남성만이 할 수 있는 일로 여겨지던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약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여성 비뇨기과 전문의 임필빈 성도다. 우연히 모 방송 프로그램에 나온 이래, 그녀의 이력과 맛깔스런 입담에 관심을 가진 PD로부터 방송 제안을 받아 방송을 타면서 세인들에게 알려진 임 성도를 만났다.
 본교회 주일 3부 예배를 드리고 만난 그녀의 첫 인상은 강했다. 화장기 없는 맨얼굴과 더할 나위 없이 명랑하고 딱 부러지는 말투, 한 가지 질문만 던져도 다양한 대답을 쏟아내는 거침없는 말주변 때문이었다.
 예배 잘 드렸냐는 첫 질문에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였다. “제가요, 우리교회 예배만 드리면 그렇게 눈물이 쏟아져요. 성가대 찬양 너무 좋고요, 목사님 설교는 정말 제게 꼭 필요한 말씀이거든요. 그래서 예배 내내 감동에 젖어 눈물을 흘린 답니다”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임 성도의 강해 보이는 첫 인상 이면에 자리한 섬세함과 풍부한 감수성을 지녀 오히려 쉽게 상처 받을 수 있는 연약함도 엿볼 수 있었다. 자신의 과거에 어떤 미사여구도 붙이지 않아 듣는 이가 오히려 당황스러울 정도로 솔직한 그녀는 예배 때마다 눈물을 흘리며 성가대 찬양에 은혜 받아 가슴 벅차하는 순수한 믿음을 가진 이었다.
 임 성도의 신앙은 아주 어릴 때로 거슬러간다. “솔직히 얼굴도 기억 안 나는 큰 언니 덕분이죠. 우리 자매 중에서 유일하게 교회에 다니던 언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어머니의 신앙생활을 반대하던 아버지의 충격이 크셨죠. 큰 언니가 떠난 뒤 아버지는 곧바로 교회에 나오셨고 가족 모두 신앙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아버지는 그때부터 한번도 주일성수를 어기신 적이 없으세요”
 그녀는 자신의 어린시절에 대해 딸만 여섯인 딸 부잣집서 태어나 자녀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부모 밑에서 “필빈이를 하나님의 도구로 써달라”는 어머니의 기도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랐다고 담담히 설명했다. 자신의 인생에서 최대의 실패로 기억된 재수시절, 엇나가지 않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바로 여기에 기인한단다.
 “저는 공부가 재미있어서 잘한 케이스였어요. 좋아하는 선생님 따라 성적이 부쩍 오르고, 참고서도 제대로 산 적이 없이 선생님이나 선배들한테 얻어 봤어요. 그런데도 전교 1등을 했으니 친구들은 무척 신기해했죠. 게다가 우리 어머니가 ‘공부하지 않으려면 설거지 하라’는 방침도 제가 공부에 열중하게 만들었어요. 설거지하기 싫었거든요”
 그런 그녀가 처음으로 설거지를 했다. 대입 시험에서 낙방한 바로 뒤였다. 임 성도는 그때만큼 기죽어 산 적이 없다고 회상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이기적인 모습과 정면대결한 때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신앙에 대한 회의도 들었다. “과연 하나님이 계신가, 그 아까운 공부시간 쪼개서 교회에 다녔는데, 왜 내가 실패한 걸까, 정말 의문점 투성이 뿐이었어요”
 예배 때마다 펑펑 울었다. 매주 늘 가난한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나갔지만, 계속된 의문은 지워지지 않았다. 하나님께 매달리는 기도도 나왔다. 전에는 안보이던 믿음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한번은 집에서 공부를 하다가 ‘내가 왜 이렇게 공부에 매달려 있나, 과연 하나님이 계신가?’하는 의문이 또 드는 것 있죠? 저는 책상 위에 있는 스탠드를 보면서 ‘하나님이 계시면 불을 꺼주세요’ 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끝까지 믿지 못한 도마가 예수님의 못자국과 창자국을 확인하는 심정이랄까요? 결과요? 그대로 된 거 있죠. 정말 떨렸어요. 혹시나 하고 옆에 있는 라디오를 켰는데, 그건 제대로 들어오더라고요. 저 그 뒤로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절대 의심 안해요”
 불신자들이 볼 때는 이해하지 못할 일이겠지만 임 성도는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됐다. 공부해야할 이유가 생기고 제대로 믿음생활 해야 할 확신을 얻은 셈이다. 단순히 스탠드의 불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힘들고 지칠대로 지친 그녀의 마음을 헤아려주시고 들어주시는 절대자 하나님의 존재와 사랑을 임 성도는 깨닫게 된 것이다.
 “이 간증 할 때마다 늘 눈물이 나요. 그때의 절박한 심정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거예요. 그래서 제가 재수하고 나서 사람됐다는 거죠. ‘하나님의 도구로 써달라’는 어머니의 기도가 제 기도제목으로 바뀌었거든요. 더이상 나만 위한 삶은 고집하지 않게 됐죠”
 재수라는 삭막한 1년을 은혜로 보내고 시작한 대학생활이었지만 임 성도에게는 불꽃 튀는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기라성 같은 남자선배들과 동료, 후배들까지 그들과 경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신앙적 흔들림은 없었지만, 그도 사람이고 여자인지라 환경적 어려움을 무시할 순 없었다. 그럴 때마다 임 성도는 기독교적 사고로 이겨나갔다. “조 목사님은 늘 긍정적, 희망적 사고를 갖고 계시잖아요. 목사님 설교를 통해 저는 사고의 전환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성경상에 나오는 요셉과 욥같이 고난을 극복하고 승리한 이들을 보면서 ‘난 이보단 낫다’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요”
 임 성도는 경력에 비해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여겨지는 사람들의  관심과 지명도는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여성 전문인으로서 또다른 사회적 편견과 마주치겠지만, 임 성도는 더 이상 두렵거나 힘들지 않다. 예수님을 향한 믿음으로 능히 극복해 나갈 줄 알기 때문이다. 그것이 예수님을 믿는 이유이다.

글/이주희 기자 jhlee@fgtv.or.kr
사진/김용두 기자 ydkim@fgtv.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