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많은 사람이 갖은 우여곡절 끝에 천국의 문 앞에 다다랐습니다. 천국의 문 앞에는 위엄을 뽐내며 수문장 천사가 점잖게 버티고 서 있습니다.
 “수문장 천사님, 저 천국 안에는 장로교인이 많나요, 감리교인이 많나요?” 그러자 천사가 대답합니다. “장로교인? 감리교인? 그게 뭔데요? 그런 사람들은 여기에 없는데요” 호기심쟁이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다시 묻습니다.
 “그럼 성결교인이나 침례교인은 있나요?” “그런 사람들도 나는 처음 들어보는데 이를 어쩌지요?” 호기심쟁이의 눈은 이제 천사를 의심하면서 다시 한 번 더 묻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저 안에는 누가 살고 있나요?” 그러자 수문장 천사는 껄껄 웃으면서 흔쾌하게 대답합니다. “여기가 바로 하나님이 계신 천국 아닙니까? 그러니 당연히 하나님의 사람들, 즉 진짜 크리스천들만 모여서 잘 살고 있지요”
 이 예화를 읽으면서 나는 생각했습니다. “아, 교파와 믿음의 본질과는 별 상관이 없는 거구나∼”하고 말이지요. 세상의 권세를 위해 돈봉투를 뿌리며 교권 다투기에 여념이 없는 물밑 싸움판 소식을 들을 때마다 호기심쟁이의 예화가 머리 속에 떠오르곤 합니다. 헌금 많이 낸 사람을 따로 골라 영광스럽게 호명하고 광고하는 교회를 볼 때도 이 예화가 떠오릅니다. 할렐루야를 읊조리며 매스컴 카메라 앞에 나섰을 때와 돌아섰을 때의 모양새가 참 많이도 다른, 자칭 ‘유명 마더 테레사’를 볼 때도 이 예화가 떠오릅니다. 보라는 듯이 큰길 모퉁이에서 소리 내어 기도하는 열렬 교직자들을 볼 때도 예화가 떠오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생의 전부라는 듯이 탐욕의 눈알을 번뜩이면서도 입으로만 천국의 영생과 구원을 부르짖는 프로패셔널 신앙대가(信仰大家)들을 보게 될 때 역시 수문장 천사의 말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런데 실은 2천년 전에도 하나님의 이름을 사칭하는 그런 엉터리 신앙인들은 있었습니다. 보다 못한 하나님이 자신의 외아드님을 특별히 내려 보내셨을 때 그분을 십자가에 달리게 한 무리들이 바로 그들이었습니다. 본디오 빌라도의 등 뒤에 숨어 끝끝내 모습 드러내기를 꺼렸던 바로 그 무리의 후예….
 오늘 우리의 세속화한 모습은 혹 아닌가 돌아봅니다.